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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hield of Baal : exterminatus



고대인의 부활

현재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버린 아스포덱스 행성으로부터 수십억 마일 정도 너머,

한창 전쟁의 염화가 타오르고 있는 라이시오스와 에이로스보다도 더 너머에는 한 잊혀진 행성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크립투스 성계의 행성들 중 하나인 이 행성은 퍼디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지금, 이 행성은 오랜 침묵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드로스트 장군은 성계에서도 아주 외곽에 위치한 이 행성 궤도를 향해 죄수들을 가득 실은 감옥 바지선들을 보냄으로써, 

하이브 함대 레비아탄의 촉수 하나를 그쪽으로 우회하도록 유인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예측 못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 바지선들에 이끌려 눈 뜬 것은 하이브 함대의 촉수뿐만이 아니였습니다.

인류가 알지 못하는 먼 고대적의 무시무시한 존재들도 함께 눈을 떠버렸지요.


타이라니드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자신들의 함선들을 버리고 탈주한 포디안의 교도관들은 

죄수 바지선들의 함내 탈출선들을 사용하여 서둘러 성계 내로 복귀하려 하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담당한 죄수 바지선들은 모두 버리고 카스텔란 고리 지역으로 진입하려 하였죠.

덕분에 통제를 잃은 이 죄수 감옥선들은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결국 퍼디타 행성의 얼어붙은 황무지 지대에 불시착해버렸습니다.


이 녹슨 바지선들의 잔해들 속에서,

유죄 선고받은 죄수들이 얼음과 눈으로 뒤덮힌 대지 위로 기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잡아다 버린 플럭시안 왕조를 저주하며 

외계 침략자들이 부디 그 돼지같은 총독 플럭스의 시체로 실컷 배불리며 포식하기를 빌었죠.

어쨌거나 매섭게 휘몰아치는 눈으로 덮힌 주변 황무지들 위로 이전에 자신들이 갇혀 있었던 감옥들을 마개조하여 거처를 마련한 직후,

포디안의 죄수들은 아직 수갑조차 벗지 못했음에도 서로간의 갱 원한 관계 등의 이유로 싸움을 벌이다

얼마 안가 하늘을 뒤덮는 파멸의 징조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을 따라 접근하는 타이라니드들이였지요.

만약 추위에 동사하지 않는다면 타이라니드들이 자신들을 탐식하리라는 것에 그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죄수들은 자신들의 죽음이 별들 너머에서 내려오거나 혹은 냉혹한 추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대신 자신들의 발 아래에서 올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최초로 그들에게 다가온 것은 눈폭풍 속에서 소리소문없이 다가온 빛들이였습니다.

직후, 휘몰아치는 눈폭풍 속에서

마치 해골과 같은 형체들이 다가오는 것이 죄수들의 눈에 띄었죠.


왠지모를 섬뜩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을 구출요원들이라 판단한 가장 근처의 죄수들이 그들을 향해 부리나케 뛰어갔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판단이였죠.


무시무시하게 빛나는 강렬한 에너지 광선이 어두운 밤을 관통하며 그들을 뚫어버리자

죄수들은 자신들이 마주한 끔찍한 현실에 대해 깨달았습니다.

일부는 그대로 도주하였습니다.

일부는 어딘가에 숨거나 혹은 그들에 맞서려 하였죠.

그러나 이것은 전투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학살에 더 가까웠습니다.

차가운 기계 전사들의 끝없이 이어지는 군단들과 

기괴한 기계 짐승들에 대적하는 죄수들에게 희망이란 없었죠.

수천의 죄수들이 끝없이 펼쳐진 동토 지역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주하였고,

그보다 더 많은 수천이 대지에 박힌 죄수선들의 폐허들 사이에서 강철 해골들에 의해 도살당했습니다.


결국 눈으로 덮힌 대지 위로 최후의 1인까지 도살당하여 연기 피어오르는 숯덩어리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전장 위로 거대한 외계인 대군주가 일어나 남은 것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그 외계인의 차가운 시선은 죽은 자들의 시체로 뒤덮힌 대지에서부터,

위에 펼쳐진 장엄한 별들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살과 피가 흐르는 자들의 두 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냉혹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외계인의 시선이 우주 저 깊숙한 심연으로 향했습니다.

외계인의 두 눈은 퍼디타 너머를 항해하는 생체 함선들을 포착해냈습니다.

지금 다가오는 저 위협이 무엇이던 간에, 결국 이들과 마찬가지로 멸살될 것이였습니다.


동면의 시간은 이제 끝났습니다.

이제, 군단들은 다시 부활할 것이였습니다.


 


아스포덱스에서의 협력

현재, 아스포덱스의 폐허 도시들을 비롯하여 바다가 쓸어버린 라이시오스의 평원과 에이로스의 대기권 속에서까지도 전쟁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비로운 구원의 임무로 시작되었던 것이 이제는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필사적인 전투들로 변하였고

블러드 엔젤과 플레시 티어러 마린들은 대 포식자가 자신의 먹잇감을 먹지 못하도록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혼란의 폭풍 속에서, 전장의 화염에 의해 동면에서 깨어난 새로운 적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여행자의 도착

크립투스 성계의 인간들은 몰랐겠지만, 인간 이전에 한 고대의 종족이 먼 옛날 이 쌍둥이 별이 밝히는 성계에 터전을 두고 있었습니다.

인류 이전 수백만년 전에, 첫 인류 식민개척선들이 이지스 다이아몬도를 건너 이 방사능에 오염된 성계의 행성들에 첫 발을 내딛기도 한참 전에,

이 성계는 어느 번성하던 성간 외계 제국의 일부였지요.

그들의 이름은 네크론티르였습니다.

위대한 네크론티르 문명은 이 크립투스 성계를 수십의 근방 성계들에 방사성 펄스 에너지를 조율하여 전송하는 중계용 성계 역할로 사용하였고,

일련의 초과학적 초중력 앵커들을 사용하여 서로 떨어져 있던 두 개의 태양들을 하나로 붙여 쌍둥이로 만들고

그리하여 생성된 파괴적인 태양의 플레어 에너지를 막대한 동력원으로 사용하던 것도 바로 이들 종족이였습니다.


그러다가 천상의 전쟁이 네크론 제국을 찢고 붕괴시켰습니다.

그리고 산 자의 육신에서 금속의 육신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은 영원히 변해버렸지요.

현 신생 종족들이 그리 부르는, 네크론이라는 종족으로 다시 태어난 시기에

그들은 각자의 무덤들로 돌아가 억겹의 세월 동안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행성은 두 쌍둥이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행성이였지요.

그들의 궤도상 에너지 굴절 연결망들만을 남겨놓은 채, 네크론들은 스스로를 봉인하여 지하로 들어갔고

은하계가 그들을 잊을 날들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하이브 함대 레비아탄의 접근이 크립투스의 네크론들로 하여금 시기상조로 각성하게끔 만들었습니다.

하이브 함대의 하위 촉수 하나가 퍼디타 행성, 먼 옛날에는 메프릿 왕조의 중심행성이였던 행성으로 접근하기 시작하자,

고대적의 경고 프로토콜들이 무덤 행성의 심연들에서부터 반짝이기 시작했고

이내 최초의 네크론들이 동면에서 비틀거리며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무덤 행성이 깨어나며 강력한 장 파동이 우주 공간으로 전송되었다는 것이였습니다.

고대의 마법과 같은 과학 기술로 송출된 이 신호는 타이라니드가 만들어내는 워프의 그림자조차도 막을 수 없는 것이였고,

그렇게 하위우주를 관통한 그 신호는 저 멀리 우주 어딘가를 항해하고 있었던 여행자 안라키르의 네크론 함대에도 닿았습니다.

이 고대의 네크론 대군주는 퍼디타의 각성 신호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였고,

동시에 하이브 함대 레비아탄의 접근 또한 감지했습니다.

안라키르는 이미 일전에 타이라니드들과 조우해본 바 있었고,

그들을 혐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탐식과 번식 외에는 어떠한 규율이나 대의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모든 저급한 신생의 종족들 중에서도, 이 생명체들이야말로 진정한 우주의 해충들이며

따라서 네크론의 지배가 다시 이 은하계에 세워지기 위해서 이들은 반드시 박멸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행자는 이 짐승들이 위험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현재, 타이라니드의 주의가 퍼디타 행성으로 향하고 있고

무리들은 결국 행성에 강림할 것이였습니다.

행성의 툼 월드는 현재 전쟁을 위해 완전 가동된 상태였으나,

결국에는 물량전 양상으로 흘러가 네크론 동포들이 패배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타이라니드들은 분명 갓 깨어난 네크론 동포들을 파괴할 것이였고

만약 그들이 퍼디타의 모든 자원을 별 방해 없이 온전히 흡수하게 냅둔다면,

이후 다른 네크론 행성들까지도 채 각성하기 전에 그들의 아가리에 삼켜질 것이 분명했죠.


그것만은 허락할 수 없노라고, 안라키르는 결정했습니다.

그는 이 비극이 장단에 맞춰 춤추도록 냅두지 않을 것이였습니다.

퍼디타, 그리고 그곳의 태양 에너지 망은 구제받아야 할 것이였습니다.


그의 함대를 돌려 크립투스의 두 적빛 쌍둥이 태양들로 향한, 안라키르는 무관성 엔진을 작동시켰습니다.

곧 그의 거대한 네크론 함대는 공허를 관통하였습니다.

제국의 함선들과는 다르게, 네크론들의 함선들은 워프를 통해 이동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고

덕분에 하이브 마인드가 발산하는 강력한 싸이킥 장막조차도 이들의 함대에는 조금의 방해를 주지 못했습니다.

비슷하게,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이지스 다이아몬도조차도 

안라키르의 크립텍들에게는 그저 희귀한 공간적 기현상으로 여겨지고 끝났습니다.

그리하여 이지스 다이아몬도의 얼음덩어리들이 선체에서 다 떨어지기도 전에, 네크론들은 퍼디타 행성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안라키르는 행성의 첫 네크론들이 이미 깨어난 상태이며, 그들이 인간 불법 침입자들을 모두 처단하였음을 발견했습니다.

안라키르는 현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이 눈으로 덮힌 행성에서 행성의 주인들과 직접 만나기를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얼음 평원 위에서, 안라키르는 이제 막 깨어난 메프릿 왕조의 대군주, 자라투사와 영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불멸한 두 전쟁 군주들은 수행원들이 침묵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그야말로 장황한 환영사를 서로 교환하였죠.

자라투사는 고대에 그가 세웠던 위대한 업적들을 통해 안라키르를 한눈에 알아보았고,

이 여행자가 그의 행성을 방문한 것이 무엇 때문인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안라키르는 퍼디타의 대군주의 두 눈을 살피며,

기나긴 동면 동안 이들의 정신에 퍼졌을지도 모르는 광기의 징후를 면밀히 살폈습니다.


이 순간이 끝나자, 서로간 동맹이 체결되었습니다.

안라키르는 그의 네크론 군단들을 모아 어떤 하나의 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그는 퍼디타를 파괴에서 구원해줄 것이였습니다.




편의만을 위한 동맹

크립투스 성계의 극단에서 네크론 외계인들이 자신들만의 의뭉스러운 계획을 획책하고 있는 순간에

헬로스 항구에서는 블러드 엔젤과 타이라니드 간의 유혈낭자한 혈투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블러드 엔젤 마린들은 용맹히 나서 항구의 성벽을 타이라니드들의 물결들로부터 지켜내었으나,

매 공습이 그들의 굳건함 아래 격퇴되는 그 순간조차도 상황은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었지요.


커맨더 단테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가 드로스트 장군이 보관하고 있던 포트 헬로스와 주변 도심을 표시한 너덜너덜해진 지도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며 다음 전략들을 구상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때,

휘하 테크마린들 중 한명이 그가 위치한 막사로 찾아 들어왔습니다.

그는 단테에게 정보 하나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포디아 행성을 둘러싼 하이브 마인드의 정적인 방해 전파의 차단막을 뚫고, 어떤 자기 기술적인 장막이 감지되었으며,

현재 그 자기장 장막은 포디아 행성 뿐만 아니라 전 성계를 불가사의한 수준의 속도로 감싸고 있다는 소식이였죠.


그 정체와 출처는 테크마린들조차도 알 수 없었으나 한가지는 명확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게 나타났다는 뜻이였죠.

그리고 좋던 싫던, 그것은 분명 제국측으로써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였습니다.


심지어 하이브 마인드조차도 그들의 출현을 막지 못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타이라니드 무리는 그들의 장막에 의해 항구 주변의 프로메튬 해자로 미쳐 몸을 내던지다

이내 모두 폐허 도심으로 뿔뿔히 흩어졌으며

거대한 스포어들도 선을 다물었습니다.


단테는 그의 홀로리스 투시맵을 통해 성계를 감싸는 중인 장막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궤도의 블러드 엔젤 함선들이 관측한 정보들에 따라 그는 정확히 무엇이 접근하고 있는 것인지를 더 잘 확인할 수 있었죠.

그것은 반달 형태의 우주 항행체였습니다.

그것은 우주의 칠흑보다도 어두운 색이였으며

주변 별들조차도 가릴 정도로 거대했죠.


단테는 이정도 정보로도 그들이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수백년간의 경험에 따라, 그것을 일전에 조우했었던 그 때를 통해서

그는 그 항행체들이 어떤 존재들의 것인지를 알아내었죠.

바로 네크론들이였습니다.


그러나 노련한 단테조차도 이들의 출현이 향후 크립투스의 전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순간에도 네크론 함대는 라이시오스 행성을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가,

아스포덱스 행성의 고궤도 근처 공역까지 순식간에 근접했습니다.

생체 함선들은 그들의 출현에 본능적으로 움직이며 달려들었으나,

우주에서 그들은 강렬한 파티클 광선들의 줄기에 산산조각나거나

혹은 뒤틀린 전광들에 의해 산산조각나 흩어졌습니다.

이후 납작한 형태의 외계인 우주선들이 함대에서 쏟아지더니

불길의 꼬리를 그리며 스포어로 가득 뒤덮힌 하늘을 뚫고 순식간에 행성에 진입했습니다.


하늘을 뚫고 내려온 그 첫번째 네크론 '수송기'들이 항구의 벽과 폐허 도시 중간의

타이라니드 시신들로 뒤덮힌 시체들의 황무지 사이로 부드럽게 착륙하는 장면을 단테는 말 없이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검은 강철의 피라미드 하나.

모노리스라 불리는 외계인 구조물 또한 그 수송기들에 이어서 포디아 시로 마치 빗방울처럼 내려와

지상에 몇야드 정도 부유하며 떠다녔습니다.

단테는 그 장면을 지켜보며, 긴장으로 그의 무기 '엑스 모탈리스'를 꽉 쥐었죠.

그 수송기들 중 항구 가장 가까이 위치한 것에서 불빛이 일렁였고

그 불빛은 이내 활짝 열리며 어떤 차원문 같은 것을 만들어냈습니다.

출렁이는 그 차원문 안에서 굽은 형태의 외계인 검을 쥔 거대한 금속 형체가 천천히 걸어나왔습니다.

그 금속의 존재는 바로 안라키르였죠.


수백의 전투 형제들이 그의 출현에 대응하여 찰나의 순간에 즉각적으로 볼터건을 들어올려 겨냥했으나

단테는 그대로 사격하는 대신 손을 들어올려 잠시 대기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챕터 마스터는 상상조차 불가할 정도로 먼 옛 세월부터 존재했었던 이 외계인들을 이전에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타이라니드들에 위협받았던 또다른 행성에서의 전투를 통해 이러한 식의 등장을 이미 경험한 바 있었지요.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 네크론들이 애초에 자신들을 공격할 계획이였다면,

지금 당장부터 그리했을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단테는 생각했습니다.


'의야하군'


그들은 뭔가 다른 의도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안라키르와 그의 금속 해골 시종들이 겨우 수십 야드 너머의 거리를 유지하며 항구 성벽에 다가왔습니다.

그는 단테를 향해 손을 들었고,

이내 독특한 억양으로 제국의 하이 고딕어로 성계 인간들의 지도자에게 

자신의 말을 먼저 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했습니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가볍게 고개를 기울인, 단테는 그의 형제들에게 성벽의 문을 개방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한번에 다 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무기들과 대포들이 오직 자신을 향해 대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라키르는 헬로스 항구로 무심히 걸어들어왔습니다.


드로스트 장군은 그의 차가운 손을 턱에 가져다 대었고,

그의 피부를 짧은 수염이 긁으며 느껴지는 약간 불쾌한 감각이 느껴졌죠.

지금 그는 온 몸으로 통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들, 재생 시술들로 억지로 잡아놓은 그 수많은 세월들이

지금 그의 창백하고, 깊게 꺼진 얼굴로 쓰여지고 있었죠.

그러나 지금 보이고 있는 외형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바로 영혼의 침체였습니다.

그의 정신은 이미 오래전에 크게 훼손되어 있었죠.

그것은 4개 사지의 정신 약탈자 짐승들과 조우한 결과였고,

거기서 그는 비록 살아남았지만 제정신의 경계는 천천히 붕괴해가고 있었습니다.

사실상 지금의 드로스트는 이전 그가 알던 그의 망령에 불과했죠.

그 사실을 지금 그는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항구의 중앙 착륙장 한가운데에 서서, 드로스트는 이러한 잡념들을 치워버리려 노력하며

망상들에서 간신히 그의 정신을 다시 끌어올려

지금의 이 기괴하기 짝에 없는 현실에 돌려놓았습니다.


고귀로운 커맨더 단테와 그의 황금 갑주의 경호원들이 카디안 대표단들 앞에 서있었고

그들의 빛나는 파워 아머의 표면으로 포디안 시의 노을이 희미하게 반사되고 있었습니다.

이 제국의 영웅들 반대편에는 네크론들이 서 있었습니다.

이 소문으로만 듣던 혐오스러운 외계인들을 일견 살펴본 것만으로도 드로스트는 뼈속까지 시려오는 냉기를 느낄 수 있었죠.

이 외계인들의 육신이 살아있는 금속 해골들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류의 본질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토록이나 기계적으로 잘 반영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의 눈앞에서, 블러드 엔젤의 대군주와 네크론의 왕은 서로간에 세심하게 선택된, 하이 고딕어로 치장된 우아한 환영사를 잠시 교환하였습니다.

이 표면적으로 완벽한 의례 뒤편으로, 드로스트는 공기 중으로 흐르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눈 앞, 저 두 존재는 전쟁의 신들이나 다름 없는 이들로 보통은 서로간의 파멸만을 위해 존재하던 자들이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필요라는 것이 언제나 이어지던 증오를 뛰어넘었죠.

드로스트는 단테가 이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에게 질문을 건내는 것을 들었습니다.

챕터 마스터는 드로스트로써는 절대 이끌어내지 못할 재치와 언변으로 네크론들에게 문제의 핵심적인 대답을 이끌어내가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이들은 제국을 돕고 싶어하는 것인가?


안라카르는 오만한 자기 과신을 주저없이 내비치며 그 질문에 답했습니다.

타이라니드들은 은하계적 해충이며, 그 어느 대군주도 곱게 무시할 수 없는 더러운 오염이라고 말이죠.

네크론들은 커맨더 단테에게 강력한 지원과, 전사들과 전쟁 기계들을 이제 제공해줄 것이므로

이 전쟁의 흐름은 이제부터 분명히 바뀔 것이라고 눈 앞의 외계인은 말했습니다.

그의 답이 끝난 직후, 단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물론 단테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네크론들이 분명 이 외에도 더 은밀한 목적을 지니고 있으리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러나 상황이 절망적이였기에

그는 네크론들과의 동맹을 결국 받아들였습니다.


최소한, 끝날 때까지는


동맹이 체결되자 만남은 즉시 끝났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나타난 순간만큼이나 극적이고 빠르게, 차원문들로 행군한 직후 

에메랄드빛 차원문들과 함께 일순간 빛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외계인들이 사라지자 단테는 드로스트에게로 몸을 돌렸고

그의 지친 두 눈에는 스페이스 마린의 황금 마스크가 비추었습니다.


'군주이시여, 당신의 결정을 받아들이나이다...그러나 당신은 정녕...저 외계인을 믿는 것이나이까?'



'나는 수백년간 나의 챕터를 이끌었네, 드로스트 장군.

그리고 무엇이 불가항력한 전쟁인지도 알고 있다네.

현재 우리가 마주한 것이 바로 그런 전쟁이네.

그러나 더이상 그렇지는 않을 것이야.

자넨 나에게 저 외계인들을 믿느냐고 물었지?

아니, 아주 조금만치도 믿지 않는다네.

그러나 최소한 지금만큼은 우린 공통의 목적을 지니고 있지.

놈들은 언제나 철저하게 감시받을 테지만, 최소한 지금만큼은 우리도 놈들에게 협력해주어야 할 것이네.

우리에게 레비아탄의 무리를 무찌를 기회를 먼저 주게나.

그 다음에나 다음에 해야될 것을 신경써야 되는 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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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언불가한 자라투사

한때, 메프릿 왕조는 퍼디타의 태양열 중계기 덕에 크게 흥성하였으며,

그 성간 공장은 수십 네크론 성계들과 행성들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었었습니다.

그리고 퍼디타 행성의 성계를 지배하는 자였던 불에 맹세한 자라투사는 

'별화염', 성계의 쌍둥이 별이 발산하는 태양열을 흡수하여 굴절시키는 거대한 태양열 거울의 수호자들 중 말단이였죠.

비록 자라투사는 스스로를 별들의 군주로 여겼고,

고대 당시, 그의 역할은 실제로도 왕조에서 상당히 중요하였으나

다른 동료 군주들은 그를 그저 관리자로 취급했습니다.


그러다 천상의 전쟁이 네크론티르를 위협하자,

자라투사와 그의 백성들은 언젠가 다시 각성할 날을 위해 태양열 거울만을 남겨놓고는

그들의 성계 중심 행성들을 방치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외곽의 퍼디타 행성에서 수백년 간 동면하였지요.

타이라니드들이 접근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 은하계는 다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격변되어 있었습니다.

경멸스러운 미개종족들이 그의 소중한 성계를 오염시키고 있었고

그의 태양열 거울을 모독하고 있었으며,

그의 백성들은 분열되거나 파손되어 있었습니다.

자라투사 또한 긴 동면 속에서 무사한 채로 남아있지는 못했고,

위엄에 대한 그의 망상증은 고대 시절보다 크게 확대되어 있었죠.

깨어나자마자 스스로 '형언불가'라는 존칭을 세우고선, 이제 자라투사는 야만인들과 외계인들로부터 다시 그의 성계를 탈환하려 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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