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 Liber Xenologis
세폴크라리
버미스 세풀크리스
프레시파이스에서 나는 바룬 12th 연대의 '프라스몬'이라는 이름의 한 밀리타룸 장교가 죽을만치 폭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폭음을 일삼으면서도, 동시에 '키잡이' 술집에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자들을 붙잡고 자신의 연대를 쓸어버린 외계인에 대해 떠들어댔다.
안절부절못하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는 손에 술만 들리면 과거를 떠들고 싶어했다.
그는 내게도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어떠한 반어법 없이 자신은 미쳤다고 스스로 말하면서,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은 테르미아 V에서의 경험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렇게 나는 그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그는 항상 사리분별있게 말한 것은 아니었고,
그렇기에 이야기 흐름이 따른 곳으로 새거나 혹은 엉터리같은 대화들이 이어졌지만,
그의 이야기를 최대한 정리해보자면 먼저 테르미아 V는 재로-뒤덮힌 데스 월드였으며,
해당 행성에 배치된 가드맨들은 모를 이유 아래-
수백 년 이상 동안 거대 매장지들로 활용되면서 마치 버려진 무덤처럼 여겨졌다는 것이다.
거기에 주둔하면서, 바란 12th 연대는 일명 '잿더미 벌레들'이라 불리는 지역 귀신들이 무덤들 속에 거주한다는 루머들을 듣게 되었는데,
그 루머들에 따르면 이 귀신들은 산 자들의 존재만으로도 분노하며,
따라서 산 자들이 찾아오면 벌레들은 지하 묘실들에서 나와- 산 자들을 곧 죽은 자들로 만들어버린다 했다고 한다.
연대의 다른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프라스몬은 '잿더미 벌레들'의 이야기들을 단순한 귀신 이야기로 치부하면서 일축했다.
그러나 수 달이 흐른 뒤, 다수의 경계 초소들에서 귀신들이 실제로 목격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순찰병들을 공격했다는 보고들이 올라왔다고 한다.
프라스몬은 그 귀신들의 습격들이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고,
때문에 연대 병력들은 한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공습군*의 호위 아래 철수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대 대부분은 테르미아 V에서 살아서 나가지 못했는데,
프라스몬은 탈출에 성공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그때 이후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잠들면 세폴크라리의 악몽들에 고문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만났을 떄, 그는 이미 큰 혼란 상태였으며
어떻게 그가 이 블랙스톤 포트리스에 왔고 지금 가토의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건지조차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쯤되면 알겠지만, 프라스몬은 탈영병이다.
그러나 그러한 걸로 따져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이에 따라, 나는 그러한 쓸데없는 질문 대신 그 소위 '귀신'들이 어떤 이유로 자극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깨어진 목소리로 작게 소근거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우주 공항 쪽으로 도망칠 때 놈들이 공격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아래는 그 대화들 중 핵심적인 일부이다.
'마치 잿더미가 꾸물대고, 휘몰아치면서 토네이도가 되는 것처럼 보였어.
하지만 그것이 점점 다가오자, 나는 그것들이 동물들과 같은 것임을 알 수 있었지.
분명 살아있는 것들이었지만 재로 만들어진 것들이,
마치 뱀처럼 꾸물거리면서 허공을 날아오더군.
그들은 아주 빨랐어. 경계선 밖의 운 없는 애새끼들은 아예 도망칠 기회도 없이 전부 삼켜졌지.
라스-사격 따윈 아무 효과도 없었어.
마치 모래폭풍에 대고 총질하는 느낌이었지.
직후 그 벌레들은 경계선 주변을 돌면서 기다렸어.'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공포로 얼굴의 혈색이 빠져가는 것이 보였다.
'그놈들은 그들 중 누가 입을 벌릴 때까지 기다렸어.
결국 한 놈이 입을 열자, 전부 그의 입 속으로 쏟아졌지.
그게 전부야.- 남은 이들은 전부 죽은 목숨이었지.'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렇다면 어떻게 그 한 사람이
나머지 전부를 파멸로 이끌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왜냐니, 당연히 놈들이 그냥 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렇지.
놈들이 안에 들어간 순간부터 그는 세폴크라리 중 하나가 되어버렸던 거야.
그리고 놈이 그의 안에 들어간 순간, 그는 테르미아 행성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고.
알겠어? 그는 망자들 중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물론 뭔 헛소린가 싶었으나, 나는 이야기는 더 듣고 싶었기에 대충 고개만 끄덕였다.
'재가 그의 안에 들어가자, 그는 죽었어.
수 초간 땅을 때려댔지. 하지만 그대로 죽어있지 않았어, 알겠어?
그는 점점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거대해졌어.
곧 다른 이들을 사냥하기 시작했지.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왜냐하면 그는 이미 죽은 귀신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비명을 지르면, 재는 그들의 입 속으로 똑같이 들어갔어.
그러면 그들 또한 똑같은 재 귀신들이 되어버렸고.'
직후 그는 이성을 잃고는 자신의 피부를 폭력적으로 긁기 시작해다.
마치 자신의 상상 속 공격자들을 떼어내려는 것처럼 보였으나,
뭐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그 생명체들에 대해 카테고리화하기에 충분할 만큼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희생자의 시체를 다시 재활성화하여 무기로 쓰는 존재들에 대해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그 과정에 있어서 무언가 초자연스러운 것도 없지만,
최소한 이 사례는 우리의 오랜 문화적 공포들 중 일부를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 프라스몬은 그 스페이스 마린들이 블러드 엔젤 챕터였다고 말했다.
블러드 엔젤 소규모 분견단이 프라스몬의 연대를 지원하는데 시간을 소모했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렸지만,
그는 그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이유로 행성에 방문했으며, 벌레들과는 상관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블러드 엔젤들을 통해 '세폴크라리'라는 이름을 처음 들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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