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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먼이 눈을 돌린 순간 한 명의 자매가 눈 앞에서 참살당했다.

그녀가 절단 중이던 구조물들 속에서 왠 칼붙이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그녀를 그대로 관통하며 한 3미터 정도까지 허공에 날려버렸고

직후 그것은 황동 기둥 하나와 섞이며 마치 조직체마냥 꾸물거리고 똬리를 틀면서

스스로를 더 치명적이고 위험적인 무언가로 재구축하기 시작했다.


'악마다!' 막심이 외쳤다.


그 순간 파괴된 시계 안에서부터 밀도 높은 영적 에너지의 파동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역한 훈풍이 사방으로 훅하고 퍼져나왔다.

그 힘에 의해 벽에 걸린 황제의 석상이 달그락거리면서 신성모독으로 더럽혀진 벽면에 계속해서 부딛히다가,

이내 자리에서 떨어지며 바닥 위로 떨어지며 부셔졌다.

라이브러리안들이 기겁하며 온 힘을 집중하였으니,

그들의 이지스 후드들이 사이킥 증폭 속에서 뜨겁게 빛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봉인한 채로 버틸 수가 없ㅡ균열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엄청난 힘에 곧 그는 뒤로 밀려나며, 비틀거렸다.

싸이킥 역류가 만들어낸 번개들이 사방으로 펼쳐지며 대성당의 기둥들을 마구잡이로 강타하고 있엇다.

커스토데스들은 무릎을 꿇어가면서 억지로 버티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초자연적인 강풍 현상에 밀리기 시작하며 그들의 군화가 바닥을 긁고 있었다.

길리먼조차도 황제의 검을 바닥에 꽂아넣은채로 억지로 버텨내고 있었다.

검의 날에서 나오는 화염이 바람에 밀리며 그의 주변을 감싸면서

마치 황금의 방어막처럼 그를 지켜주었다.


눈 앞에서 천둥 번개가 사방으로 펼쳐지며, 곧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만들어진 균열의 탄생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묵직하고, 끈적끈적한 형체없는 존재가 기어나오며 곧 부셔진 시계 사이로 사라졌다.

그 뒤를 따라 길게 이어진 점액같은 흔적들이 이어지며 곧 시계들의 잔해를 뒤덮었는데,

그것의 손길이 닿는 족족 부품들은 모두 녹색으로 물들다가 이내 검게 푹 썩어들어가며 녹아들어갔고,

그 녹은 액괴들은 자연법칙을 넘어선 초자연적 움직임을 보이며 서로 뭉치더니 이내 어떤 거대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혐오스러운 존재로 스스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곧 시계 파편들과 부셔진 선돌 위로 검고, 끈적한 마치 기름과 같은 피부를 가진 거대한 존재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악마는 몸을 일으켜 세움과 동시에 남은 시계의 잔해들과 선돌까지 게걸스레 몸에 집어넣고는,

어떤 인간형 존재의 형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아주 끔찍한 형상으로, 가슴팍에는 아직도 돌아가는 태엽들로 만들어진 장기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으며,

온 몸을 구성하는 섬유질 근육들은 검게 반짝이는 옅은 피부 아래서 꿈틀대고 있었다.

몸 구석 구석에서는 놈이 흡수한 금속 조각과 돌들이 꾸물거리며, 안에서 천천히 부식되어 융해되고 있었는데

그 반투명한 몸 안에서 황동과 청동 조각들은 곧 녹색으로 시들어 놈의 끔찍한 덩어리로 추가되었으며,

바위는 그대로 달라붙어 한층 더 강렬하게 기괴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놈의 두 팔들은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성장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손가락들은 곧 아주 길고, 안으로 꺾이는 가시들처럼 변하며

곧 두 팔 전체가 마치 박쥐의 두 날개들과 같은 외형을 만들어내었다.

짧지만 강하게 구성된 뒷다리들은 썩어문드러지는 덩어리 뒤편으로 튀어나와 있었으며,

얼마안가 두 날개를 지탱하기 위한 거대한 어깨들까지 형성되자 놈은 천천히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놈이 다가오자, 부자연스럽게 형성된 뼈들이 서로 갈리며 마찰음을 내었다.


거대한 몸을 비틀비틀 절뚝거리며, 시계의 악마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머리 위치에, 놈은 머리 대신 숲 속에 오랬동안 방치된듯한 말과 같은 눈 없는 해골을 달고 있었는데,

녹색에 회색이 섞인 그 두개골은 살점이 떨어져나와 덜렁덜렁 메달려 있었으며

드러난 뼈 표면 위로 벌집 형태의 골수 세포가 눈에 드러났다.

놈은 박쥐 날개마냥 길게 자라난 손가락들을 쥐며 걸어왔는데,

그 손들은 아직 실질적인 막이 없어서 날개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했다.

전체적으로, 놈은 아직 절반 정도만 완성된 모양이였다.

놈이 걸어올 때마다 기름진 가죽이 생성되어 점차 가죽질의, 썩어가는 피부로 변하고 있었으며,

부패의 끔찍한 악취가 대성당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는 모든 공기의 흐름이 일순만에 그쳤다.


'사라져라, 악마!' 길리먼이 고함을 내지르며, 바닥에 꽂힌 검을 들어올려 경고했다.


'나는 '잃어버린 순간'의 콰라마르다.' 악마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거슬리고, 음흉하기 그지없었으며

기묘하게도 어디에서나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동시에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운명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마지막 주시자.

너글 신의 총애를 받는 이들 중 15번째.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시간의 멸망을 본 자이며,

이 증오스런 우주가 축복받은 엔트로피 속에 부패하고, 카오스가 그 속에서 새롭게 피어날 그 때의 마지막 우주 원자 하나가 소멸하는 그 순간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네 처형자로 여기 모습을 드러냈다.

'저주'가 만든 혈육이여.'


'함정입니다!' 티그리우스가 소리쳤다. 그는 손을 들어올리고는, 워프 라이트닝 번개를 놈에게 토해내었다.


'저 놈을 쓰러트려라!' 동시에 콜퀸이 소리쳤다.


마치 하나인듯, 프라이마크 무리가 일제히 놈을 공격했다.

볼트탄들이 쏟아지며 악마의 초자연적 육신을 강타하고, 싸이킥 힘이 놈을 옥죄였다.

허나 악마는 그저 전진할 뿐이였다. 놈의 본질은 그 거짓된 육신에 여전히 튼튼히 빙의되어 있었다.

그러고는 놈이 주변 현실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기 시작하자, 온도가 급속도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놈에게 쏟아진 총알들은 마치 물 속에 떨어트린 자갈들마냥 흐지부지 사라졌고,

그저 허공에 잔 물결들만을 남기고는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놈이 그 말머리를 뒤척이자,

마치 해초 누더기들 같은 역겨운 말갈기가 사방으로 흩날리며 그 안에 숨겨져 있었던 말해골을 그대로 드러났다.

그 머리통을 향해 쏟아진 라이브러리안들의 천둥 번개와 화염들은 놈이 갈기를 턴 순간 모조리 흩어지며,

대성당 주변의 빈터들만을 날려버렸다.

괴물은 다시 전진했고, 이제는 접근하는 순간마다 거대해지는 것 같았다.

직전까지 놈의 피부는 거칠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으며, 갈빗대들이 그 반투명한 피부 아래서 은은히 빛나고 있었지만,

겨우 1분이 지나자마자 그 피부는 부드럽고 유연하게 재생되며 마치 유아의 것처럼 변하였으며,

그런 식으로 놈은 앞으로 걸어오는 순간마다, 마치 오랜 지구 설화 속 환상수인 드래곤마냥 순식간에 노화되었다 죽었다,

다시 늙었다가 죽었다가를 눈 앞에서 수번씩 반복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악취를 풍기는 그 기괴한 말 해골 머리통 뿐이였다.

머리 부위에 달린 그 기괴한 말 해골은 놈의 육신이 어리게 재생되던 혹은 부패 속에 삭아 시들던 상관없이 그저 그대로였다.


콰라마르가 낄낄 웃었다. '너는 내게 아무런 해를 미치지 못한다. 나는 시간의 종말이다.

나는 우주 만 부패의 마지막 순간이로다.'


놈은 어느새 길리먼을 호위하는 제국 전사들 앞까지 다가왔는데,

거리가 가까워지자 놈은 그 긴 머리를 앞쪽으로 구부리고선

그들을 면도날 가득한 자신의 해골 아가리턱에 넣으려는듯이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선 다시 깊은 숨결을 토해내었는데, 풍압이 어찌나 강력하던지 모두들 기겁할 정도였으며,

일부 하위 라이브러리안들의 경우 머리를 보호하는 이지스 후드들이 바람 속에 일제히 폭발을 일으켰다.

그들은 통제 불가능해진 자신들의 힘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였는데,

살아남은 이들은 그들의 두 눈구멍에서 작열하는 백색의 영혼들이 불타오르는 것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콰라마르의 아가리 속에서 역겨운 점액이 터져나왔는데,

점액에 섞인 역겨운 오물, 구더기들과 온갖 종류의 혐오물들이 사방에 뿌려지며 주변을 안개 증기로 뒤덮었다.

그것들이 갑주에 닿으면, 금속은 녹아버렸으며 

금속에 이어 살까지 전부 녹아흘러내리며 전사들이 하나둘씩 추가로 또 쓰러졌다.

그들의 잔해가 녹아내어 만들어진 점액이 미끄러지고 서로 뭉치며 웅덩이를 이루었고,

그 안에서 어떤 역병 걸린, 올챙이배를 자랑하는 기괴한 불멸자들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플레이그베어러.

대성당 사방에서 플레이그베어러들이 죽은 이들의 액체 웅덩이 안에서부터 천천히 걸어나오니,

악마들은 완전히 구현되지도 않은 주제에 지옥의 숫자 계산을 쉴새없이 웅얼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콰라마르가 근육으로 가득한 양 뒷다리를 일으켜 세우며,

막 없는 박쥐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두려워하라, 나는 부패의 용이오, 역병을 손에 쥔 자이자, 만 최후의 주인이다.

나는 시간의 죽음이다!' 놈이 말했다. 


'고로 나는 전능하도다.'


콰라마르의 공격이 마침내 시작되었다.


대성당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날뛰는 인간과 여성들로 인해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전장이 되었다.

악마가 내뿜는 안개의 숨결은 전사들의 호흡 장치조차 부식시키며,

목구멍들과 폐들을 괴롭혔다.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와 어뎁투스 커스토디스의 강화 초인 전사들은 그나마 버텨내며,

초인의 육신들로 악마의 독에 저항할 수 있었으나

심지어 그들의 다중 폐들조차도 생존을 완전히 보장할 수는 없었다.

울트라마의 크림, 빅트리스 가드 소속의 몇몇 병사들은 이미 콰라마르의 독숨에 숨이 멎은 상태였다.

침묵의 자매들이 악마 용에게 달려들어, 검들을 일사분란하게 휘둘렀다.

그들의 무혼적인 아우라가 악마의 존재감을 왜곡시켰으나,

놈은 그들을 내치거나 혹은 거대한 말 해골 아가리로 낚아채니

마치 가위와 같은 이빨들로 그들을 반으로 잘라버렸다.

커스토디언 가드들 또한 놈에게 돌진하여, 수호자 창들을 휘둘렀으나

용이 날개 사지들로 강하게 밀쳐내자 그들의 공격은 허무하게 막혀버렸고,

심지어 길리먼이 그들에게 퇴각을 명령하기도 전에 단 짧은 순간만에 그 가장 전능한 전사 집단 중 한 명이 놈에게 살해당했다.


'그만! 저 악귀는 그대들의 능력 범위 밖이다. 물러나라, 명령이다! 내가 놈에게 맞서겠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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