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8th] Craftworlds codex
전장은 고요했다.
시체들은 전장 사방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고, 대부분은 시체와 무기들 모두 처참히 박살나 있었다.
전차들은 뒤엎어져 매연을 피워내고 있었고,
사망한 전차병들의 시체들은 전차들 주변에 어지럽게 내팽개처져 있었다.
허나 그 죽음의 현상 가운에서도, 움직이는 자는 있었다.
음울하고, 우아한 수 개의 인영들이 폐허와 잔해들 사이에서 조용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느리고, 조용하게 아슈라니들은 전장에 널부러진 동포들의 주검을 수습하기 시작했는데,
전투가 가장 치열하게 일어났었던 전장 한복판에는 이미 그들을 위한 6개의 거대한 화장더미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오크들의 시체들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었다. 그 시체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이미 돌더미 사이에 모여 맛난 먹잇감들을 두고 서로 다투고 있는 시체 파먹는 짐승들에게 뜯어먹힐 것이다.
오크 같은 존재들에게는 티에네스파이오레스(tienespiorath)의 의식 절차들은 너무 과분한 것이었다.
리아타이르는 불타고 있는 화장더미들에서 등을 돌려 어느 무너진 건물 쪽으로 발을 돌렸다.
젯바이크 한 기가 그를 스쳐 지나갔는데,
전사한 동료를 찾아 헤메는 조종사의 젯바이크 엔진 소리는 일반적인 엔진음보다 더 낮고 조용하게 웅웅거리고 있었다.
그의 왼편으로는, 2명의 밴쉬들이 장작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녀들은 마치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축 처진 한 다이어 어벤져의 주검을 양 손으로 조심스럽게 운구하고 있었다.
전사자들 대부분의 스피릿 스톤들은 회수되었으나, 일부는 회수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어 있었고,
그렇다면 그 안에 담긴 내용물들은 공허로 빨려들어가,
그 안에서 아가리를 벌린 채 기다리고 있는 '목마른 그녀'의 안에 던져지게 될 것이다.
리아타이르는 처참히 도륙된 한 오크의 사체를 발로 차서 치워버린 다음,
전장에 흩어진 아슈라니들의 주검 중 마지막 것을 부드럽게 들어올렸다.
그리하여 4번째로, 그는 주검을 안고 마침 새로운 화장더미가 피어오르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주검을 타오르는 장작더미의 꼭대기에 올려놓았는데,
이번에는 그 헬멧 뒤에 누가 있는지조차 살펴보지 않았다.
죽은 이의 주검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는 짓은, 역시 무의미했으니까.
모든 사자들은 자신들이 택한 전쟁 방식 아래 목숨을 잃었으며,
죽음으로써 그 나머지 삶의 행태들은 그대로 지워진 것이니 결국 무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름도, 얼굴도 없는 채로ㅡ그렇게 그들은 험상궂은 마스크들과 불타는 슈리켄 캐터펄트들만을 남긴 채로 세상을 떠났다.
'고통은 산 이들의 것이오, 그대 떠남에 우린 슬픔에 잠기어
승리의 즐거움조차 느껴지지 않는구려.
화염은 그대를 위함이니, 산 이들은 그대들을 위해 눈물 흘리리다.
그대들의 삶을 보상하기에는 이 세상에 오크들의 수가 너무나도 적기만 하오.'
엄숙하고 묵직한 아슈라니들의 애도가는 전장을 가로질러 흘러나갔다.
떠난 이들은 생전에 이름들이 있었으며 언제든 기억되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켜지지 않은 장작더미 하나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팬텀 타이탄들 중 하나가 그 위에 서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그 작은 장작더미를 향해 타이탄은 조용하고 부드럽게 펄스 레이져를 톡 가져다 대었다.
-곧 새로운 불길이 따닥따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을 밝혔고,
타이탄은 새롭게 타오르는 장작더미 위에서 두 팔을 포개며 머리 숙여 애도의 인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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