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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sychic Awakening - Phoenix Rising


죽음에서, 새로운 믿음으로.

제인 자르의 죽음은 인나리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뻔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인 자르가 죽게 되면 이브레인 또한 머잖아 살해당할 것이 분명했으니까요.

기적적이게도 크래프트월드들 중 가장 외딴 폐허인 잔드로스에서 새로운 희망이 피어났지만,

곧 아엘다리 종족의 오랜 숙적 또한 모습을 드러냈지요.


잔드로스에서 제인 자르와 드라자는 다시금 맞붙게 되었습니다.

그가 잔드로스의 제인 자르와 이브레인 무리를 찾아낸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일단 검들의 대가 본인부터가 사냥을 포기하는 대신 오히려 거기에 모든 목숨을 걸고 있었으며

인큐비 사원 또한 첩자들을 풀어 이브레인과 함께 유랑하는 무리 사이에 몰래몰래 심어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대군주 인큐버스는 피닉스 로드가 아엘린드라크에서 탈출했다는 소식까지 접수할 수 있었지요.

맨드레이크들 중 그와 거래를 한 동맹자들은 그녀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벡트를 고용주로 둔 스커지들에게 전달했고,

스커지들은 이를 또 드라자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검들의 대가는 제인 자르가 걸었던 그 그림자 길들을 정확히 똑같이 걸어 잔드로스로 접근했습니다.

현 은하계에 살아있는 모든 아엘다리들 중에, 그 크래프트월드의 웅장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정말로 소수의 아엘다리인들 중 한 명이 바로 그였으니까요.

그는 용병들과 함께 이제는 폐허가 된 그 고대의 세계함을 향해 전속력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6일간 한때 웅장했지만 이제는 다 무너진 크래프트월드의 폐허 사이를 샅샅이 탐색한 끝에,

마침내 그는 이브레인을 비롯한 일부 인나리들이 만신전의 광장 아래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허나 이브레인은 애초부터 마지막 최종 결말의 장소로 잔드로스를 선택해둔 상태였으며, 여기에는 명확한 이유가 존재했지요.

그녀는 이전 아스펙트 전사 시절의 가르침에 따라, 아슈라니 신화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덕분에 현 스트라이킹 스콜피온의 피닉스 로드 카란드라스가 '스콜피온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자이자 전 피닉스 로드인 아흐라와 바로 이 폐허의 크래프트월드 위에서 17일간 전설적인 대결을 펼쳤다는 유명한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아엘다리 고고학계 내에는 드라자가 먼 이전에 아흐라의 사제라는 루머들이 있으며,

심지어 일부는 둘이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전설의 장소에서 마지막 대결을 펼쳐 위대한 승리를 거둔다면,

향후 인나리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홍보 효과를 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였습니다.


바로 한밤중에 드라자는 제인 자르에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차피 중간에 가로막아봤자 누구든 다 썰려서 장례식이나 치르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그녀는 사전에 확실한 명령들을 내려 아무도 그를 방해하지 않게끔 해두었고

덕분에 검들의 대가는 아무런 방해 없이 곧장 제인 자르에게 다가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인 자르에게는 갚아야 될 빚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그 날 죽었던 하울링 밴쉬 딸들, 샤임-한과 드루카리 용병들 간에 피로 풀어야 할 숙원이었습니다.


마침내 둘은 다시 서로간에 마주서게 되었습니다.

곧 드라자가 먼저 제인 자르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지요.

파손된 나선형 기둥들과 무너진 석상들 사이를 질주하는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검은 잔상이 되어 흘러내렸으며,

마지막 순간에 제인 자르의 코앞에서 크게 도약하며 무시무시한 선타를 내려쳤습니다.

제인 자르의 창과 드라자의 검이 충돌하자 폐허 도시 전체로 퍼져나갈 정도의 경쾌한 울림이 일어났고,

곧 그 울림은 계속해서 연달아 울리는 종소리, 전투의 음악이 되며 거리들 사이에 메아리쳤습니다.

그를 시작으로 전장 위로 하울링 밴쉬들과 인큐비들이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장 가장자리 일대로는 스커지들, 헬리온들과 다른 드루카리 용병들이 샤임-한에서 찾아온 지원 병력들과 소규모 교전 중에 있었으나,

사실 여유가 있음에도 일부러 중앙 전장에 개입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비록 서로간에 앙심 가득한 적들 사이일지언정, 결국 모두가 아엘다리이며

전설은 그것만으로 존중받아야 했으니까요.


처음에는, 제인 자르가 밀리는 듯 보였습니다.

그는 공격을 끝내거나, 혹은 대결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닌

순전히 방어를 위해서 싸우고 있었지요.

그렇기에 쌍검을 무자비하게 휘둘러대는 드라자가 초반에 승세를 잡는 듯 보였습니다.

그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 가열하고 혹독하게 제인 자르를 압박했지요.

허나 전투 중에 제인 자르의 싸움을 보게 된 일부 하울링 밴쉬들은 은연중에 제인 자르가 힘을 아끼고 있음을 눈치챘습니다.

그녀가 드라자처럼 순전한 분노가 아닌, 어떤 지혜 속에 시간을 벌기 위한 대결을 펼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지요.

제인 자르는 자신이 카란드라스처럼 수 주에 걸쳐 쉬지 않고 전투를 치루는 것은 무리임을 잘 알고 있었으나,

사실 이번에는 그럴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아슈라니측과 드루카리 용병측 모두가 전장 위로 쓰러져갈 무렵,

제인 자르의 속력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비자크가 그 뛰어난 검술로 '그림자들의 딸'에게 감히 해를 가하려는 드루카리 용병들의 돌격을 무자비하게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브레인은 온전히 제인 자르 한 명에게만 힘의 지원을 집중할 수 있었지요.

이브레인과 제인 자르 사이의 영적 연결고리는 단단했으며,

덕분에 인니드의 힘이 그 연결을 통해 제인 자르에게로 흘러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한편 드루카리 측 또한 가능한 모든 야비한 속임수와 무자비한 공격으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살인은 곧 죽은 자들에게서 양분을 얻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헬리온들과 스커지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록 상당수가 이미 죽어 폐허의 먼지구덩이 아래 떨어졌으나,

아직까지 살아남아 싸우고 있는 자들은 적의 고통을 통해 활력을 얻어 이제는 그 훔친 에너지가 몸에서 빛나고 있을 정도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도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더 많이 죽이면 죽일수록,

인나리로 개종한 이들 또한 죽음의 에너지로 더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피닉스 로드도 함께하고 있었지요.


지금까지 드라자는 항상 자신만만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그의 파괴적인 자신감이 흔들리기 시작했지요.

지금 이 순간, 제인 자르가 심지어 자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며 

결국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그는 동요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태양이 떠오르는듯한 찬란한 일격이 그를 강타했습니다.

제인 자르는 일격으로 데미클레이브 쌍검을 든 그의 손 한쪽을 잘라버렸고,

주인 잃은 검은 그대로 빙글빙글 돌아 뒤쪽에 꽂혔습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1초의 반에 반도 안되는 그 작은 순간에,

둘은 처음으로 서로 시선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을 통해 대결의 진실 또한 명백해졌습니다.

인나리로서, 그리고 케인과 인니드의 전사로서,

제인 자르는 거리를 가득 채운 죽은 이들을 통해 힘을 끌어모으고 있었던 것입니다.

죽은 아엘다리의 영혼 물질이 그녀의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되어주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압력만으로 주변 레이스본 구조물에 금이 갈 정도로 우렁찬 승리의 포효를 내지르며,

제인 자르는 창을 당긴 다음 그대로 내질러 드라자를 꿰뚫어버렸습니다.

직후 창을 들어올려 드라자를 그대로 허공 위로 들어올린 그녀는 삼각 부메랑을 휘둘러 드라자의 머리통을 몸통에서 그대로 분리해버렸지요.

그녀가 마지막으로 내지른 승리의 비명 아래 인큐비들이 크게 동요해버렸고,

그 순간 하울링 밴쉬들은 기세를 몰아 인큐비들을 하나둘씩 쓰러트리기 시작했습니다.

샤임-한의 아엘다리 또한 드루카리 용병들을 사냥하며 몰아내었지요.

드라자는 그렇게 싸늘한 시체가 되었고, 인나리는 승리하였으며

그렇게 전설 또한 피로 다시 쓰이게 되었습니다.


아슈라니측의 승리 이후 인나리는 그대로 웹웨이를 통해 잔드로스에서 떠났습니다.

이브레인은 그녀의 가장 가까운 측근들을 불러모아 잔드로스에서 떠나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진실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측근들 또한 일부 드루카리가 인나리에 그저 이름만 귀의했을지도 모르며, 만약 그렇다면 그것 때문에 추격자들을 피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추측을 함께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번 대결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렇기에 먼저 전장과 그녀를 위해 싸워줄 투사를 선택하였던 것이였다는 사실도 말이지요.

제인 자르만이 탁 트인 전장 위로 드라자를 유인하고, 의식이 요구하는 대로 그와 맞설 수 있었으니까요.


인나리들과 함께 잔드로스에서 떠날 때, 그녀는 마지막으로 제인 자르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만약에 우리가 서로 함께한다면, 함께 인나리를 새로운 통합과 진보의 시대를 향해 문제 없이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요.


제인 자르는 머리를 끄덕였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사라졌습니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다만 적색 리본 하나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였지요.

...

..

.








다라'키니아 쓰레멘스는 아른하게 흐릿해져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잔드로스 폐허의 부셔진 모자이크 길바닥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 주변으로는 나선형 첨탑들이 드높게 솟아올라 있었는데,

그것들은 전장 위에 널부러진 하울링 밴쉬들 시신들의 갑주 색과 똑같은 백골색이였다.

그 시체들은 잔드로스의 폐허에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스캐빈져 짐승들에 의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는데,

그 중 단 하나의 송장으로 다라'키니아의 시선이 사로잡혔다.

그 시체는 이미 다 썩어 백골화 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눈구멍 부분으로 크리스탈라인 지네 한 마리가 기어다니다가 이내 먼지구덩이 사이로 빠르게 도망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는 오직 죽음과, 썩은 송장과 그치지 않는 망령들만이 존재했다.

그야말로 고대 아엘다리 제국이 남긴 유산들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어떤 멍청이라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여진 그런 비유.


그러나 다라'키니아와 그녀의 동료 인큐비는 대몰락 이후 벌어진 사건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오직 가장 강한 자들만이 번성할 수 있는 법이니까.

그것은 결코 바꿀 수 없는 순수한 자연의 법칙이였으며,

인큐비 교리의 핵심 가치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어째서 불안과 죄책감, 고통스러운 의심 속에 그녀의 검을 무겁게 짓눌러야 하겠는가?

그럴 필요가 없는걸.

그녀는 클라이벡스였고, 그렇기에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오래 전 그러한 것들을 잊었고, 그녀 저 멀리 어딘가로 떠나보낸지 오래였다.


허나 때때로ㅡ특히 오늘만큼은 그러한 것들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런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녀는 어쩌면 지난 세월 속에 잊었던 감정이라는 것을 지금 느끼고 있는건지도 몰랐다.

그녀가 속한 사원의 대부분을 잃었던 순간처럼. 


그 순간 그녀는 발견했다.

관절화된 갑주. 진한 묵색에 칼날로 장식되었으며, 장식 없는 백색의 투구와 함께 놓인 한 갑주를.

그녀는 그 뿔달린 투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

그것을 들어올려 두 눈구멍 부분을 살폈다.

그녀는 언제나 호기심이 많았으니까.


이윽고 클라이벡스는 무언가 홀린 듯이 갑주를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그 조각들을 하나 하나씩 그녀의 갑주판 고리 부분에 걸고,

마지막 순간에는 그 투구를 스스로 입었다.


바로 그 행동이, 다라'키니아 쓰레멘스가 그녀 본인의 자아로서 마지막으로 행할 수 있었던 행동이였다.

 


ps. 결국에는 뭐 예상대로 둘 다 죽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결 묘사가 제법 흥미진진해서 괜찮았네요.

그리고 제인 자르가 어떻게 해서 이브레인의 편에 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좋은 설명이 된듯?

또한 지금까지의 묘사와, 특히 마지막 에필로그 이야기를 통해

드라자가 스트라이킹 스콜피온의 초대 피닉스 로드였다는게 확실해졌네요.

(피닉스 로드처럼 갑주를 통해 다시 부활하는듯한 묘사.)

그나저나 피닉스 로드 갑주는 남성이 입든 여성이 입든 성별이 아예 없는건가..

아니면 강제로 성전환이 되는건가..

아니면 같은 성만 되는 건데 드라자가 사실 기본이 여성이였던건가?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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