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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Tyranid 9th codex

 

무장선원 1등급 샤나 베스코는 파멸 선고된 함선 '클라리온'에서 저 아래 죽어가는 행성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구역 담당부대는 전투 후퇴를 수행하며 수송칸들의 나선형 층계들을 오른 끝에 막사-17층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전투는 치열했다.

끔찍한 포효성들과 우렁찬 샷건 발사음들,

날라오는 발톱들과 고통어린 비명들의 불협화음 그 자체였다.

그들은 결국 성소-17-3까지 도달할 수 있었는데,

거기서 그들은 해치들을 용접하고,

바리케이드들을 치며 저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유기체 악몽들의 물결에 맞서 버틸 것을 명령받았다.

 

외계인들이 여길 뚫는 데엔 그리 오래걸리지 않으리라.

그녀는 그 부분에 있어 확신하고 있었다.

한편, 중위 프'센은 5번 및 6번 분대의 생존자들에게 해치를 지키고,

너덜너덜한 다른 생존자들에게는 레이션들을 먹거나,

기도를 바치거나 아니면 부상자들을 돌볼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돌봄이 필요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운 좋게도, 부식성 생체산성들 혹은 타이라니드들이 쏘아대는 파고드는 유충들에 타격받아 빠르게 죽을 수 있었다.

소수의 운 없는 자들은 후퇴 도중에 당했고,

지금은 성소의 한쪽 벽면에 기대어 신음하거나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늙은 의무병 라스필이 그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하고 있었다.

 

중위는 성가대 골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어둡고 작은 방 안에서,

그는 통신 기계에 대고 빠르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점이 부러웠다.

최소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그녀의 경우, 점검하고 기도하면서 그녀의 믿음직한 샷건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물을 좀 마신 후,

레이션 조각 일부를 좀 뜯어먹었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생각하는 것 뿐이었다.

그녀는 생각하면서,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만약 성소에 외부 창문 포트만 없었더라면, 훨씬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낮은 계급의 선원들을 위한 통상의 다른 성소들과 마찬가지로,

이 성소 또한 함선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외부 창문 포트들- 일부는 스테인드 아마글래스였고, 

일부는 신-황제 영토의 끝없는 우주 광경을 보여주는 깨끗한 유리창이었는데,

베스코는 이 작고 둥그런 유리창들이 무슨 아이디어에서 나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물론 일개 선원-농노들과 갑판층 수병들이 끝없는 무한하고 영광스러운 우주를 볼 몇 안되는 기회이기는 했지만,

그게 만약 원래의 아이디어였다면 지금 그녀가 보고있는 광경은 그 원래의 목적을 완전히 빛바래게 만들고 있다 할 것이다.

 

아마글래스 너머로 보이는 오르티카 II는 거대하고 역겹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행성은 가장 무모한 선장이라도 안전하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우주의 얇은 대기 띠만이 남아, 격돌로 어지럽혀진 행성 대기와 그들을 구분해주고 있었는데,

대기권에서는 대기권 요격기들이 거대한 촉수들 사이를 비행하며,

거의 경순양함 급으로 거대한 키틴질 괴물을 향해 탄환을 소모하고 있었다.

베스코가 격침된 기함이라 느꼈던 잔해들이 오르티카 II로 내려가며,

불타오르는 거대 유성들로 변하고 있었다.

그녀는 골질 갑각으로 이루어진 원뿔형 몸체의 사냥꾼 생명체들이-

우주를 유영하며 찌르는 촉수 다발들을 흐느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주에 뿌려진, 수 마일에 달하는 외계 혈액 방울들 사이로,

거대한 함선 잔해들이 느릿느릿하게 돌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스파크들이 튀며 마치 작은 별같은 빛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현쪽에서 10마일도 안 떨어진 거리에서는,

무언가 갉아먹는 입들, 휘젓는 원생 생물들과 꿈틀대는 살덩어리 낭종같은 것들이-

한 난파된 궤도 방어 정거장을 휘감고 있었다.

 

저 밑, 우주에서의 학살 현장보다 더 아래에서는-

행성의 대기권이 휘몰아치는 구름들로 인해 짙어져 있었다.

마치 행성 전체가 폭풍들에 둘러싸여 부자연스럽게 가려진듯한 느낌이었다.

베스코는 실제로는 저 아래 폭풍 같은 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애초에 기상 현상만큼 자연스러운 건 또 없으므로.

그녀는 귀동냥으로 장교들이 외계인 포자들과 대기권 발아에 대해 떠드는 것을 들은 적 있었다.

처음에 들었을 때엔 그걸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오르티카 II를 통째로 뒤덮은 저 황달과 같은 덩어리를 직접 보게 되니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베스코는 미세한 것들은 볼 수 없었다.

그녀가 타고 있는 이 함선이 격침된 상태로 중력권의 힘에 끌려 계속 행성 대기권으로 내려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오르카 II의 지표면은 그저 색과 모양들이 이리저리 섞인 덩어리로만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행성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검은 반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정신 일부는 그것들을 다르게 해석하고 싶어하고 있었다. 

고의적으로, 그것들을 실상과는 다르게 보고 싶어했다.

너덜너덜해진 그녀의 이성을 붙잡은 그 일부는 그녀가 본 반점들이 구름들,

혹은 우주선들이 만들어낸 그림자들이 만들어낸 반점들이라고 말하고 있었으나,

그녀는 그게 실제는 아님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림자는 이런 식으로 거대한 촉수들을 밀어내며 드러날 수 없었다.

그림자들은 떠다니는 곳 아래의 빛들을 이런 식으로 완전히 어둠에 휩싸이게 만들 수 없었다.

그림자들은 지나는 장소를 완전히 황폐화시킬 수 없었다.

그녀는, 저 그림자들을 만들어내는 생명체들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와중에-

공포와 피로 가득한 죽어가는 행성의 지표면 한복판에 홀로 서있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는-

 

그 순간, 날카로운 비명이 그녀의 정신을 망상에서 현실로 끌어내렸다.

그녀는 정신이 다시 몸으로 끌려 들어오는 듯,

저 아래 어둠의 손아귀에서 다시 깨어난 것을 느꼈다.

그 짜릿한 감각에 그녀는 잠깐 비틀거렸다.

그제서야 베스코는 그 모든 수병 훈련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두 손과 이마로 차가운 아마글래스 창문을 누르고 있었음을 깨달았고,

우주의 냉기 덕분에, 두 손바닥과 이마의 피부에서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한 발의 사격음이 수많은 육체들 아래 덮혀 파묻혔고,

곧 고통과 공포의 울부짖음이 또다시 들려왔다.

베스코는 메디카 라스필이 수병 토마르의 곁에 앉아있다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일어나는 걸 발견했다.

라스필은 그의 자비-기관총의 탄창을 살피고는 다시 총집에 넣어둔 후,

토마르의 플라스텍 모포를 들어올려 얼굴 아래까지 덮어주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 모포를 허접하게 덮어주는 건,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난도질당한 수병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베스코는 토마르가 최소한 죽음 속에 차가운 안식을 얻게 되길 황제께 조용히 기도했다.

그녀는 거의 5년간 이 친구와 함께 복무해왔다.

그가 이렇게 죽음에 따라 무언가 슬픔 혹은 분노가 그녀 마음 속에서 일어났지만,

지금 그녀에게 남은 건 없는 상태나 다름없었다.

샤나 베스코는 자신이 구멍뚫린 함선, 차가운 냉기가 그대로 들어오며-

더 이상 공포 혹은 슬픔조차, 혹은 모든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함선같다고 생각했다.

 

토마르의 신음소리를 억지로 가라앉히려는 듯이,

마치 지옥에서나 들릴법한 짐승들의 울부짖음과 괴음들이 해치 바깥쪽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그리고는 어떤 더 묵직하고 큰 포효성이 들려왔는데,

베스코는 가슴 속에까지 그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는 곧 무언가가 해치문을 강하게 강타했고,

그 충격이 어찌나 강한지 플라스틸 뼈대가 안쪽으로 휘어졌다.

 

또 한번 묵직한 충돌이 일어나자, 해치문 프레임이 안쪽으로 휘었다.

그러자 수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급박하게 임박한 위기 속에, 순간적인 패닉 상태가 풀려버렸다.

베스코는 설계된 사격선으로 급하게 뛰어가면서 생각했다.

이 함선 '클라리온'은 행성의 대기권으로 곤두박질 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물론 그런 최후를 맞이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최소한 그녀나 그녀의 동료들은 그 최후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타이라니드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빠져나갈 구석도 없는 이 방에 갇혔으니,

베스코와 그녀의 동료들은 마침내 모두 전멸할 때까지 싸워야 할 터였다.

이제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은 구석에 몰린 사냥감이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겁먹고 웅크린다면 죽어서도 저주를 받을 터였다.

 

3번째 충돌이 해치를 강타할 즈음엔,

수병들은 이미 사격선을 완성한 상태였다.

그들 한가운데에는 몇 개의 '갑판 청소기'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다중 총구의 라스 무기들은 점점 시끄러워지는 고음을 방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리와, 프'셴 중위의 명령들조차도 점차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사실 그 어떤 소리들도 밖에서 나는 괴물들의 포효성과 울부짖음들의 불협화음 앞에서는 오래갈 수가 없었다.

 

타이라니드들은 마치 하나인 것과 같았다.

수십의 키틴 신체들과 갈아대는 송곳니들과 마치 우주처럼 검은 눈들로 이루어진,

어떤 하나의 막을 수 없는 유기체 물질처럼 움직였다.

괴물들의 선봉에는 거대한 카니펙스가 위치하여 해치를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베스코는 놈의 그 거대한 크기와, 그녀보다도 더 큰 발톱들 및 탐욕스럽게 벌렸다 닫혔다거리는 커다란 집게들에 주목했다.

그 순간, 수병들은 모두 사격을 개시했고, 총구 불빛들이 기도실을 밝혔다.

측면거리 샷건 난사가 괴물들의 키틴 갑각들을 산산조각내고 외계인 살점들을 찢어내었으며,

혈액은 벽들과 바닥 사방에 난무하며 흩어졌다.

눈부신 화망의 난사는 외계인들을 갈아내었다.

혐오스러운 몸뚱아리들이 나가 떨어지고 곧 그보다 더 많은 괴물들의 물결 아래 짓밟여 부셔졌다.

화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많은 물결 앞에서는 절대로 충분할 수가 없었다.

 

수병 베스코는 쏘고 또 쏘고 또 쏘았다.

그녀는 정의로운 조준의 기도문을 소리 높여 부르짖었으나,

자신이 내는 그 목소리조차 지금은 들리지가 않았다.

그녀는 저 쏟아지는 물결 속에서 자신이 무얼 맞추었는지 말할 수 없었지만,

무언가 맞춘 건 분명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토록 많은 괴물들의 해일 앞에서, 하나를 못 맞춘다는 건 다른 의미로 기적이었다.

자신이 공포를 극복했다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그녀는 궁금해졌다.

내가, 공포에 무감각해졌다 생각했었던가?

수병 사격선으로 쏟아지는 타이라니드 물결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 모습은 수십 화기들의 불빛 아래 계속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침내 그 자리에 도달했을 때, 샤나 베스코는 자신이 틀렸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외계인 적들의 완전한 최후의 공포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외계인 물결의 그림자가 그녀를 덮으며,

어둡고 한 편으로는 생기없는 그 수많은 눈들 너머에서 단 하나의, 거대한 지성이 반짝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인류가, 제국이, 심지어 신-황제조차도 별들 너머에 존재하는 이 포식자를 물리칠 수 없을 것임을 확신했다.

 

마침내 타이라니드들이 사격선을 강타했다.

카니펙스가 수병들의 한복판을 짓밟고, 그들을 박살내고 썰었다.

수십의 연기나는 구멍들이 몸뚱아리 전부에 찍혀 있었음에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다.

괴물은 마지막 순간 그 머리통을 아래로 떨궜고,

덕분에 놈의 이마빡에 솟아나온 뿔이 수병 호스틀라를 꿰뚫었다.

카니펙스는 직후 그 머리를 높게 쳐들었고,

비명지르는 희생자를 그대로 허공에 던져버렸다.

호스틀라는 발톱들이 들끓는 물결 한복판에 떨어졌고 그대로 모습이 사라졌다.

무언가가 베스코 쪽으로 튀어나왔는데,

놈은 공격을 위해 칼날 팔들을 쳐올리고, 아가리를 쫙 벌리며 내부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송곳니들을 선보였다.

그녀는 직사 근거리 사격을 가하여 괴물을 저 너머로 나가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두 번째 공격을 막기에는 그녀가 좀 늦었다.

놈은 달려오는 순간 맨스토퍼 탄을 측면에 맞았지만,

그럼에도 비스듬히 기울어진 공격으로 그녀의 이두박근을 잘라내고 그녀의 오른팔 뼈들까지 잘라내었다.

 

베스코 알아듣지 못할 고통의 비명과 함께 뒤로 주춤거렸으나,

남은 한 손으로 여전히 샷건을 쥐고 있었다.

그때 무언가가 옆에서 그녀를 덮쳤다.

덕분에 그녀의 두 다리가 무언가 부글거리는 액체 위에 미끄러지며 밀려났고,

그녀는 그 무언가를 향해 총을 곤봉처럼 마구 휘둘렀다.

그녀의 공격은 쉭쉭거리는 괴물의 면상에 꽂혔고,

이어 그녀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 하였으나-

타이라니드들은 사방에 있었고 그녀의 동료들은 순식간에 줄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중위가 이름모를 괴물의 아가리 턱들에 파묻혀, 통째로 삼켜지는 것과-

메디카 라스필의 머리가 어깨에서 강제로 뜯겨지고,

남은 몸뚱아리는 뜯겨진 목 부분에서 피를 뿜어대면서도 꿈틀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지는 땅을 두들기며 경련하고 있었고, 갉아먹는 벌레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베스코는 죽어가는 행성의 지표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상상할 필요가 없었다.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악몽이 여기까지 올라왔으니까.

마지막 순간, 그녀의 발치 아래로 여전히 사용 가능한 파편 수류탄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온 건-

그녀에게 있어서는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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