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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arhammer40k.fandom.com/wiki/Fulgrim


펄그림 복제

대균열 전, 41st 천년기가 막 시작된 무렵의 어느 시점에,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 소속의 미친 과학자 파비우스 바일은 마침내 프라이마크들 중 한 명을 제대로 복제 배양해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가 복제하는데 성공한 프라이마크는 그의 군단 프라이마크이자 그의 유전적 아비이기도 한 자였으니, 바로 펄그림이였지요.


그가 만들어낸 펄그림은 이전까지 그가 만들어냈던 다른 전작 펄그림들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번 복제 펄그림은 그야말로 완벽한 복제품으로, 슬라네쉬에게 타락하기 전 원형의 펄그림 그 자체였지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바일은 일전에도 이미 다수의 시도를 통해 복제 펄그림들을 이미 많이 만들어냈고,

그들 전부는 배양되자마자 타락된 상태로 나왔었는데, 이번 복제 펄그림은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상태로 완성되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심지어 창조자인 바일조차도 알 수 없는 의문이였지요.


어쨌거나 황제가 프라이마크들을 처음 창조했을 때의 그 특징 그대로,

바일이 만들어낸 펄그림의 새 화신 또한 순식간에 성장하였습니다.

게다가 황제는 그의 자손들에게 유전자 유전적 기억력이라는 재능을 선물하였기 때문에,

이번 펄그림 복제품 또한 그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실제 겪어보지도 않은 위대한 성전과 호루스 헤러시에 대한 모든 사건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여기서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번 펄그림은 순수했을 적 펄그림 그대로였고, 따라서 헤러시 기간의 모든 전쟁 사건들 간 자신의 원본이 저질렀던 행위들과

결과적으로 카오스로 타락해버린 선택을 전부 깊게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요.

이에 따라 자신이 저질렀던 그 모든 죄악들, 특히 페러스 매너스를 살해한 것과 황제의 대의를 배반한 짓을 반드시 속죄하겠노라고 맹세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바일은 복제품이 앞으로 행하려는 행위들이 영 뒷감당이 안 될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고,

결국 도중에 복제 펄그림을 배반하며 그를 트라진에게 팔아넘겼습니다.


그리하여, 도합 18,000개의 타락 전 순수했던 엠퍼러스 칠드런의 진-시드 샘플들을 대가로 바일은 자신이 만들어낸 부활한 프라이마크를 네크론 오버로드의 콜렉션에 싸게 팔아넘겼습니다.

배신당한 프라이마크는 그대로 트라진의 툼 월드 솔렘나스의 행성 단위 은하계 박물관에 양도되어, 새로운 역사적 은하계 인물들 중 한 명으로 전시되었지요.


군단원의 순수한 진-시드들을 넘겨받았다고는 해도, 이는 엄청나게 아쉬운 거래였습니다만

바일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이 복제 펄그림이 열정적으로 그의 원형(지금은 악마가 되어버린)의 행위들을 저주하며 비난한다고는 해도,

결국엔 원형과 완벽히 똑같은 복제품이였기 때문이였습니다.

이번 펄그림은 본질적으로 완벽히 일치하는 복제품이였고, 

그렇다는 건 자신의 아비가 했던 그 모든 실수들과 멍청하기 그지없는 선택들을 또 반복해버릴 것이라는 것이 바일의 예상이였지요.

과거의 잘못된 선택들로 자신이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릴 것이 분명했기에 바일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외계인에게 넘겨야만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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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군대가 함교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가 창조한 이들. 허나 지금은 모두 펄그림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그들은 펄그림의 명에 따라 목숨까지 바칠 터였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거지? 아아, 난 어째서 그토록 눈이 멀어 있었는가?


'이들은 네게 무엇이더냐, 전사들?'


'그렇습니다,' 펄그림이 답했다. 질문의 의도가 다소 혼란스럽다는 듯이.


'당신의 전사들이지요. 저는 당신의 이름 아래 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리하라 시키더냐?' 그는 당장에라도 자신이 만들어낸 충성스러운 군단 마린들에게 니들러 바늘총을 박아넣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단 한발도 쏘기 전에, 펄그림이 더 빨리 움직여서 자신의 팔을 뜯어내는게 더 빠를 테니까.

프라이마크들은 결국 추종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였다.

아주 강한 존재들이 아니고서야, 결국엔 그들에게 복종하고 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토록 많이 죽었고, 이토록 많은 연구가 낭비되었는데

결국엔 펄그림의 복제품이 이제 전사들을 가지고 놀게 되는 결과나 만들고 만 것이다.


'내 말했을텐데. 조용히 은신하고 있으라고. 눈 밖에서 조용히 기다리라고.'


'파비우스,' 알케넥스(전 피닉스 가드 소속 군단 마린. 이전 타락 전 군단을 아직도 그리워함.)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이런 상황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것만큼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어.' 그의 시선은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와 감탄 속에 복제 펄그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이런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냐?'


'그게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냐?'


'모르겠나 파비우스? 이 기적이 모든 것을 다시 바꿀 것이다.

프라이마크께서 돌아오신 것이 아니더냐! 페니키안 또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라고!'


'그리고 그 자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테지.' 파비우스가 알케넥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조심하는게 좋을게다, 플라비우스. 무엇보다도, 네놈이 지금 하려는 말에 대해서 지금의 그 자(원형)는 절대 용서치 않을테니.'


알케닉스가 강한 부정의 의미로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더냐. 이것, 아니 이 분께서는 지금 존재하신다.

그리고 나는..아아, 제 말의 무례함을 용서하소서.' 알케닉스는 갑자기 두 무릎을 꿇었고, 함교 바닥의 철망 위로 묵직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그는 헬멧까지 벗었고, 두 손바닥으로 검까지 펄그림에게 바치며 완전한 순종의 모습을 보였다.

펄그림은 아름답게 웃었고, 그 모습을 본 순간 파비우스는 옛 '페니키안'의 망령이 눈 앞에서 살아난 것만 같은 아찔함을 느꼈다.

그는 완벽한 펄그림 그 자체였다. 오래 전 사라진 케모스 행성의 영웅 같은게 아니라,

진정한 펄그림. 거짓 약속들에 너무나도 손쉽게 넘어가버리는, 그런 오만한 생명체 말이다.

자신의 완벽함만을 높게 여기고, 수많은 아들들의 목숨을 팔아먹는 그런 괴물 같은 존재.


'내 너를 용서하리라, 내 아들아,' 펄그림이 부드럽게 말하며, 인자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희 모두를 내 용서하리라, 길을 벗어난 불쌍한 내 아들들아.' 그러고서는 알케닉스의 어깨에 한손을 올리며 말했다.


'나는 너를 아직도 기억한다...파비우스 알케닉스. 너는 비자스 행성에서 나와 함께했었지.

난 아직도 기억한단다.'


알케닉스가 감격에 젖어 펄그림의 손을 잡으며 황홀감에 울먹였다.


'맞습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맞습니다. 저는 그 때 그 자리에서 당신과 함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따랐었나이다.

저는...저는 당신께서 이끄신 모든 길을 따랐나이다.'


펄그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면 이번에도 나를 따라줄 것이냐, 나의 아들아?'


'저의 프라이마크이시여!' 알케닉스가 말했다.


'당신께선 저희에게 다시 돌아와 주셨나이다.' 파비우스는 그가 질질 짜는 모습을 혐오스럽게 지켜보았다.


'맞습니다, 예 저는 당신을 따를 것이나이다. 당신을 다시 따르겠나이다.'


급기야는 그들 주변의, 알케닉스 휘하의 다른 엠퍼러스 칠드런들 또한 두 무릎을 꿇기 시작하며

감격과 열망의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펄그림은 이제 파비우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유전자-십일조, 파비우스 선생.' 그가 이어서 말했다.


'아직 안전하더냐?' 그의 두 눈은 새로운 힘과, 이 순간 새롭게 얻은 자각력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그가 마침내 모든 진실을 되찾은 것만 같았다 파비우스는 이제 더 이상 그의 눈빛을 버텨낼 수 없었다.

대신 간신히 대답을 몇 마디 읊조릴 수 있을 뿐이였다.


'그건 잘 있지,' 그의 목소리는 이제 쉬어 갈라지고 있었다.

마치 어떤 거대한 절벽의 끝자락에 데롱데롱 메달린 기분이였고, 단 한 걸음만으로도 끝없는 무저갱으로 빠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공한 것이겠구나,' 펄그림이 말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태어나리라, 나의 아들들아. 우리는 다시 일어서리라.

은하계 또한 우리와 함께 다시 부흥하리라, 반드시 그리해야 했던 것처럼.'


그의 목소리들은 이제 함교 전체를 부드러운 천둥마냥 뒤흔들고 있었다.

파비우스는 참을 수 없는 압력에 뒤로 물러났다.


그는 트라잔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거래 조건을 좀 바꾸지. 내 클론 복제품 대신, 저걸 가져가라.' 그가 빠르게 말을 건냈다. 

스스로도 그 말을 내뱉었다는 것을 믿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건낸 제안이였다.

그의 안에서 무엇인가가 절망 속에 비명을 질렀지만, 그럼에도 그는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였다. 반드시.


그 순간 펄그림이 당혹스러움 속에 파비우스를 바라보았다.


'무어라 한 것이냐? 파비우스 선생?' 그가 파비우스에게 한걸음 다가갔고, 파비우스는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펄그림은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혼란감에 휩싸인 모양이였다.

그는 파비우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겠지.

왜냐하면 그는 펄그림의...완벽한 과거니까.


'아니됩니다, 은혜 베푸는 자이시여.' 이고리(파비우스의 돌연변이 시종)까지 그의 망토 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며 말했다. '이러지 마세요.


'반드시 해야 한다. 너를 위해서라도.' 아니 모두를 위해서라도, 그는 이제사 모든 것을 명명백백히 볼 수 있었다.

광기가 여기 퍼져버린 것이다. 자신까지도 포함해서.

파비우스 바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복제 펄그림의 모습에, 자신 또한 '옛날의 실패들'에 현혹되기 직전까지 밀려났음을.

하마터면 우리의 미래를, 피닉스의 부활이 만들어낼 대 참극과 염화 속에 전부 날려버릴 뻔 해버린 것이다.

그의 위대한 작업들, 그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갈 뻔한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버텨온 모든 이유들, 지금껏 싸워온 그 모든 가치가 지금 그의 앞에 선 저 존재에 의해 망가질 뻔한 것이다.

이고리...그의 위대한 신인류 창조 계획... 그 모든 것들이, 펄그림에게 무릎 꿇는 것이 마음 속으로 떠올랐다.

파비우스는 그 모든 것들을 싹 다 마음 속에서 지워버렸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참으로 흥미로운 제안이구만.' 트라잔이 프라이마크를 응시했다.


'하지만 난 아주 오래 전에도 이와 비슷한 존재를 내 수집란에 넣을 뻔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지.

이번에는 확실한건가?'


'네놈은 그를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 파비우스가 발을 올리며 자신을 가로막은 이고리(파비우스 바일이 만든 인조인간 시녀)를 치워냈다.


'난 그가 무언가 쓸 부분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그 판단은 단단히 틀렸었다.'


펄그림은 그 말에 주춤거리며, 경악 속에 눈을 크게 키웠다. 

그의 손에는 이미 검이 쥐어져 있었다.


'나의 스승이여, 그게 무슨 말이더냐? 내 이 모든 것을 너를 위해 행하였거늘.

마음에 들지 않았던거냐? 내가 지금 한 것이 무언가 잘못된 것이더냐?'


'전혀' 파비우스 바일이 답했다. 그 말은, 바일에게 있어서는 씁쓸하기 그지없어 마치 독처럼 느껴졌다.


'넌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내가 널 만든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였던 거야.

그러니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것일 뿐이다.'


알케넥스(엠퍼러스 칠드런의 마린. 피닉스 가드 중 하나였다.)가 다급히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파비우스 ㅡ 네놈이 도대체 무슨 악마의 거래를 이 외계인 놈과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당장 멈춰라.

제발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 어째서 이러는거냐. 지금까지 우리들이 잃은게 무엇이든 간에, 제발 이것만큼은...'


파비우스는 그를 무시했다.


'가버려라, 트라진. 그를 데리고 가, 제발 빨리 데리고 꺼지라고.'


'제발, 이분을 이대로 떠나보내게 해선 아니된단 말이다, 파비우스!' 알케넥스가 소리쳤다.


'제발.' 급기야는 이제 검까지 뽑아들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 이 거미 같은 자식.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거냐!' 펄그림이 몸을 돌려, 알케닉스를 말리려 했지만

알케닉스는 이미 몸을 날린 후였고 표정에는 무시무시한 결의가 가득했다.

허나 칼이 막 파비우스의 목에 떨어지려는 그 순간, 트라진은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고

그 순간 함교 위 파비우스를 제외한 알케닉스와, 다른 엠퍼러스 칠드런의 마린들을 비롯한 펄그림까지 전부가 얼어버렸다.

그들은 마치 살과 피가 아닌, 석상들처럼 완벽하게 얼어버렸다.

프라이마크는 여전히 얼굴 위로 복잡한 표정을 담고 있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자신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인가로 견책을 받은 순간처럼.


트라진이 펄그림의 모습에 감탄하며 다시 한번 감탄사를 내뱉었다. '거 참 잘 만들었군.'


파비우스는 트라진을 노려보았다.


'가져가고 싶다면, 이 나머지 놈들도 다 덤으로 가져가버려라. 

이 바보 같은 자식들이 그와 함께 하고 싶어하니, 놈들도 좋아할테지.

네놈 입장에서도 참 좋을걸? 네놈의 빌어먹을 새 콜렉션 제목을 한번 구상해보라고, 어때? '프라이마크와 그의 충성스러운 똥개 새끼'라던가'


'참으로 그럴싸한 제목이야, '복제 군주' 네가 만든 이 복제품은 참으로 훌륭하다.

내 콜렉션에도 참 좋은 새 전시품이 되어주겠군.' 


트라진이 다시 파비우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가 원했던 것은 이미 이 함선의 화물칸에 전송되었다. 찬사와 함께, 기꺼히 그대에게 바치도록 하지.'


'정말로 고맙군. 이제 내 함선에서 제발 꺼져라.'


트라진이 그 말을 듣고는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는 참으로 조롱기 가득하고, 마치 가래가 끓는 듯한 그런 기계적인 소리였는데

그 웃음소리가 사라진 순간 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복제 펄그림과 그에게 충성을 바친 멍청이들 또한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파비우스만이 살아남은 글랜드-사냥개들(바일의 돌연변이 노예들)과 함께 함교 위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였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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