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1장, 테살라
로버트 길리먼은 여전히 테라에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함선은 펄그림의 기함만큼이나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지만,
힘의 철권이 고풍적이고 수사적인 반면, 황제의 자존심 호는 그야말로 저속함 그 자체였다.
펄그림의 기함은 그 장식이 말하자면 과유한 스타일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는데,
함선의 외형에 가능한 모든 부분 부분이 전부 장식되고 장식되어 있었다.
먼 과거에, 이 두 함선이 서로 어깨를 맞대어 싸울 시절에도
이 함선은 그야말로 사치의 전형으로 다소 거친 행성들에서 태어난 울트라마린들의 입맛에는 별로 맞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품격에 대한 모욕처럼 변질되어
모든 예술적 흔적들을 지워버릴 정도의 그런 잡다한 것들이 끝도 없이 추가되어버렸다.
이 끔찍한 과시에 태만이 함께 섞여져, 지금의 '황제의 자존심' 호는 일반 필멸자들의 눈에 그야말로 흉물이나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옛날 옛적의 부패한 유물이자, 내리는 비에 백여년간 푹 삭혀진 퇴폐 그 자체였다.
허나, '황제의 자존심'호의 파괴 능력만큼은 여전히 그대로 살아 있었다.
직사거리에 놓이자, 펄그림의 기함은 '힘의 철권'과 서로 교차 방향으로 기동하며 상대함의 함선 측면에 무자비한 측면 포열 사격들을 교환하였으니,
각 함선들의 측면에 나열된 거대한 대포들이 불을 토해내며 최소 운송용 컨테이너들 급의 거대 포탄들을 쏟아냈다.
그 두 함선 사이의 우주 공간은 쏟아지는 포탄들과 더불어 강렬한 랜스 광선 및 이름 모를 레이져 광선들이 가득 채웠으며
무수하게 쏟아지는 공격들을 막아내는 보이드 쉴드 방어막들은 쉴새없이 그 표면이 번질거리나 혹은 크게 반짝였다.
그 두 함선의 무시무시한 함대함 공격에 의해 만들어진 다중 색체의 거대한 번개 폭발에 의해 수천 마일 일대의 함선들이 통신 기기들과 하위 시스템들에 오작동을 겪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두 함선은 아랑곳 없이 서로간에 수 개 도시들을 지워버릴 정도의 무시무시한 화망을 쏟아부었다.
이 거대한 거신들 주변에서도 수십여 다른 함선들이 우주의 고요함 속에 각자의 전투를 치루고 있었다.
일부는 기함의 크기만큼 크고 강했는데,
그들 중 펄그림의 편에 선 함선들은 하나같이 전부 저주받은 엠퍼러스 칠드런의 함선들이였으니
비록 펄그림이 전쟁에서 패배하고 인간성마저 잃어버렸을지언정,
여전히 그의 군단이 결속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편 길리먼의 편에서 싸우고 있는 전함들은 인류의 자랑스러운 XIII 군단, 울트라마린 군단의 후계 챕터들로 구성된 도합 6개 챕터 연합 함대 소속의 함선들이였으니,
충의를 지키기 위한 대가로 울트라마의 군단들은 현재 분열되어 있었는데,
이는 거대한 헤러시 전쟁 이후 길리먼이 스페이스 마린 군단들로 하여금 더 작은 챕터 단위들로 군단들을 나누라 한 결과였으며,
여기에는 강점도 있었지만 약점 또한 존재했다.
프라이마크의 전술적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충성파 측은 기동면에서 뒤쳐져 적들의 공세를 받고 있었다.
타락한 프라이마크의 추격이 이제는 생존을 위한 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의 도합 3여개 함대 함선들은 테살라 행성 궤도 일대에서 충성파 함선들에게 역공을 가했으니,
펄그림은 솔코 행성에서 떠나 마치 도망치는듯한 기만을 보이며, 바로 여기에 무시무시한 함정을 파고 충성파 세력들을 유인했다.
옛날이였더라면, 로버트 길리먼은 이와 같은 실수를 아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에메랄드빛 구체인 테살라 행성의 궤도 바깥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금의 심각한 위기 상황은 그저 불운함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펄그림은 결코 평범한 상대가 아니였다.
그렇기에 설령 여기서 길리먼이 실패하더라도, 역사는 아마 그를 확실히 용서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것을 기록해줄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허나 어쩌면 이 모든 결과의 이유는 분노가 복수하는 아들의 판단력을 가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펄그림의 무언가 저주받을 그런 마법적 속삭임들 덕분에 로버트 길리먼이 이성을 잃고 그가 행하고 싶은대로 행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 길리먼은 긴장한 상태였다.
비록 몇몇의 다른 프라이마크들 또한 인류의 수호자들로서 아직 활동하고 있었지만,
현재의 파손된 제국은 길리먼을 구세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는 법이며, 그것은 반신이든 천민이든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였다.
그러나 그 중 길리먼의 짊어지고 있는 짐이 가장 막중했다.
지금의 그는 그는 인류의 구세주나 다름없으니까.
'황제의 자존심'호는 측면 경사를 기울여 좌현측 대포 포열들의 사격각을 더 유리하게 조정했다.
이에 대응하여, '힘의 철권'은 대포 사격의 강도를 한층 더 맹렬하게 올렸고
쏟아지는 일제 사격 덕분에 황제의 자존심 호의 하부 첨탑들을 덮고 있었던 보이드 쉴드 방어막 부위가 마침내 파손되어 사라졌다.
곧 자존심 호의 선체 하부로 맹렬한 폭발들이 줄지어 일어나며 황금과 역겨운 무언가로 덮혀 있던 선체 외부의 일부가 떨어져 나왔다.
마침내 침투로가 열린 것이다.
지금 '힘의 철권'호 내부에서, 도합 1백여명의 울트라마 최정예 전사들이 웅웅거리는 신비한 기계들로 둘러싸인 텔레포트 구역들에서 대기 중에 있었다.
이들은 1중대 50여명과 2중대 소속의 50명으로 구성된 전사들로,
전부 울트라마린 챕터 특유의 짙은 청색을 지니고 있엇다.
그 중에서도 1중대의 베테랑 스페이스 마린들은 터미네이터 아머를 장비하고 있었다.
1중대 특유의 흰색 헬멧들은 터미네이터 갑주의 헬멧에 단단히 연결되어 있었으며,
그들 주변에서는 수백여 기술 시종들과 필멸자 선원들이 울트라마린의 워프 전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머지 2중대의 스페이스 마린 전사들은 표준형 파워 아머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무장 서비터들이 그들에게 함내전 전용의 직사각형 방패들을 보급하주고 있었다.
그들의 전투용 갑주는 1중대의 터미네이터 갑주만큼의 압도적인 내구력은 결여되어 있었으나,
함내 전투용 브릿칭 쉴드 방패 덕분에 곧 다가올 함내 침투 직후 펼쳐질 근접 전투에서 제법 높은 생존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였다.
갑판의 플라스틸 바퀴들을 통해 탄약 수송대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깔끔한 제복 차림의 울트라마린 챕터 시종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올라오는 탄약 상자들을 받아 그들이 섬기는 군주들에게 공손히 바쳤고,
강화된 초인 전사들은 전투 전 마지막 준비 절차로 본인과 다른 형제들의 갑주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채플린들은 각각의 텔레포트 플랫폼에서 전투 형제들의 맹세들을 경청해주거나 혹은 퓨리티 실 종이를 형제들의 갑주에 댄 다음 왁스로 붙이고, 그것을 축복받은 강철 담금쇠로 지져서 고정시켜주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인간이든 혹은 초인이든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완벽한 효율성 아래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모든 이들은 한쪽 눈을 함교와 연결된 대회랑 복도에 고정시키며 누군가의 등장만을 기다렸다.
함선이 갑자기 크게 요동쳤다.
곧 경고 알람이 시끄럽게 울림과 동시에 함내가 어둠 속에 잠겼고,
어둠 속으로 벽면의 붉은 경고 조명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충격에 의해 복잡한 버티목들과 연결된 건트리 일부가 주저앉아 무너졌고,
저 높은 천장 위의 파이프들 일부가 훼손되어 고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선원들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며 각자의 임무를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방금 전 충격에 의해 끊긴 동련선들을 복구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진공 보호용 장갑 복장을 착용한 긴급 복구팀 선원들 및 특수 서비터들이 투입되어 잔해들을 치우고 파손 부위들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식간에 다시 질서를 되찾았다.
이와 같은 침착함 덕분에 이 함선이 지금 받고 있는 무자비한 적함의 포격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지금 쏟아지는 '황제의 자존심' 호의 일제 포격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것이였으며
이대로 가면 결국 철권호가 패배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허나, 패배하는 전투는 울트라마린의 전투가 아니였다.
텔레포트 갑판 일대의 기둥들과 벽면에 설치된 스피커형 음성방출기들을 통해, 간단명료한 음성이 들려왔다.
'황제의 자존심 호의 방어막들이 내려갔다. 텔레포트 공습 준비를 완료해라.'
준비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잡음들 외에도, 바깥에서 쏟아지는 포격이 만들어내는 전투 소음이 계속해서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명령 방송은 다시 반복되지 않았다. 마린들이 신속한 움직임으로 모든 준비들을 마쳤기 때문이였다.
곧 경쾌한 자명종 소리가 챙하고 울렸다.
그 날카로운 종 소리는 제법 크게 울렸기에 필멸자 시종들과 초인 전사들 모두가 들을 수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종소리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기에, 울트라마의 봉사자들은 하던 작업을 잠시 중지하고 시선을 집중했다.
명성 자자한 '논리의 갑주'를 입은 거인 한 명이 대회랑 복도에서부터 여기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왼쪽 손에는 '지배의 주먹'이 장착되어 있었으며,
허리춤에는 거대한 검인 '글라디우스 인칸도르'가 메여 있었다.
이 무기들의 사용자이자 주인인 거인은 그를 호위하는 인빅타루스 스제라인 가드의 전사들보다도 더 거대했으며,
필멸자들의 숨을 멎게 할 정도의 그런 권위와 카리스마를 한 몸에 내뿜고 있는 인물이였다.
'1st 캡틴 안드로스! 2nd 캡틴 티엘! 중대원들은 준비 완료되었나?' 거인이 물었다.
두 캡틴들이 군주에게 신속히 보고하기 위해 뛰어왔다.
2nd 중대 캡틴인 티엘은 명예 훈장들이 가득한 일반 파워 아머 차림에 헬멧은 따로 없는 복장이였으며,
1st 캡틴 안드로스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헬멧까지 착용한 완전 무장 상태의 터미네이터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군단의 오랜 상징이기도 한ㅡ가슴에 한쪽 주먹을 올리는 경례를 만 울트라마린의 아버지에게 올리며 말했다.
'길리먼 각하! 각하의 베테랑 전사들은 당신의 명령만을 기다립니다,' 안드로스의 헬멧 아래 음성 방출기를 통해 그의 음성이 방출되었다.
'저희 또한 준비 완료입니다, 프라이마크이시여,' 에오니드 티엘이 말했다.
그의 따로 기계를 거치지 않았기에, 깊고 부드러웠다.
헤러시 이후 아직 크게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였기에, 비록 긴장한 표정 덕분에 다소 주름이 생겼을지언정
티엘의 외형은 아직도 제법 젊은 스페이스 마린으로 보였다.
길리먼은 결의 아래 두 캡틴들을 내려다보았다.
프라이마크는 거대한 터미네이터 갑주를 착용한 안드로스보다 훨씬 더 거대했으니,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신이자 인류의 강력함이 하나로 뭉쳐져 살로 빚어진 모습 그 자체였다.
티엘이 길리먼과 시선을 마주했다. 마치 그의 유전적 아비의 풍모에 눈을 뗄 수 없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티엘은 훌륭한 전사였다. 길리먼은 다수의 전투들을 통해 그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또한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는데 있어 두려움이 없었고, 그의 군주를 향한 충성심을 감출 수 있을 정도로 정숙했다.
'이들은 나에게 이토록 헌신적이구나,' 길리먼이 속으로 생각했다.
'설령 내가 실패하더라도 그렇겠지.'
이제, 살아남은 옛 군단원 시절 전사들의 수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들의 자리에는 다른, 보다 덜 확실한 그런 시대에 태어난 전사들이 대체하고 있었다.
티엘의 존경심은 그와 길리먼 간의 긴 친밀함 속에 단련된 것으로,
그렇기에 그는 충성심을 유지하면서도 아직까지 옛 시절 그대로의 반항적인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새롭게 들어온 젊은 스페이스 마린들이 바치는 충성심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문득 길리먼은 자신의 전사들이 지금의 신입 전사들과는 달리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덜 경건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래, 그런 좋은 시절도 있었지.
'그렇다면 즉각 출동하겠다,'길리먼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역자 놈들은 다시는 탈출하지 못하리라.
6개 챕터들의 전사들이 우리들을 돕기 위해 대기중에 있다.
우리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각자의 텔레포트 구역으로 이동하라ㅡ대규모 텔레포트를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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