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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4.02 [10th] 퍼라이어 넥서스 - 네크론 단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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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10th Crusade: Pariah Nexus Rulebook

 

오버로드 악토멕Akthomek은 제국 방어선을 향해 거만하게 걸어갔다.

인간들은 계곡의 남쪽 경사면에 위치한, 한때 웅장했던 요새 방어선들의 다 부셔지는 마지막 폐허들 속에 숨어있었다.

회색빛 구름 아래, 악토멕의 사우테크 군단은 계곡면을 향해 진군했다.

수일 전, 계곡의 북쪽 끝에 위치한 방치된 댐이 유출되었기에,

네크론들은 발목까지 잠기는 계곡의 진창을 건너야만 했다.

 

그러나 악토멕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네크론들의 안드로이드 신체는 하위 종족들의 저급한 기술들과는 격이 달랐으며,

이런 정도의 진창을 건넌다 한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러나, 상황 자체는 그리 좋지만도 않았다.

악토멕은 팔랑스의 심장에 위치하고 있었고,

리치가드들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분산 방패들로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그와 그의 경호원들은 단단히 제조되었고,

끝임없이 관리된 신체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물의 흐름조차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양쪽에 있는 그의 전사들에게는 다소 다른 이야기였다.

비록 악토멕의 보병들이 그의 통제 아래 최상으로 유지되고 있었지만,

그들의 절뚝거리는 걸음은 계곡 바닥의 물과 질퍽이는 진창 아래 방해받고 있었다.

따라서 악토멕과 그의 엘리트들은 보병들에 맞추어 걸음걸이를 조절해야만 했고,

이는 그의 성급함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남쪽 경사로의 인간 방어선들에서는 불꽃이 쏟아지고 있었다.

인간 특유의 무식하게 큰 방어진지들은 반쯤 붕괴되고,

녹과 이끼들이 가득했지만 여전히 단단한 벽 잔해들은 네크론 측의 가장 강력한 화력들까지도 막아주고 있었다.

악토멕은 인간들이 그 저급한 본질에도 불구하고,

지리를 잘 사용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경사면의 가장 잘 엄폐되는 지형에 야포들을 숨겨놓고,

짜증나는 정도의 정확성으로 네크론 보병들을 향해 로켓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들의 보병들은 계곡면 사방의 좋은 사격지점들에 숨어있었고,

보유한 화력도 충분한 듯 보였다.

 

악토멕 입장에서 더 짜증나는 점은,

인간들이 일명 '스페이스 마린들'이라 부르는 일련의 전사 무리들의 존재였다.

짙은 청색의 갑옷에 강력한 휴대무기로 무장한 이 덩치 큰 놈들은-

이미 남쪽 경사면으로 향하던 악토멕의 첫번째 전사 물결을 박살내었으며,

심지어 지금도 강력한 화력으로 그와 그의 리치가드를 저격하려 하고 있었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악토멕은 마지막 도피처에 숨은-

물에 푹 젖은 너덜너덜한 것들을 빠르고 영광스럽게 진군하여 전멸시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진군은 깔끔하고 자비로운 처형이 되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자신이 적들을 과소평가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머리 위를 떠다니는 카파텝Kapatep의 불길한 시선이 주는 아찔한 감각은-

그의 기분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전투가 개시되기 전부터, 이 플라즈맨서는 그가 새롭게 발명한 열중량적 전멸기들을-

인간들에게 실험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악토멕은 트라이아크들의 명예의 규율들과 침묵의 왕이 제정한 칙령들을 준수하는 자였기에,

그러한 끔찍스러운 기술의 사용과-

그가 생각하기로는 불명예스러운, 과잉 살상을 금지하였다.

 

카파텝은 고의가득한 악의 아래 플라즈마 화력의 화망을 인간들에게 쏟아내고 있었는데,

악토멕은 플라즈맨서가 전반적인 상황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건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

악토멕 또한 별로 달갑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저렇게 하찮은 적들에게 이렇게 고통받는 것이 달가울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책무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무뎌지는 것은 정당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악토멕은 그의 빛의 지팡이를 들어올려,

정당한 귀족의 자세를 취하며 일련의 프로토콜 명령들을 하달했다.

 

> 영광스러운 왕조의 하급 무리시종들은 대형을 산개하여,

적들의 하찮은 시도들을 분산시켜라.

지체 없이 모든 전선에서의 공격을 진행시켜라.

그대 주인의 칙령일지어다.

 

> 영광스러운 왕조의 주인의 가장 가치있는 조언가인,

테칸의 이모라트리아크 '카파텝'은 들어라.

그대의 분노를 적들의 하찮고 겁쟁이스러운 대포들에게 풀어라.

그대 주인의 칙령일지어다.

 

> 창공에서 대형을 이루어 그대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던,

우주적 정복의 날쌘 기마들은 들어라.

이제 그 명령이 떨어질 때가 왔노라.

웅장한 분노로 강하하여, 이 적들을 무지와 잘못된 용기의 죄의 대가를 치루게 하라.

그대 주인의 칙령일지어다.

 

프로토콜이 하달되자, 악토멕은 그의 리치가드에게 다시 전진할 것을 명령했다.

기대감이 섞인 만족감이 이전까지의 짜증을 대체했다.

오버로드는 사우테크 왕조의 강력한 군단들이 침묵의 왕의 적들을 무너트리는 장면을 보며-

즐거움을 받는다는 것에 조금의 수치심도 느끼지 않았다.

 

잠시동안은, 전투는 이전에 진행되었던 것처럼 진행되었다.

네크론들은 이전과 똑같이 진창을 가차없이 건넜고, 적들에게 가우스 화력을 쏟아내었다.

인간들이 화력을 쏟아내고, 그들의 폭격 아래 화염과 진창이 사방에서 분출했다.

 

그러다가 반중력 구동기들의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전장 위 구름을 가르며 어두운 형체들이 살인적인 속도로 강하했다.

둠사이드 편대 하나가 지상으로 강하했고,

그들의 곡선형 몸체가 하늘에서 잠시 반짝였다.

그들 뒤편으로는 한 무리의 툼 블레이드들이 내려왔는데,

그들의 그림자는 마치 너덜너덜한 죽음의 장막처럼 전장에 드리웠다.

 

적들의 사격이 뒤따르며, 새로운 공격자들을 하늘에서 요격하려 했지만,

악토멧은 그들의 수고가 허투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만족감을 느꼈다.

네크론 전투기들은 물이 넘친 계곡 위에서 프랙탈 공격 벡터를 유지하며 정지했다가 급상승했는데,

그러한 기동에서 발생하는 관성은 살과 뼈로 된 생명체들이라면 극소수만이 버틸 수 있을 터였다.

악토멕의 우주적 정복의 전차들이 그의 보병들을 지나,

기총소사를 쏟아붓자 사방에서 물이 튀었다.

 

둠사이드들이 데스 레이 광선들을 쏟아내자,

고인 물웅덩이들과 악토멕의 보병들의 눈들 속에서 광선들의 진홍색 빛이 반사되었다.

에너지 광선들은 계곡 경사면을 무너트리고, 요새 구조물들을 붕괴시켰으며-

마치 파편탄들마냥 터지게 만들었다.

인간 시체들이 허공으로 치솟고, 검게 그슬린 숯불들이 되어 재와 함께 흩어졌다.

악토멕의 뛰어난 시각적 예리함은 그 어떤 유기체 조직의 감각기로도 따라잡지 못할,

뚜렷한 해상도로 그 모든 장면들을 담아내었다.

 

둠 사이드들이 한차례 공격을 퍼붓고 다음 기총소사를 위해 상승하는 동안,

툼 블레이드들이 공격에 나섰다.

적들의 모습에 즐거워하던 악토멕은 적 스페이스 마린들이-

성가시게도 자신의 툼 블레이드들을 향해 날카로운 화망을 토해내어,

그중 일부를 공중에서 폭사시키자 살짝 불쾌감을 느꼈다.

툼 블레이드 한 대가 벙커 벽으로 곤두박질치며 떨어지고는,

녹색 화염과 함께 폭발했다.

다른 하나도 매연과 함께 추락하며 언덕쪽의 큰 바윗덩이에 박아 폭발했다.

 

그러나, 나머지는 인간 측 방어대형들을 쓸어버리며-

적 방어자들을 녹색 광선으로 휩쓸었다.

악토멕은 최전방의 전사들이 이제 육중한 걸음으로 물을 뚝뚝 흘리며,

진창에서 벗어나자 승리의 기분을 느꼈다.

교전의 마지막 순간이 이제 코앞에 놓여있었다.

 

그때, 또다른 기계들의 포효음이 들려왔다.

그 거친 음질 덕분에, 인간들이 만든 조잡한 기계들임이 분명했다.

악토멕은 불운하게도 완벽한 시야 덕분에, 3기의 조잡한 적 기체가 계곡으로 강하하여-

그가 아끼는 전차들을 요격하는 것을 뚜렷하게 보아야만 했다.

둠사이드 한 대가 공중에서 터지고, 난자당한 몸체는 그대로 떨어져서 계곡의 북쪽 경사로에 충돌했다.

다른 한 기는 심한 피해를 받아 기체에서 에메랄드빛 매연을 토해내며,

비틀거리는 비행호를 그리며 철수해야만 했다.

3번째 둠사이드는 코앞에서 달려드는, 스페이스 마린들과 같은 색상을 지닌-

진청색을 두른 적 기체를 피해냈다.

직후 그 둠사이드는 급상승 반전 비행으로 편대 대형의 뒤편으로 따라왔고,

테슬라 디스트럭터들로 천둥 번개들을 쏟아냈다.

쏟아지는 사격 아래 적 전투기는 계곡 바깥으로 급상승했고 그대로 사라졌다.

 

기습적인 적 공중 폭격이 차단되자, 인간들은 재빨리 재집결했다.

악토멕은 저들의 열정이 점점 버릇없어지고 있다고 여겼다.

스페이스 마린들의 또다른 탄막 사격이 추가적인 수 기의 툼 블레이드들을 공중폭사시키거나,

혹은 추락하여 폭발하게 만들자, 이제는 소수의 경차량들만이 적들을 공격할 수 있었다.

한 손에는 세이버 검을 휘두르고, 다른 손으로는 너덜너덜해진 군기를 쥔 채로 버티는 한 인간 장교의 지휘 아래-

인간들은 소리를 지르며 경사면 아래로 돌격했는데,

그들은 악토멕의 전사들과 그대로 충돌하며 다수의 사상자를 대가로 그들을 몰아내었다.

 

오버로드는 적들의 버릇없음이 이제는 지나치다는 생각을 가졌다.

직접 싸움에 나서서 몸소 손을 더럽히려는 순간, 그의 몸이 굳었다.

그는 통신이 왔음을 깨달았다.

행성 너머 우주의 공허를 건너 프로토콜 칙령이 그에게 내려온 것이었다.

그것은 트라이아크 프레토리언들의 절대 착각할 수 없는 문양들을 담고 있었다.

통신은 즉각적이었고, 전송된 정보는 마치 수은과 같은 부드러움과 우아함으로 전달되어-

그의 강화된 금속 육신의 정신 구조로도 그 복잡한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찰나의 수고가 필요할 정도였다.

 

통신을 통해, 그는 접합점 매트릭스 어딘가에서, 인간들이 과한 짓을 벌였음을 깨달았다.

이제 그들의 용기는 더이상은 저급한 지성체의 미숙한 응석으로 봐줄 수 없게 되었고,

그 아래 모든 인간 백성들 또한 전쟁에서의 명예로 존중받지 못하게 되었다.

악토멕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마 필요없다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필요한 핵심은 다 알 수 있었다.

하등종족들에게 지켜져야 할 전쟁명예의 규율들이 전부 폐지되었다.

이 적들은 더이상 존중 혹은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어졌다.

 

악토멕은 전장 뒤편의 카파텝이 안달나 있음을 느꼈다.

카파텝도 이제는 그가 자신을 막아세울 이유가 없으며,

궁정 규율의 자제도 끝났음을 잘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악토멕은 그의 추종자들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그는 무지한 인간들이 물러나는 자신의 군대들을 보며 환호하고 깃발을 흔드는 것을 보며,

그들에게 거의 동정심을 느낄 뻔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곧 종말을 맞이할 것임을 악토멕은 알고있었다.

열중량적 전멸기들이 인간들을 쓸어버리리라.

악토멕은 그 기계들의 효과가 자비로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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