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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2.16 싸이킥 각성 - 바알의 피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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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sychic Awakening - Blood of Baal


'그들이 점차 가까이 오는게 느껴집니다.


제 앞에서 숨이 넘어가라 저를 비웃었던 서브덕터 메이져리스님의 웃음소리를 들었던 것도 벌써 몇 달 전이로군요.

솔직히 인정하거니와, 이제는 알 수 없습니다.

막연한 예감만이 제가 지닌 전부입니다.

: 느릿하게 흘러가는 침방울들의 소리, 넘실거리는 거대한 물결과 같은 움직임의 감각,

안도를 주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황금의 빛만이 남아 있습니다.

감히 이름 없는 공포에 대해 어찌 말로써 전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 폐하시여 저에게 용서를 베푸소서, 허나 저는 역시 두렵습니다.


심지어 지금조차도, 온갖 자극제들 아래 매일 밤낮을 새며

조금의 잠의 안식조차 없는 나날 속에 몸이 부셔지는 와중에서조차

저는 그 공포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제 보안 관리가 회복을 위해 제가 잠들 수 있게 보장해준다면,

아마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확인해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그러기 위해선 꿈을 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번 그 꿈처럼 끔찍한 꿈은 버텨낼 자신이 없군요.


'시카트릭스 말레딕툼에서 또다른 악몽이 새어나온다고?' 서브덕터 메이져리스님은 그렇게 조롱하셨습니다.

저는 어째서 그 분께서 제가 본 것을 먼저 보지 못하셨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미 보셨고, 다만 두려우셨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그건 마땅한 두려움일 것입니다. 저희 모두가 그것을 두려워해 마땅할 겁니다.

이제 저는 제 머리속을 긁는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무언가 매끈한 것이 제 정신을 감싸고 있는게 느껴집니다.

저를 호기심 속에 시험하고 있습니다.


제 앞에 펼쳐진 확산하는 어둠은 이제 잠들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암흑의 먹구름마냥 몰려들고 있습니다.

마치 대양에 퍼져가는 검은 잉크와도 같아요.

제 형제들과 자매들의 정신이 밝히고 있는 행성들의 촛불 빛들이, 처음에는 흐려지다가 이내 완전히 꺼져가는 것이 보입니다.

이상하게도, 그 화염들 다수가 너무나도 밝게 타오르다가

이내 그림자에 뒤덮혀 사라져갑니다.


저는 축복 속에 차단된 숙소 안에 감금된 채로 징계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본 것이 미래를 향한 어떤 반영인 것인지,

아니면 혐오스러운 공포에 대한 전조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제 감독관들이 오래지 않아 제게 눈길을 떼기만을 바랠 뿐입니다.'

-케이샤 아난구루의 개인 일지, 서브덕터 아스트로패티쿠스 마이너리스, 티라엔 중계소-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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