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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 이야기: 

모르슬리브의 대보름에 길바닥에 내버려진 펠릭스와 고트렉은 숲 속 오솔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비스트맨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을 느낀 고트렉은 마구 도발을 해댔다. 그러다가 수상한 검은 마차가 하마터면 고트렉을 깔아뭉겔 뻔 했다. 화가 난 고트렉은 펠릭스와 함께 마차를 추적했다. 근처 여관에서 말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2인조는 여관을 수색했지만 헛바탕이었다. 이에 펠릭스는 여관에서 술을 마시고 밤을 보내자는 제의를 했다.


한바탕 실랑이를 하고 2인조는 여관에 들어갔다. 술을 마시던 두 사람은 여관주인의 아들, 건터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옆에 있던 상인이 작년 모르슬리브 대보름에 건터의 미혼녀 잉그리드 하우프만의 비슷한 경험을 말해주었다. 대보름에 실종된 잉그리드가 다음날에 멍투성이로 발견됬었다. 잉그리드 말로는 자신이 사악한 의식의 제물로 바쳐질 뻔 했다가 극적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흑석의 고리라는 숲 속에 있는 사악한 장소에서 의식이 거행된 다는 소식을 듣고, 슬레이어다운 죽음을 찾기 위해 고트렉은 자진해서 따라갔다. 서약에 얽매인 펠릭스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기로 결정한다. 


8

 손이 떨리는 것을 멈추기 위해 애먹고 있었던 펠릭스는 입술이 바짝 말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산길이 있읍죠. 지가 나으리들을 그 길로 모시고 가겠십니더."


 "줗아,"고트렉이 말했다. "놓치기 너무 아까운 기회야. 오늘밤 나는 나의 죗값을 치르고 강철의 전당에 있는 조상들한테로 인도되리니. 이 모든 것은 위대한 그룽니의 뜻대로 되리라." 그는 꼭 쥔 주먹으로 가슴 앞에 아리송한 동작을 하며 말했다. "서둘러라, 인간, 출발이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펠릭스는 배낭을 집어 들고 길에 나서려던 찰나, 노부인이 그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펠릭스에 손에 뭔가를 쥐어주며 말했다. "나으리, 이것을 가져가세요. 지그마님의 액막이입니다. 나으리를 보호해 줄 거에요. 우리 건터도 똑같은 걸 가지고 있어요."

 

 액막이가 건터를 퍽이나도 잘 보호해줬군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노부인의 표정을 보고 펠릭스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 표정은 두려움, 불안, 그리고 어쩌면, 희망이 섞여있었다. 펠릭스는 굳센 다짐을 하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인."

 

 바깥에선 하늘이 이미 모르슬리브가 발산하는 영롱한 초록색에 물들여져 있었다. 펠릭스는 손을 펴서 리세 부인이 쥐어준 액막이를 살펴보았다. 작디작은 철제 망치 형상이 달린 제법 좋은 사슬 목걸이다. 펠릭스는 잠시 이것을 목에 매달려고 버둥거렸다. 고트렉과 여관주인은 펠릭스를 기다리지 않고 이미 길을 따라 걷고 있었기에 펠릭스는 뛰어가서 따라잡아야만 했다.

 

 여관주인이 가리켜준 길을 걷다가 고트렉이 갑자기 땅바닥에 웅크리면서 말했다. "이게 뭔지 알아보겠나, 인간?" 이때 그들 근처에는 하츠로흐와 보겐하펜 사이의 대로가 뻗어나가 있었다.

 

 펠릭스는 무릎을 짚어 몸을 숙였다. 고트렉이 가리킨 흔적은 바퀴자국 같아 보였다. 펠릭스는 여관주인이 제대로 돌아갔는지 걱정되었다.

 

 "바퀴 자국이네," 펠릭스가 말했다. "북쪽으로 가고 있어."

 

 "뛰어난걸, 인간. 아마 바로 그 마차의 바퀴자국일거야. 우리랑 같은 길을 따라 북쪽의 흑석의 고리로 간거야."

 

 "그 검은 마차가?"펠릭스가 물어보았다.


 "그러길 바래야지. 환상적인 밤이군! 나의 모든 소망을 들어 주었어. 나의 죄를 씻어내고 나를 깔아 죽이려는 마차에 복수를 하고." 고트렉은 기쁜 듯이 킬킬거렸지만 펠릭스는 그가 평소답지 않게 수다스러워진 것을 보고 약간의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챘다. 고트렉의 정신이 더 날카로워졌다. 아마 자신의 운명이 바라던 대로 끝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데 마차라니? 그럼 그 집회에 귀족이 참석했다는 말일까, 인간? 인류의 제국이 정말 그 정도로 오염된 건가?" 펠릭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모르는 일이야. 귀족 출신의 사람이 주도자 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주로 현지의 평민들일거야. 나도 딴 데서 들은 말인데――카오스의 오염이 여기처럼 길을 벗어난 곳에서 자생한대." 고트렉은 펠릭스가 보았던 가장 실망스러운 표정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희 인류들의 미련함이 참으로 딱하구나. 어떻게 너희들의 영주들이 어둠의 힘에 자신들을 팔아 치우는 건지, 타락했군, 타락했어."

 

 "모든 인간이 그런 것도 아니잖아," 펠릭스는 기분이 상해서 고트렉에 반박했다. "그래, 극소수의 인간들이 대가를 막론하고 힘을 얻고 싶다거나 욕망을 채우고 싶어하지. 하지만 언제까지만 극소수야. 대부분은 선량한 이들이지. 게다가 따져보면 옛 종족들도 결백한 셈이 아니잖아. 내가 듣기론 과거에 전체 드워프 군단이 파괴의 세력에 굴복했다는 사건이 있었던데." 그 말을 듣자 고트렉은 으르렁거리더니 바닥에다 침을 퉤하고 뱉었다. 펠릭스의 손은 다시 칼자루에 다가갔다, 어쩌면 트롤슬레이어를 너무 밀어붙인게 아닌가 싶었다.

 

 "맞는 말이다," 고트렉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솜털처럼 부드럽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우리는 심지어 그런 놈들에 관한 이야기를 공공장소에서 말하기를 꺼려하지. 우리는 그 증오받아 마땅할 동족의 배신자와 그 주인놈한테 영원의 전쟁을 선포했지."

 

 "우리 종족으로 말하자면 마녀사냥꾼과 법률로 싸우고 있지."

 

다시 고트렉은 영 아닌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너의 동족들은 아는 게 너무 적다. 그들은 타락에 취약하고 전쟁과 멀리 떨어져있지. 그들은 세계의 깊은 뿌리에서 잠복하고 있는 위협에 전혀 모르고 있어."


 "마녀사냥꾼? 농담하지 말게!" 고트렉은 바닥에 침을 뱉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법률이라니! 장담컨대 카오스를 물리치는 방법은 오직 하나야." 그리고 그 방법을 알려주는 의미로 도끼를 휘둘렀다.

 

 이인조는 울창한 숲을 애써서 헤쳐 나갔다. 머리 위에는 모르슬리브가 이글거리며 빛냈다. 그사이에 모르슬리브는 더 커졌고 하늘을 녹색의 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안개가 조금씩 주변을 감쌌다. 서서히 암석들이 세계를 좀먹는 질병의 종기처럼 곳곳에서 돋아 나오기 시작했다.

 

9

 

 가끔 펠릭스는 거대한 날개가 머리위로 휙 하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면 오직 초록색 빛에 출렁이는 하늘과 어둠에 가려진 숲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안개는 더욱 자욱해져 마치 들끓는 바다에서 부유하는 것 같았다.

 

 펠릭스는 이 장소가 잘못되어도 정말 단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공기는 그의 두려움을 삼키려는 듯이 조여왔고, 목 뒤에는 항상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전에, 아직 알트도르프의 꼬맹이였던 시절에, 아버지의 집에서 어두운 구름이 하늘을 가리면서 평생 잊지 못할 엄청난 폭풍우가 내리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펠릭스는 그때와 비슷한 초조함을 경험하고 있다. 엄청난 힘이 여기로 모여들고 있어, 펠릭스는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거인의 몸을 기어오르는 벌레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 거인이 깨어나 그를 박살낼지 모르는 일이다.

 

 심지어 고트렉마저도 긴장한 상태였다. 어느세 그는 침묵에 빠져 전처럼 수다를 떨지 않은지 오래된 것 같았다. 때때로 고트렉은 펠릭스를 멈춰 세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한 뒤, 우뚝 서서 공기에 대고 킁킁거리곤 한다. 펠릭스는 이때 그가 공기 중 아주 미미한 냄세라도 맡기 위해 온몸을 잔뜩 긴장시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고나서 다시 길을 재촉하는 것이다.

 

 펠릭스의 근육은 초조함에 완전히 경직되었다.

 

 언제나처럼 펠릭스는 따라온 것을 후회했다. 물론이지만 내 서약 중에는 드워프를 따라 죽어야 한다는 말을 없었지. 어쩌면 안개를 틈 타 슬쩍 빠져나갈 수도 있을 거야. 펠릭스는 부질없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펠릭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줄곧 자신의 명예를 소중히 아꼈다. 게다가 드워프에게 신세를 진 것을 넘어 생명의 은인이었다. 드워프는 위협 속에서도 자신을 구해주었다. 물론 펠릭스는 그때 고트렉이 여자에게 구애를 하는 신사처럼 죽음을 열렬하게 추구하는 드워프인지 몰랐지만, 여전히 펠릭스는 고트렉을 도와 줄 의무를 느꼈다.

 

 펠릭스는 만취한 상태로 술집에서 고트렉과 서약을 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들은 펠릭스가 알지도 못하는 드워프 의식을 통해 피로 맺은 의형제가 되었고, 고트렉의 슬레이어 맹세를 도와주는 내용의 서약을 했다. 고트렉은 자신의 업적이 기억되고 후세에 고이 알려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펠릭스가 시인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펠릭스에게 자신과 동행하기를 권유했다. 알딸딸해진 펠릭스에게 그것은 꽤나 괜찮은 생각으로 보였다. 트롤슬레이어의 망나니 같은 운명은 엄청난 소재였고, 이를 노래할 서사시는 분명 희대의 명작이 되어 펠릭스와 고트렉을 유명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까지만 해도 몰랐었지, 펠릭스는 생각했다. 이렇게 됐을 줄이야, 게하임니스나흐트에 괴물 사냥이라니. 이렇게 참으로 극적인 상황에 펠릭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용맹한 무용담을 읊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었다. 전제는 술집이나 노름판에서, 공포적인 존재가 그저 장인들의 솜씨로 빚어진 예술품이었을 때나 말이다. 현장 취재는 그것과 약간 달랐다. 간이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숨막히는 대기에 갇혀 무용담을 읊기는커녕 비명 지르며 줄행랑을 치고 싶었다.

 

 그래도 아직 펠릭스는 자신을 제어할 수 있었다. 이것은 시를 쓰기 위해 꼭 필요한 경험이야. 물론 살아서 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숲은 더 울창해지고 어두워졌다. 나무들은 점차 뒤틀려지고 상상 속에나 존재했을 법한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나무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펠릭스는 그런 환상같은 잡념을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안개와 모르슬리브는 그의 무서운 상상력만을 부추키고 있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을 내려다봤다. 그의 얼굴에도 초조함과 두려움이 섞여있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두려움에 면역되는 체질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그의 선입견을 뒤엎었다. 무모함이 아니라 어느 강렬한 의지가 그로 하여금 종말을 찾는 여정에 떠나게 한 것이다. 펠릭스는 오랫동안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궁금점을 물어봤다.

 

 "트롤슬레이어여, 대체 무엇이 당신을 속죄의 굴레에 속박하였다는 것이오? 무슨 죄가 당신으로 하여금 종말을 찾게 만든 것인가?"

 

 고트렉은 그를 뚫어져라 올려다 보더니, 눈길을 밤하늘로 돌렸다. 펠릭스는 드워프의 단단히 엮인 밧줄 같은 근육에 뒤덮인 목이, 독을 품은 뱀처럼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인간, 만약에 너가 아닌 다른 자가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그를 당장 죽여버릴테지. 하지만 나는 너가 아직 어리고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배려해서, 그리고 그동안 우리간에 쌓아온 우정을 감안해서 이번 만큼은 예외를 허락하지. 너를 죽이면 난 내 자신에게 형제-살해자라는 끔찍한 죄명을 더하게 된다.

 어쨌든 정말로 끔찍한 죄야. 입에 담을 수 없는."

 

 펠릭스는 드워프가 자신을 그렇게 소중히 여겼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한편 고트렉은 펠릭스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그를 올려다 보았다.


10


 "그래, 나도 이해 해." 펠릭스가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그런가, 인간? 정말로 이해할 수 있겠나?" 트롤슬레이어의 말투는 돌이라도 씹어먹을 듯 냉혹했다.

 

 펠릭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순간 그는 인간과 드워프 사이를 갈라놓는 격차를 경험한 것이다. 인간인 그는 아마 드워프들의 괴상한 금기, 그리고 서약, 질서와 긍지에 대한 집착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대체 트롤슬레이어가 자기 자신에게 비장한 사형 선고를 내린 이유가 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너희들은 자기 자신들에게 너무 매몰차게 대하는 거 같아." 그가 쓸쓸하게 말했다.

 

 "너네가 너무 물러 빠진거야." 트롤슬레이어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이윽고 그들은 침묵에 빠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희미하게 들려온 미친듯한 웃음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펠릭스는 즉시 칼을 뽑아들어 경계하는 태세를 취했고, 고트렉은 도끼를 붙들었다.

 

 안개 사이에서 뭔가가 휘청이면서 다가왔다. 외형으로 봐서는 인간 남성이라고 펠릭스는 판단했다. 점차 모습을 드러내자, 두 사람은 그것이 사람의 외형을 했을 뿐, 실제로는 마치 광기어린 신이 인간을 지옥의 불에 대고 살과 뼈를 녹여다가 다시 주물러 만든 것인가 싶은 흉물이라는 걸 발견했다.

 

 "오늘 밤 우리 춤 춰,"그것이 말했다. 비정상적이게 높은 목소리로 노래하듯 계속 말했다. "춤도 추고 어루만져."

 

 그것은 펠릭스한테 말을 걸려는 듯 슬며시 다가오더니, 갑자기 펠릭스의 팔뚝을 덥석 붙잡았다. 펠릭스는 구더기 같은 손가락들이 그의 얼굴로 기어오르려 하자 소스라치며 피했다.

 

 "오늘 밤 돌에서 우린 춤 추고 어루만지고 비벼댈거야." 그것은 다시 펠릭스를 껴안으려는 듯 다가왔다. 그것은 자신의 촘촘한 작고 뾰족한 이빨들이 보이도록 활짝 웃었다. 펠릭스는 묵묵히 서있었다. 그는 자신이 마치 이 모든 비현실적인 것과 관련없는 방관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차린 그는 뒤로 물러서 검 끝으로 흉물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가오지 마," 펠릭스의 경고였다. 흉물은 더 크게 웃었다. 그것의 입은 늘어나는 가 싶을 정도로 째지더니 더 많은 작고 뾰족한 이빨들을 내보였다. 그러더니 입술이 얼굴 뒤로 말려들어가고 얼굴 절반이 질척한 잇몸으로 뒤덮였다. 마지막으로 그것의 턱이 미끄러져내리더니 뱀의 주둥이처럼 뾰족하게 모양을 잡았다. 그러더니 가슴팍에 겨누어진 검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갔다. 검에 찔려서 피가 스며나오자, 그것은 미친듯이 낄낄거렸다.

 

 "춤을 추고 어루만지고 비벼대고 먹을거야,"하고 말이 끝나자 무섭게, 정상인의 속도를 능가하는 속도로 검을 피해서 펠릭스한테 뛰어들었다.

 

 하지만 트롤슬레이어가 더 날렵했다. 고트렉의 도끼가 공중에서 그것의 목덜미를 공중에서 잡아챘다. 몸뚱이에서 달아난 머리는 밤하늘로 솟구쳤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는 붉은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이건 꿈일거야, 펠릭스는 생각했다.

 

 “이건 뭐지? 악만가?” 고트렉이 물었다. 펠릭스는 그의 목소리에서 가식없는 흥분을 느꼈다.

 

 "내 생각엔 아마 한때는 인간이었을 거야,(주1)" 펠릭스가 말했다. "카오스의 영향을 받아 이렇게 뒤틀려진 생물들 중 하나인거지. 이런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저건 인간말까지도 하던데."

 

 "가끔씩은 세월이 흘러야 저런 특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가족들은 기형아가 병에 걸린 것이라고 믿고 보호해 주지. 그래도 결국엔 혼자 스스로 숲으로 도망쳐서 숨어들지."

 

 "친족들이 이런 흉물을 보호한다고?"

 

 "그래, 가끔 발생하는 일이지. 그리고 우리는 이런 일에 말을 꺼내지 않아. 흉물로 변했다고 해도 사랑했던 이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야."

 

 드워프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펠릭스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러 빠졌군," 그가 말했다. "물러 빠졌어."

 

 분위기는 여전했다. 가끔 펠릭스는 주위의 나무 사이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 경직된 움직임으로 안개 속을 두리번거리며 움직이는 형체를 포착하려 애를 쓴다. 뒤틀린 것과의 만남은 그를 제대로 두려움의 영역으로 내팽겨쳤다. 펠릭스는 전례없는 공포심과 분노를 마음 속에서 느꼈다.

 

 펠릭스의 분노는 어느 정도에서는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에 비롯되었다. 그는 자신 마음 속에 자리잡은 겁이 수치스럽고 역겨웠다. 펠릭스는 다음부터는 잡아먹히길 기다리는 새끼 양처럼 멍하니 서있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뭐지?” 갑자기 고트렉이 물었다. 펠릭스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트렉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는 안 들려? 잘 들어보라구! 뭔가 기도하는 소리 같은 게 들리잖아.” 펠릭스는 그 소리를 들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아무튼 우리는 아주 가까워졌어, 아주 가까이.”




주1

한때는 인간이었지만, 이렇게 변이된 생물들을 Turnskin이라고 부른다.


ps. 앞서 말했지만 제가 번역한게 아니라 퍼온거고 허락 맡음여. 출처는 위에 명시.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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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753596&page=1&exception_mode=recommend




모르슬리브 대보름(주1)





2


 "알트도르프에서 끔찍한 사고와 악몽 같은 역경을 견뎌내고, 나와 내 친구는 길을 찾을 겨를도 없이 무작정으로 남쪽으로 향하였다. 

 "우리는 찾을 수 있는 모든 교통 수단에 메달았다: 역마차, 동네 우마차, 짐마차, 이것들 마저 없으면 자신의 발에 의존하였다. 

 "나에게는 참으로 험난하고 두려운 시기였다. 골목에 들이설 때마다 나는 구속당해서 감옥살이나 처형당할까봐 무서워했다. 난 모든 여관에는 보안관이 지키고 있고, 모든 덤불 뒤에는 현상금 사냥꾼이 웅크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위안거리인건 트롤슬레이어는 수상한 낌새를 느낄 때마다 거리낌없이 나한테 얘기하였다.

  "그때의 나만큼이나 제국의 법치 기관에 무식한 사람이라면, 우리 둘 같은 현상범를 잡기 위해 온나라의 수사 기관들이 들쑤시며 다니고 있다고 착각했으리라.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법률의 이행이 얼마나 미약하고 무작위적인지 몰랐다. 솔직히 지금와서 말하지만, 그때 보안관이나 현상금 사냥꾼들이 정말로 매복해 있었더라면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이 내 고향의 변두리에 득실거리는 사악한 존재를 그나마 줄어들게 했더라면 말이다.

  "여튼 그러던 우리가 남쪽으로 가는 역마차에 몸을 실은 어두운 저녁에, 나는 비로소 사악한 존재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날 밤은 마침 우리의 달력에서 가장 불길한 때였기도 하다......"

 

  --나와 고트렉의 여행기, 제2권

     저자: 펠릭스 예거(알트도르프 출판사, 2505)

 

3


 "모든 인간 마부들과 인간 여자들은 엿이나 먹어라," 고트렉 거니슨은 투덜거리면서도 드워프어 욕설을 내뱉었다.

 

 "어으, 정말 그렇게까지 이졸데 여사를 모욕해야 돼?"펠릭스 예거가 짜증내며 말했다. "적어도 우리한테 쏘지 않은 것만으로 얼마나 행운이야. 물론 모르슬리브 대보름 밤에 길바닥에 버려지는건 '행운'이라고 자축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우린 분명 운송비를 냈어, 그 여자처럼 안에 앉을 권리가 있다고. 그 마부들은 계집같은 겁보 새끼들이다." 고트렉이 으르렁거렸다. "걔네들은 내가 맞다이 뜨자니까 거절하더구만. 난 칼빵 맞고 죽는 것엔 불만 없지만, 총알 구멍 뚫려서 죽는건 트롤슬레이어에 맞지 않아서 관뒀다." 펠릭스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의 길동무의 악감정이 불타오르고 있다는걸 알아채린 것이다.

 

 적어도 현재로선 고트렉과 펠릭스에게 더 큰 걱정거리가 있다. 일몰이 다가오며 안개가 자욱한 숲이 핏빛에 물들어졌다.

 

 길쭉한 그림자가 정신없이 춤추며, 그늘 아래의 으스스한 장면들을 뇌리속으로 휘저어 넣는다.

 

 펠릭스는 망토의 끝자락으로 코를 슬쩍 닦았다. 그리고 서든란드제 모피옷을 더 빡빡하게 싸메었다.

 

 다시 그는 코를 훌쩍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모르슬리브와 만슬리브가 벌써 뚜렷하게 보이는 하늘을 보았다. 모르슬리브는 이미 희미하게나마 초록색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였다.

 

 "나 약간 열이 나는거 같아,"펠릭스가 말했다. 트롤슬레이어는 그를 올려다 보더니 씨익 웃었다. 석양 아래 그의 코와 귓불 사이에 걸린 사슬은 꼭마치 튀겨나가는 핏자국 같아 보였다.

 

 "니네들은 정말로 나약한 종족이구먼," 고트렉이 말한다. "오늘 같은 밤에 나는 전투열이 나지. 벌써 내 머리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군."

 

 갑자기 그는 휙 돌아서서 어두운 숲 속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덤벼, 비스트맨 새끼야!" 하며 그는 우렁차게 이어 내질렀다. "너한테 선물을 주마."

 

 이윽고 그는 큰소리로 웃다가 엄지 손가락을 그의 도끼날에 그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의 손가락에서 피가 나온걸 보았다. 고트렉은 엄지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지그마 보우하사, 제발 좀 조용히 해!" 펠릭스가 쉬잇거리면서 경고했다. "오늘 같은 밤에 뭐가 튀어나올지 누가 알겠어?"

 

 고트렉이 그를 노려다 보았다. 펠릭스는 그의 눈동자 속에서 폭력에 대한 열망으로 이글거림을 알아차렸다. 본능적이게 펠릭스는 손을 칼자루에 가깝게 당겼다.

 

 "인간, 나한테 명령질 따위 하지 마! 난 유서깊은 종족의 일원이며 오로지 산의 왕들의 명을 받든다! 지금은 떠돌이지만."

 

 펠릭스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예절을 차렸다. 아무리 그가 학교에서 뛰어난 검술 교육을 받았고, 그의 얼굴에 남은 흉터는 그가 학창시절에 싸움을 꽤나 했다는 점을 입증하며, 심지어 그는 누군가를 살해하여 보장받은 미래를 물거품으로 만든 적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그는 자기가 트롤슬레이어의 상대가 아니라고 자각하고 있다. 비록 고트렉의 비죽배죽 뻗친 머리끝이 간신히 그의 가슴팍에 닿을까 말까 하지만, 고트렉의 체중은 그를 능가하며 온몸이 근육 덩어리였다. 거기에다가 펠릭스는 고트렉이 그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을 목도한 바가 있다.

 

 드워프는 펠릭스가 고개 숙인 것을 사죄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어두컴컴한 숲 속으로 돌아섰다. "나와라!" 그리고 다시 고함쳤다. "오늘밤에 뭔 사악한 것들이 싸돌아다녀도 내 알 바 아니다. 도전을 받아들이지." 이렇게 드워프는 자신의 분노를 최고조로 이끌어 가고 있었다. 펠릭스가 고트렉과 지내는 동안 알아낸 점에 따르면, 트롤슬레이어가 한동안 잠자코 있으면 곧 화를 터뜨리며 어리광을 부린다는 징조이다. 사실 이러한 성격도 고트렉의 다른 특징들과 아울러 펠릭스의 관심을 끄는 요소이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속죄를 위해 슬레이어 되었다는 것은 알고있다: 그는 무시무시한 괴물에 맞서 대등하지 않은 전투에서 죽겠다는 서약을 맺었다. 이렇게 보니 그는 거의 정신병동의 문턱에 다다른 셈이다 ―― 서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뺴면.

 

 어쩌면말야, 펠릭스는 생각했다. 고향의 공동체에서 추방되고, 심지어 같은 종족도 아닌 자와 동행하게 되면, 나도 미치광이가 되겠지. 이렇게 생각한 그는 미쳐버린 드워프와 일종의 동료의식을 느꼈다. 펠릭스는 고향에서 민중들에게 쫓겨나는 기분이 어떤건지 몸소 체험한 적이 있다. 볼프강 크라스너와의 결투는 제법 큰 뉴스거리였다.

 

4


 펠릭스가 감상에 빠지고 있을 때, 드워프는 아예 동귀어진이라도 작정한 듯 했다. 이윽고 펠릭스는 다시 길을 저벅저벅 걷기 시작했고, 가끔마다 영롱한 빛을 내는 만월의 모르슬리브를 근심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등 뒤에서는 여전히 고트렉이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너네들 중에 전사라도 없는거냐? 와서 내 도끼를 달래줘라. 도끼가 목 마르데잖아!" 아, 어느 미친 사람이 모르슬리브 대보름, 수수께끼의 밤에 숲속 가장 어두운 곳에서 운명과 어둠의 힘을 도발한단 말인가, 하고 펠릭스는 생각했다.

 

 그리하여 잠시 걸걸하고 거친 산맥 드워프어가 울렸다. 그리고 다시 라이크슈필(제국 공식 언어)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니놈들의 대장을 보내와라!"

 

 다시 침묵이 숲을 감쌌다. 안개에 축축하게 젖은 눈썹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리더니, 드디어 ――

 

 저만치 먼 곳에서, 질주하는 말이 내는 소리가 숲의 정막을 찢겨냈다.

 

 저 작자가 뭘 한거야? 펠릭스는 마음속으로 끙끙거렸다. 그가 고대의 신령을 도발한 건가? 그들이 악마 기수를 보내 우리를 저승으로 보내려는가?

 

 펠릭스는 길에서 거리를 두게 움직였다. 그리고 머리를 신경질적이게 흔들어 얼굴에 내려앉은 축축한 나뭇잎들을 떨쳐내었다. 불쾌하게도 이 나뭇잎들은 왠지 죽은 자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그와중에 발굽이 대지를 박차는 소리가 점점더 뚜렷해지더니, 숲속의 외딴 길을 쏜살같이 따라 달려오는걸 알 수 있었다.

 

 단연코, 초자연적 존재만이 오늘같은 야밤에 발바닥에 불 지필 듯한 기세로 누비고다닐 수 있으리라. 펠릭스는 덜덜 떠는 손으로 칼을 뽑았다.

 

 고트렉을 따라다닌건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었어, 하고 펠릭스는 후회했다. 덕분에 고트렉을 위한 시는 물 건너 가는군. 이제 쩌렁쩌렁 울리는 말 울음소리, 공기를 가르는 채찍 소리, 세차게 길을 짓눌르는 바퀴의 소음도 들리기 시작했다.

 

 “좋아!” 고트렉이 함성이 길을 따라 메아리친다. “-좋아!” 그리고 엄청난 울음소리 함께 거구의 흑마 4필이 칠흑의 마차를 끌며 매서운 기세로 안개를 해치고 나왔다. 펠릭스는 마차의 바퀴가 덜컹거리면서 펄쩍 뛰어오르는 것과 시커먼 망토를 덮은 마부를 어렴풋이 인식해냈다. 그리고 펠릭스는 몸을 덤불 뒤로 숨겼다.

 

 그리고 걸음소리가 들리더니――펠릭스가 숨고 있던 덤불이 옆으로 휙하고 내팽겨졌다.

 

 고트렉이었다. 다행중에 불행인건 그가 더욱더 성나고 야만스럽게 보였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문신을 새긴 몸채는 진흙에 뒤범벅되고 몸에 걸친 가죽 조끼는 헝겊 조각이 되버렸다.

 

 “그 빌어먹을 스노틀링-성애자(주2)가 날 깔아뭉갤려고!” 고트렉이 발악을 해댔다. “그 새끼들을 쫓아가자!” 그러더니 휙 돌아서서 바퀴자국을 따라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카잘리드로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것을 견뎌야만 했다.

 

 그렇게 보겐하펜 대로를 따라 무작정 검은 마차를 추적하다가, 일행은 여관 “우뚝돌”을 발견했다. 이 때가 그 때라 당연하게도 창문은 불빛 한 줄기도 새나가지 않게 닫혀있었다. 무심코 지나가려던 그들을 마굿간에서 새어나온 히힝거리는 소리가 만류한다. 둘은 마굿간을 수색하여 마차가 없다는 것, 흑마는 없다는 것, 오직 조랑말이랑 상인의 마차 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마차를 놓친거 같아. 우선 오늘밤을 보낼 잠자리를 찾자.” 근심어린 눈빛으로 모르슬리브를 힐끗 보고, 펠릭스는 조심스레 의견를 내보였다. 이제 불길한 녹색 달은 더욱 강하게 밤하늘을 비추고 있다. “난 이 사악한 빛 아래 바람을 쐴 기분이 없어.”

 

 “허약하군, 인간. 게다가 겁이 많아.”


 “어쩌면 술도 있을지 몰라.”


 “따져보니 가끔 너의 의견도 합리적일 때가 있군. 이번만큼은 기꺼이, 인간의 술은 약간 묽어서 탈이지만.”


 “기꺼이, 말이지.”펠릭스의 대꾸에 비꼬임이 섞인 것을 고트렉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관은 보루처럼 다져지지 않았지만 제법 두꺼운 외벽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드디어 찾아낸 문은 가로막혀 있었다. 인내가 고갈된 고트렉이 도끼의 손잡이로 문짝을 쾅쾅 두드려도 묵묵무답이었다.

 

 “안에 인간이 있어, 맡을 수 있단 말이야,” 고트렉이 불평하였다. 펠릭스는 그저 고트렉이 어떻게 악취를 풍기면서도 정교하게 냄새를 맡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고트렉은 그의 동물 지방으로 모양을 세운 붉은 머리카락을 감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저들도 어쩔수 없이 저러는거야. 마녀나 악마추종자가 아닌 한 누구도 모르슬리브 대보름의 밤에 돌아다니지 않다고.”

 “그 시꺼먼 마차는 잘도 달리더구만.” 고트렉이 투덜거렸다.

 

5


 “그래서 착해 보이지 않았잖아. 창문들도 가려지고, 마차에 어떠한 표식도 새겨지지 않았어.”


 “글쎄다, 난 너무 목말라서 이것에 관해 더이상 말하기 싫군. 여봐, 문을 열지 않으면 도끼로 문을 찍겠다!”


 펠릭스는 문 뒤에 인기척을 느꼈다. 귀를 문에 가까이 대자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와 흐느끼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도끼로 너의 머리통을 장작 패듯이 뽀개버리기 전에 문에서 떨어져, 인간.” 고트렉이 펠릭스에게 경고했다.

 

 “잠깐만, 내가 말로 해결할게: 어이 안쪽에 있는 이여! 문을 여시게나! 내 친구는 엄청 무지막지한 도끼와 엄청 조그마한 인내심의 소유자라네. 그가 말 한대로 하는 것이 그대가 문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네.”

 

 “염병할의 ’조그마한’은 뭔 의미지?” 고트렉은 특정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문 뒤에서 떨린 목소리로 누군가 소리쳤다.”지-지그마의 이름으로, 꺼즈그라, 구렁텅이의 악마 땅개들아!”

 

 “그래, 염병할,” 고트렉이 단호하게 말하였다. “이제 못 참아.”


 그는 도끼를 들어올려 내리찍을 준비하였다. 펠릭스는 도끼날에 박힌 룬들이 모르슬리브 아래 번쩍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펠릭스는 더욱더 서둘렀다.


 “지그마의 이름으로!”펠릭스는 문을 향해 외쳤다. “우리를 버려두면 안될걸세. 우린 정말로 그저 지친 나그네들 뿐이라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가 문짝에 쑤셔박혔다. 나뭇조각들이 터져나왔다. 고트렉은 펠릭스를 쳐다보더니 듬성듬성 자란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하고 웃었다.

 

 “부실하구만, 이래서 인간들은.” 고트렉이 말했다.


 “열 수 있는 문이 있을 때 문을 열어주는게 좋을걸세,”펠릭스가 다시 외쳤다.

 

 “이봐 잠깐,” 떨리는 목소리로 문 저편의 사람이 말했다. “이 문 땜시 목수장이 쥬르펜이 내헌테 5크라운이나 뜯어묵읏단말여.” 이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호리호리한 사내가 그들을 맞이하였다. 왠지모르게 그의 표정은 수심이 가득 차 보였고 희끗희끗한 머리칼이 얼굴을 드리웠다. 사내는 몽둥이를 들고 있었고 뒤에 있는 노부인은 이글거리는 촛불을 담은 촛대를 들고 있었다.


 “거친 행동을 할 필요는 없을겁니다, 우리는 밤을 보낼 침대만 있으면 되니까요.”펠릭스가 말했다.


 “그리고 술도.”드워프가 덧붙였다.


 “물론 술도 제공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펠릭스도 이에 동의하였다.


 “술은 많이 준비해주이소.”고트렉이 이렇게 말하자 펠릭스는 주인장을 향해 어쩔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슥했다.

 

 여관의 공동 공간은 조금 작았다. 술을 마시는 긴 탁상은 나무통 두개 위에 긴 널빤지를 이어서 만든 것이고, 저쪽 구석에는 무장한 상인 3명이 경계하는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각자의 단도를 꺼내들고 있었다. 펠릭스는, 비록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관주인은 일행을 안으로 들여보내고 여닫이를 닫았다. “지불은 어떻게 하려는지요, 학자 나으리?” 안절부절하게 여관주인이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펠릭스는 그의 결후가 목에서 위아래로 고동치는 것을 보고, 대답했다.


 “난 교수가 아닙니다, 시인이죠.” 한편으론 가벼운 주머니를 뒤지면서 금화의 갯수를 세며, “돈은 지불할 수 있으니 걱정마시죠.”


 “먹을거,” 고트렉이 부추킨다. ”마실거.”


 그때 노부인이 갑자기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펠릭스는 그녀를 휘둥그레 쳐다보았다.


 “노파가 치매기가 있나봐,”고트렉이 놀라며 말하였다.


 여관주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의 건터가 실종되고 나서 온종일 저 모양이읍죠.”


 “술 좀 갖다줄 사람 없는가,”고트렉이 눈치없이 말하였다. 여관주인이 술을 가지러 가자 펠릭스는 상인들의 자리에 합석했다. 애석하게 그들은 그를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혹시 4마리의 꺼먼 말이 끄는 마차를 목격한 사람 있는가?”고트렉이 여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 검은 마차를 본 적이 있소?”상인 한명이 두려움이 담긴 어조로 반문했다.


 “너무 가까이 봐서 그 제기랄 것에 깔려죽을 뻔 했구만,” 행상인 하나가 헉하고 숨을 죽이고, 여관주인이 국자를 떨어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관주인은 천천히 주워올려 다시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6


 “목숨이라도 건진게 어디오,”가장 뚱뚱하고 가장 부유해 보이는 행상인이 말하기 시작했다. “어떤이들은 그 마차는 악마가 몰고 다니는 마차라고 한다오. 내가 들은 바로는 매년 모르슬리브의 대보름에 그 마차는 필시 이곳을 지나가는데. 흑석의 고리에서 희생으로 바쳐질 알트도르프의 미아들을 싣고 간다는 소문도 있소.”


 고트렉은 흥미로운 듯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다만 펠릭스만은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지는게 영 석연치 않았다.”아주 좋은 전설 이야기였습니다.”펠릭스가 말하였다.


 “저건 생시인뎁슈. 나으리.”여관주인이 외쳤다.”해마다 우리네는 그 마차가 쾅쾅거리면서 저 앞을 쏴악 지나가는걸 들으는뎁슈. 2년 전인가 우리 애 건터가 밖을 보다가 그걸 봤다는디 시커먼 수레라고 했읍죠. 마치 아까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말입네더.” 건터의 이름이 나오자 다시 노부인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여관주인은 스튜와 큰 술잔 두개를 들고 왔다.


 “내 길동무한테도 술을,”고트렉의 주문을 받고 주인장은 다시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건터가 누구죠?”펠릭스가 돌아와서 물어봤다. 하지만 이는 노부인의 통곡을 부추키는 효과 밖에 없었다.


 “술 더 주문이오,”고트렉이 다시 말하자 주인장은 텅빈 술통을 보면서 충격에 빠졌다.


 “내거 마셔,”펠릭스가 흔쾌히 술잔을 내줬다. “그럼, 주인장 양반, 건터가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그리고 노파는 건터라는 말을 들으면 울어야 하는 저주라도 받았는가?”고트렉이 잔을 비우고 입을 닦으며 물었다.


 “건터는 우리네 아들내미이읍죠. 점심 묵고 장작 좀 패러 나갔다는디에, 돌아오지 못했습죠.”


 “건, 건터는, 참, 참 착한 애였어요.” 노부인이 훌쩍이며 말하였다.”우리 아,아들 없이 어,으떻게 살아요흐흑―”


 “그냥 숲에서 길잃을 수도?”


 “고건 아닐겁니다요,”여관주인이 말했다. “건터 얘는 내가 내 손에 있는 탈자락을 아는 만큼 숲에 훤하는데유. 얘가 몇 시간 전에 진작 돌아와부렸해야 하는디, 마녀들이 얘를 구워삶으러 데려간게 아닌가합니다요.”

 

 “롯트 하우프만의 영애, 잉그리드처럼 말이죠.” 뚱뚱한 행상인이 아는척을 했다. 여관주인은 더러운 것을 본 듯이 그를 쳐다본다.


 “내 며늘감에 관한 얘기는 듣기 싫은뎁슈,”여관주인이 나지막하게 말대꾸를 했다.


 “말해보게.”고트렉이 제촉하자 뚱뚱한 남자가 고맙다는 듯이 말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죠, 하츠로흐에서. 길을 따라 쭉 가면 나옵니다. 현숙한 하우프만 부인이 숫처녀 딸 잉그리드의 방을 들어갔다고 합니다. 뭔가 폭발음이 들렸다고 해서요. 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죠. 여기처럼 잠긴 집의 침대에서 말이죠. 보나마나 누가 마법을 부려 끄집어 낸거죠. 다음날까지도 통곡과 오열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잉그리드를 찾았습니다. 다만 곳곳에 멍이 들고 끔찍한 상태였죠.”

 

 말을 마치고 상인은 그들의 반응이라도 살펴보는 듯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나요?" 침묵을 깨고, 펠릭스가 물어봤다.

 

 "당연히 물어봤죠. 잉그리드 말로는 숲 속에 사는 마귀 같은 것에 흑석의 고리로 납치됐다고 합니다. 보니 거기에 종교 집회 같은게 열리고 있었답니다. 사악한 생물들의 집회 말이죠. 그들은 잉그리드를 제단으로 끌고가 인신공양을 할 모양인 것 같았는데, 잉그리드 아가씨가 자신을 잡고있는 손아귀를 애써 뿌리치고 신성한 지그마의 존함을 외쳤답니다. 그러자 흉물들이 혼란에 빠져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잠시 뒤 그것들이 다시 추격해 왔지만 그녀를 따라잡지 못한 모양입니다."

 

 "거 운이 되게 좋았구만." 이야기가 끝나자 고트렉이 냉담하게 평가를 내렸다.

 

 "저희를 조롱하고 싶으면 마음껏 하시지요, 선생. 그래도 저희는 그 집회가 열린 곳을 기어코 찾아냈는데 온갖 것들의 자취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인간, 짐승, 그리고 갈라진 발굽을 가진 악마들의 발자국 말입니다. 그리고 갓 한살도 안돼 보이는 아기가 제단 위에 바쳐졌었습니다. 정말 도살된 돼지처럼 처참히 살해되었더군요."

 

 "발굽 달린 악마라?"고트렉이 이렇게 되묻자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펠릭스는 고트렉의 호기심에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트도르프의 모든 금덩이를 준다 하더라도 그곳에 가지는 않을 겁니다." 행상인이 말했다. "절대로요."

 

 "그럼 영웅에 딱 맞는 일이군," 고트렉은 말하며 의미심장한 눈길을 펠릭스에게 쏘아보냈다.

 

 충격에 빠진 펠릭스는 고트렉에게 항의했다. "설마 거기 가려는 건 아니겠지――"

 

 "저주받은 밤에 악마들을 때려잡다, 슬레이어다운 일이지 않나? 아마 위대한 죽음일거야!"

 

 "우으으, 멍청한 죽음일거야." 펠릭스가 툴툴거렸다.

 

7


 "엥? 뭔 말 했어?"

 

 "아냐, 아무것도."

 

 "너도 당연히 올 거지?" 갑자기 고트렉이 무서운 발언을 했다. 다시 그가 엄지 손가락을 도끼날에 그었다. 피가 흘렀다.

 

 펠릭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맹세를 했으면 지켜야지."

 

 그 말을 듣고 싱글벙글해진 드워프가 등골을 산산조각 내려는 듯이 펠릭스의 등을 철썩 쳤다.

 

 "가끔 말이야 인간, 너의 혈관에 드워프의 피가 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물론 옛 종족이 그런 결혼에 동의할 리가 없겠지만." 그리고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펠릭스는 중얼거리며 드워프의 등을 노려보았다.

 

 펠릭스는 자신의 갑옷을 꺼내기 위해 한동안 배낭을 낑낑거리며 뒤적이다가, 여관주인 부부와 행상인들이 자신을 멍하니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펠릭스가 동족들의 경외심 어린 눈길을 받던 사이에, 고트렉은 불 옆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드워프어로 흥얼거렸다.

 

 "진짜로 가려는 거요?" 뚱뚱한 행상인이 속삭이며 물어오자 펠릭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유라도……?"

 

 "제 생명의 은인이죠. 그에게 큰 신세를 졌어요." 펠릭스는 고트렉이 어떻게 자신을 구했는지에 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인간이 제국 기사단의 말발굽에 깔리기 일보직전에 끄집어냈지."고트렉이 동네방네 소문 내려고 작정했는지 큰소리로 폭로했다.

 

 펠릭스는 하마터면 욕설을 내뱉을 뻔 했다. 아냐, 이 드워프는 야수의 청력과 야수의 뇌를 두루 가졌어, 라고 생각하며 펠릭스는 다시 갑옷 꺼내기에 매달렸다.

 

 "그래. 여기 이 인간이 황제한테 의견이 있는지 탄원을 하면서 시위를 벌이는거야. 이를 카를 프란츠는 조금 신경질적이게 대응 했을 뿐이고, 기병 돌격 명령 말이야." 이 말을 듣자 행상인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반동분자,"누군가 속삭였다.

 

 펠릭스는 자신의 얼굴이 상기되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국민들의 피땀을 짜는 불공정한 세금이었어요. 창문세라고 아시나요? 창문 하나마다 은을 거두는 세금입니다. 뭐가 불공정 하냐고요? 왜냐하면 돈 많은 사람들은 벽돌로 창문을 틀어막는데 가난한 자들은 제국 병사들이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세금을 뜯어가는 것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건 당연히 항의해야 하는 것입니다."

 

 "반동분자를 잡으면 상을 준다던데,"행상인이 말했다. "아주 큰 상을." 펠릭스는 그를 노려보았다. "아, 제국 기사들은 제 동료의 상대도 되지 못했다는 점을 안 알려드렸군요," 펠릭스가 말했다. "완전히 아비규환이었죠! 머리, 다리, 팔뚝, 온통 사발팔방에 흩날렸어요. 제 친구는 시체들의 산 위에 서있었더군요."

 

 "근데 궁수를 불렀지 말이야," 고트렉이 덧붙였다. "그래서 뒷골목으로 빠져나가야 했지. 거기서 버텨봐야 개죽음이니까."

 

 뚱뚱한 행상인은 그의 동료와 고트렉을 번갈아 보며 비교하다가 말했다. "사리에 밝은 자는 정치와 거리를 두는 법이죠." 보상에 관한 말을 꺼낸 상인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는 다시 펠릭스를 보면서 말했다. "별다른 뜻은 없을 겁니다, 시인 선생."

 

 "그러리라 믿습니다,"펠릭스가 말했다. "그리고 지당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반동이든 무엇이든요," 노부인이 말했다. "지그마가 당신을 축복하리니, 제발 우리 어린 건터를 데려와 주세요."

 

 "우리 아들내미 어리지 않어, 리세," 여관주인이 말했다. "당당한 사나이부랑께. 여튼, 부디 제 아들내미를 델고 와주십쇼. 이 늙다구리는 젊은놈이 장작도 패줘야 하는뎌, 편자도 박아주고, 술통도 날라주고――"

 

 "아버님의 사연에 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펠릭스가 노인의 끝도 없는 하소연을 딱 자르고 가죽 모자를 머리에 푹푹 눌렀다.

 

 고트렉이 다가와서 펠릭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육중한 주먹으로 펠릭스의 가슴팍을 툭툭 쳤다. "갑옷은 여자애나 여자애 같은 엘프놈들이나 입는 거야."

 

 "아니, 난 입고 있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고트렉. 내가 서약한 것처럼 너의 이야기를 기억하기 위해, 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좋은 지적이야, 인간. 그리고 서약 내용은 그 뿐만이 아니란 점도 명심해." 말을 마치고 고트렉은 여관주인에게 돌아섰다."그 흑석의 고리로 가는 길 좀 알려줄 수 있겠나?"



주1

모르슬리브 대보름: 카오스 달 모르슬리브는 한 해에 2번의 만월이 있다. 하나는 제국어로 게하임니스나흐트(Geheimnisnacht), 다른 하나는 핵젠스나흐트(Hexensnacht)라고 불린다. 이중 게하임니스나흐트에 모르슬리브가 가장 가까워져 영향이 더 강하다고 여겨진다. 모르슬리프의 공전 궤도는 규칙이 없기에 해마다 모르슬리브 대보름 날짜는 바뀐다. 제국 밖에 다른 지역에서는 겨울 전야(브레토니아), 황혼 물결(엘프), 아르'우즈쿨(드워프)라고도 불린다.

주2

스노틀링-성애자: 원문은 "스노틀링 애무하는 사람"이다. 보나마나 드워프식 욕설.


ps. 이건 제가 번역한건 아니고 햄갤에 올라온 단편 소설입니다. 즐감하세여~출처는 위에 표기했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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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arhammer 40,000 - Codex - Chaos Daemons 


정복과 타락

카오스 신들은 기회만 생기면 끊임없이 자신들의 악마 군단들을 은하계로 쏟아보냅니다.

이와 같은 악마들의 침공은 어쩌면 워프 속에서 장시간 준비된 사악한 계획의 일부일 수도 있고,

혹은 그저 우연적으로 생긴 기회를 잡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즉, 어쩌다가 우연찮게 새롭게 열린 균열 혹은 소용돌이치는 워프 스톰을 발견했고,

기회를 틈타 필멸 행성들을 불태우기 위해 악마 군세들을 토해낸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지요.

불길한 징조들, 컬티스트 교단의 활동과 급작스러운 돌연변이들의 출현은 이 악마들의 등장을 알리는 대표적인 징조들인데,

마침내 신들의 군세들이 현실에 모습을 나타나게 되면 

현실 우주는 말 그대로 그들 앞에 지배당하게 됩니다.

현실을 침공한 이 무시무시한 공포의 군단들은 하나 하나가 그들을 창조한 창조주들의 독특한 면모들을 하나하나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코른의 악마들의 경우 거대한 군단 대형을 유지하며 진군합니다.

무시무시한 호른 소리와 황동으로 만들어진 군기들을 아래,

거대한 대악마 사령관들은 무시무시한 채찍들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피에 굶주린 코른의 악마 보병들을 더 빨리 진군하도록 재촉하지요.

순수한 분노와 폭력 아래,

코른의 군단들은 적 영토들을 무자비하게 유린하며 자신들의 전능한 창조주께 바치기 위해 사방에 피를 흩뿌립니다.

학살과 살인의 행위들은 전투의 군주께 총애를 받는 길이며,

심지어는 그들을 상대하는 자들조차도 분노와 피의 희생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코른 신께 공양하게 됩니다.


젠취는 4대신들 중 아마 가장 복잡한 신일 것인데,

그는 자신의 주구들을 보내기 전에 앞서 이용할 약점을 먼저 찾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설령 필멸자들 눈에는 이해할 수 없으며, 제대로 결실을 맺기까지는 억겹의 시간이 소모될 수도 있을지언정

젠취의 공격에는 항상 계략이 숨어 있습니다.

음모와 마법을 통해, 경로들의 변경자는 그의 적들이 서로간에 싸우게끔 교묘하게 유도하고

혼란과 불신을 그들 안에 뿌려놓는데,

마침내 적절한 순간이 당도하게 되면 젠취의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악마들과 교활한 마법사들이 마법을 앞세워 쏟아져나와 목표물들의 모든 약점을 무자비하게 강타함과 동시에,

교활하게 워프 에너지의 균열들을 열거나 혹은 미래의 더 큰 재앙들을 위한 밑작업을 수행할 것입니다.


반대로 너글의 군세들은 역병과 부패를 불러일으키며 전진하는데,

낭랑한 성가와 묵직한 녹슨 종소리들이 이들의 침략을 알리는 징조이니,

또한 군대의 진군과 함께 짙은 역병 파리떼들이 주변에 가득히 몰려듭니다.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악마 벼룩들이 너글 악마들의 군세 아래 발치를 가득히 채우고,

군세를 지휘하는 부패한 살덩어리 거대 괴수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유독한 역병들은 주변 지형을 모두 오염시키며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들을 뿌리까지 썩게 만들어 균류와 끔찍한 식물들로 뒤덮히게 만들어버립니다.


슬라네쉬의 침략은 완전한 전면전에 돌입하기 전에 악랄한 방식을 동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둠의 왕자가 흘려보낸 유혹의 촉수들은 필멸자들의 영혼을 감싸 그들을 부패하게끔 만들고,

그리하여 그들을 내면에서부터 타락하고 부패하게끔 만들어 자신들이 지닌 탐욕과 욕망에 완전히 젖어버리게끔 만들어버립니다.

그의 유연하고 감각적인 군단들이 도착할 때면,

적들은 이미 완전히 부패하고 타락된지 오래일 것이며

슬라네쉬님의 악마들은 그런 적들에게 놀라울만치 빠른 속도로 다가간 다음 살인과 방탕의 주지육림 아래 적들을 무자비하게 찢어발기며 즐길 것입니다.


멸망의 날

41st 천년기의 마지막 날에 이르러 대균열이 일어남과 동시에,

태초부터 은하계를 위협해온 악마들의 침공 또한 빈도 및 규모 모든 면에서 전례 없는 규모로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새 시대가 열렸으니, 

은하계를 가로지르는 현실의 균열로 시작된 이 새로운 시대는 이른바 공포와 피의 시대로써,

필멸자들과 악마로 이루어진 카오스 신들의 사악한 성전군들은 인류와 외계 종족들의 행성들을 거침없이 유린하며 전례 없는 잔악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균열의 시작과 함께 카오스 신들이 힘을 온전히 합쳤더라면,

아마 현실 우주는 워프의 소용돌이치는 광기 아래 완전히 삼켜졌을 것입니다.

허나 역시 카오스의 본성에 따라, 이 어둠의 형제들은 이 혼란을 틈타 자신들 각자의 목표들을 추구하기 시작하였으니,

살인, 변화, 오염과 무절제의 포옹을 위해 따로따로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분열된 신들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은하계의 거주자들의 치열한 저항에 가로막힌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은하계의 가장 거대한 단일 제국인 인류 제국은 전설적인 프라이마크인 로버트 길리먼의 부활에 고무되었으니,

그와 함께 새로운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인류의 방어를 위해 투쟁하기 시작하였으며

은하계의 고대 종족들인 아엘다리와 네크론들은 카오스 신들에게 무릎 꿇고 멸종을 받아들이는 대신 굳건한 저항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타'우와 같은 신생 종족들은 카오스의 세계와 고대의 사악한 존재들이 만들어놓은 이 신세기에 대해 적응하고 이해하기 시작하였지요.

야만스러운 오크들은 사방에서 일어나는 격돌들에 자극되어 날뛰기 시작하며,

항상 그러해왔던 폭력에 대한 열정 아래 악마 군단들과의 전투들을 오히려 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타이라니드라 알려진 은하간 탐식자들은 이메테리움적 존재들인 악마들에 대해 특별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그들을 자신들이 흡수해야 될 생물들을 방해하는 적들로 여기고 있으니,

은하계의 향방을 좌우할 궁극의 전쟁은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카오스 신들과 악마 군단들은 궁극의 지배를 위해 서로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멸망시켜나가며 위협하고 있는 중입니다.


무형 황무지

카오스의 영역은 그 한계나 지형의 제한이 없는 무한한 세계입니다.

카오스 신들이 미치는 영향권이 닿는 공간들은 모두 그들의 영토가 되었으나,

나머지 괴상한 공간들은 보통 무형 황무지라 불리고 있습니다.


무형 황무지 대부분은 불규칙적이고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변형되는 공간인데,

예를 들면 핏빛 하늘 아래 타르의 강이 화석화된 돌나무 숲들 사이로 흐른다던가

하늘로 올라가는 거대한 계단들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뜬금없이 지면에 연결된다던가 하는 착시 같은 설계가 루프물마냥 끝없이 이어진다던가,

혹은 뼈들로 만들어진 성들과 액체 피 벽돌들로 쌓아올려진 요새들이 잘려진 사지들 한가운데 세워져 있다던가

거대한 전쟁 기계들이 혼련화되어 공동묘지 위에 동면해 있다던가 하는 기상천외한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필멸자들의 모든 꿈과 악몽들, 모든 광기어린 환상과 혼란스러운 판타지가 이 저주받은 공간에 그대로 구현되어 있는데,

이 세계의 주인은 무의식과 우연 속에 창조된 정령적 존재들인 퓨리들이라 불리우는 생명체들입니다.

이들은 보통 유체이탈스러운 화법의 목소리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데,

가장 기초적인 자성과 본능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것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이 무형 황무지는 주변 환경을 어느정도 통제하고 조작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지닌 그레이터 데몬들과 데몬 프린스들의 터전이기도 한데,

이 독립적인 악마들이 무형 황무지에 세운 작은 요새와 거처들은 카오스 신들의 거대한 영토에 비하자면 코딱지만한 수준에 불과하나,

대신 크기는 작을지언정 창조한 존재들의 기분과 의지를 그대로 담고 있으며,

보통 작은 성소 혹은 신전의 형태로 거대한 믿음들 사이 믿음의 틈새 시장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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