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3장 : 타락한 피닉스
'거짓이다,' 길리먼은 생각했다. '거짓! 나는 여기서 쓰러질 수 없다!'
길리먼은 억지로 두 눈을 열었다. 눈을 뜨자, 그는 완전히 쓰러져 있었고 극장의 천장이 보였다.
그의 사지들은 편안할 정도로 무감각해져 있었으며,
독은 온 몸에 퍼져서 기만적인 쾌감이 계속해서 그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캡틴 안드로스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청색의 세라밋 벽이 그를 둘러싸고 보호하고 있었다.
'지금이라고, 젠장 이 놈들 엿이나 먹어라! 지금이라고! 지금 당장 긴급 텔레포트를! 긴급 텔레포트!' 안드로스가 계속해서 포효하며, 볼터건 사격을 쏟아냈다.
패닉 상태구나, 길리먼은 생각했다. 안드로스가 패닉 상태에 빠졌어.
안드로스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음파 무기류 특유의 묵직한 진동이 쏟아졌고,
그의 머리는 핏빛 운무를 뿌리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길리먼 주변에 연쇄 폭발들이 일어나며,
그를 지키는 전사들의 벽 일부가 완전히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은 허공으로 그대로 붕 떠서 내동댕이쳐졌으니,
그의 울트라마린 청색의 파워 아머는 이제 다 깨지고, 피로 가득히 얼룩져 있었다.
필사적인 손들이 그를 잡고 끌면서 어떻게든 무너진 불사조 대문으로 올려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자손들은 길리먼을 어떻게든 잡고 끌어올리려 노력하면서 계속해서 죽어나갔고,
길리먼은 죽은 이들이 자신을 감싸며 쓰러질 때마다 찢겨나간 목에서 격한 통증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피는 길리먼의 기관과 폐들에서 쏟아져나오고 있었기에,
곧 길리먼은 생사를 헤메며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할 지경으로 흘러가고 있엇다.
그는 이제 자신의 피에 익사하고 있었다.
'후퇴! 후퇴하라!'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물러난다!'
'티엘?' 길리먼이 생각했다. 거기 너이더냐?
그는 펄그림의 부드럽고, 악랄한 웃음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나를 구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울트라마린 전사들이 목숨을 잃은 것인가?
그때, 길리먼의 망가진 갑주에서 발생하는 경고음들보다도 큰 기계 종소리가 들렸다.
'위치 고정에 성공했습니다, 군주이시여,' 누군가가 말했다. 길리먼은 그의 귓가로 그의 거친 숨결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힘조차 나지 않고 있었다.
'이제 곧 안전해지실 겁니다.'
길리먼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 노력했다.
그는 수많은 아들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머리 전체가 검은 안개에 휩싸인 기분이였다.
'프라이마크님의 상태가 계속해서 위독해지시고 계시다!' 누군가가 점점 패닉에 휩싸이는 목소리로 다급히 외쳤다.
'텔레포트는 언제 되는거냐! 당장 우릴 여기서 내보내라. 당장 우릴ㅡ'
티엘, 길리먼은 생각했다. 이건 티엘이겠구나.
마침내, 눈부신 빛의 섬광과 묵직한 공기 변위의 굉음이 로버트 길리먼을 그의 형제의 검들에게서 빼돌렸다.
시간이 멈추며, 찰나와 영원 사이를 맴돌았다.
길리먼은 잠시 모든 것을 놓았다.
잠깐동안, 평온함이 느껴졌다.
'ㅡ내보내라!'
포효성이 들리며, 물질화시의 따끔한 불편함이 뒤따랐다.
그는 장막 너머에서 다시 인간 세계로 던져졌고,
텔레포트 갑판 바닥 위로 떨어지며 갑주 부딛히는 소리, 상처의 고통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극악한 혈독은 그의 모든 순환계 시스템을 돌면서 길리먼으로 하여금 새삼 그의 유한성에 대해서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길리먼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죽음이 두려운 것은 아니였다.
다만 그의 죽음이 이 제국에 가져다 줄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안드로스의 말이 맞았었다. 그리고 안드로스는 목숨을 잃었다.
나는 여기서 죽을 수 없다, 길리먼은 생각했다. 죽을 수 없다. 죽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 강력한 정신력을 기울여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헛된 수고겠지.
그의 이성적인 정신은 심지어 마지막 순간에서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필연적으로 다가올 미래를 향해 저항하는 그 순간에서조차, 길리먼은 멈춰가는 자신의 장기들과,
눈가로 점점 짙게 드리워지는 어둠의 고리와 점차 무감각한 평온으로 변하며 두 심장들로 천천히 다가오는 유쾌한 고통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그 과정은 마치 새롭게 건설되는 공공 건물들의 건축 과정 보고서들을 분석하는 그런 기분이였다.
이제는 좁아져버린 시선으로 다른 이들의 얼굴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헬멧들을 벗으며 불안과 공포에 찬 얼굴들을 드러냈다.
'그들은 언제나 나를 기리게 되겠지,' 그가 깨달았다.
나는 이제 죽었다. 지금 죽을 수가, 지금은 안 되는데도.
아직 해야 될 일들이 많이 남았는데. 너무나도 많이, 많이 남았는데.
내가 없어지면 러스가 무슨 일을 벌이겠는가, 또한 칸은?
너무나도 많이 남았는데...
울트라마린들은 아포테카리들을 연신 부르고 있었다.
무언가가 그의 난도질당한 흉갑을 끌어올렸고,
아포테카리의 백색 건틀렛이 그의 흐릿한 두 눈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곧 약물들이 주입되며 그 차가운 경감 속에 펄그림의 독이 만들어낸 절묘한 고통을 잠시동안 몰아냈지만,
그것조차 다시 새롭게 몰려오는 고통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심작 박동은 느려지고 있었다.
시선 위로 번개가 반짝반짝거리고 있었다.
'아버지,' 길리먼이 중얼거렸다.
독에 물든 피가 목에 난 상처 위로 꿀렁꿀렁 올라왔다.
'아버지, 이제 누가 그들을 인도해줄 수 있겠습니다?'
'각하께서 무어라 말하신 거냐?' 비통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분께서 무어라 말하신거냐?'
아버지, 길리먼이 생각했다. 저를 구해주시옵소서.
그의 두 심장이 마지막으로 전율하며, 다시는 뒤따르지 않을 마지막 최후의 박동을 일으켰다.
그의 아들들의 목소리들이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그를 감쌌다.
그의 두 심장은 마침내 활동을 멈추었다.
그에 따라 피의 흐름 멈추었다.
이제 그는 생명의 벼랑 끝에 메달려 있었다.
벼랑 앞에는, 사방을 붉고 흉측하게 물들이고 휘젓는 광신들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무시무시하고 요란스러운 영혼들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 길리먼이 마지막으로 소리쳤지만, 그의 음성은 육신의 감옥에서 해방되었고 아들들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유언은 그대로 묻히지 않았다.
그의 앞에는 차가운 황금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 그것으로 모든 고통 또한 끝을 맞이했다.
울부짖는 영혼들의 바다도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이제는 슬픔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로버트 길리먼은 이제 더 이상 없구나.
우주의 무한함이란 필멸자들의 이해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였다.
엠피리온의 다층겹의 영원성들이란 더더욱 그러하고.
다만 죽음만이 그 모두를 아우를 수 있을 뿐.
ps. 다음에 펄그림 만날 때엔 준비를 더 많이 해야될 것 같네요.
'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11- (0) | 2019.07.26 |
---|---|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10- (0) | 2019.07.25 |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9- (0) | 2019.07.24 |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8- (0) | 2019.07.23 |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7- (0) | 2019.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