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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arhammer40k.wikia.com/wiki/Battle_of_Helsreach


출처 2 : Helsreach_-_Aaron_Dembski-Bowden




헬스리치 전투 : 타이탄


-헬스리치에서 북쪽, 황무지 어딘가에서-


그 거대한 오크의 우상은 아래 숭배자들의 광기 속에서도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우상의 피부와 뼈는 부셔지고 파괴된 함선들로 만들어졌으니,

그 육신을 이루는 기둥과 기어, 철탑과 대들보들과 장갑판들이 모두 그 버려지고 훔쳐진 것에서 잉태된 것이였다.

비록 그 거신은 살아있는 것이 아닐지언정,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스스로 피이자 장기들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것들은 기계 우상신의 표면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직접 장갑 안에 몸을 던져넣거나, 강쳘 뼈대들에 메달리며 스스로 혈관을 타고 내리는 혈액 세포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거신병을 만드는 데에는 한달간 총 2천여마리의 오크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3일 전 마침내 그것이 하이브 스티기아의 성벽 너머 황무지에서 탄생하였을 때,

그 누구도 들은 바 없었던 거대한 포효성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탄생 단 1시간만에, 그 거신은 행성 표면에서 그 도시 하나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스티기아는 공업 도시로, 스틸리젼 및 자체 민병대로 아스타르테스 및 기계교 지원 없이 그 순간까지 버텨오고 있었으나,

거신이 마침내 각성한 순간 마지막 남은 방어 저항은 완전히 전멸하였으며,

도시는 도합 5시간에 30분만을 버틸 수 있었다.


이제 그 기계가 다시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나태한 움직임 속에, 남쪽으로의 여행을 준비 중이였다.

그것의 얼굴은 돼지와 같고 눈은 완전한 원을 그리고 있었으며,

하나 하나가 거대한 송곳니들과 마치 피와 같은 적색의 강철 상아들이 그 얼굴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눈을 이루는 금간 유리창들 안쪽으로는 굽은 유인원과 같은 오크 조종수들이 특유의 어정쩡한 걸음으로 바쁘게 움직이며,

제국 타이탄 조종사들을 야만스럽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흉내내고 있었다.


그 거신병의 이름은, 그 추잡한 돼지와 같은 배불뚝이 몸뚱아리에 조잡한 오크식 알파벳으로 크게 도색되어 있었다.

'신 살해자'라고.


대지가 뒤흔들리는 묵직한 충격과 함께, 신 살해자가 이제 남쪽으로 내려간다. 해안가로 걷기 시작한다.


헬스리치를 향해.


......






항구 전투가 거진 끝나갈 무렵, 헬스리치 하이브에 주둔 중인 레기오 인비길라타의 타이탄 전투병단은 스틸 리젼 병력들과 함께 황폐화된 '로스토릭 제련소' 구역에서 오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엇습니다.

타이탄들은 이 구역에서 나흘간의 전투를 수행하였는데,

그 전투를 비롯하여 총 7기의 전쟁 기계들의 손실을 겪은 후였지요.

더욱이 남은 타이탄 조종사들과 신 기계들 자체도 끝없이 이어진 전투에 상당히 소모된 터라,

재무장 및 정비가 필요한 상태였으니,

그런 상태에서조차 계속 전투를 무리하게 수행한 터라 이미 성능 면에서 많이 저하된 바였으며

특히 프린캡스의 상태가 영 거시기한 임페라토르급 타이탄 스톰헤랄드의 경우 상당한 불안정 상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타이탄들은 거대 수송선들을 동원하여 잠시 도시를 벗어나 재정비할 방법을 강구하려 하였는데,

그러는 와중에 프린캡스 메이져리스 만션은 도시를 뒤덮은 화염조차도 가리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열 신호가 외부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을 식별하였으니,

이에 따라 두 기의 워하운드급 타이탄들을 정찰 용도로 파견하였습니다.

이 두 기계들의 프린캡스들이 목표로 접근하는 와중,

한 대가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소멸되었으니 그 기습적인 죽음의 원인조차 처음에는 알 수 없었으며,

그 다음에 연이어 두번째 워하운드가 소멸되고 나서야 그 이유가 마침내 확인되었으니,

그것은 '신 살해자'라 알려진 초거대한 크기의 메가 가간트로,

심지어 그 크기만으로 임페라토르급 타이탄인 스톰헤랄드를 위축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오크의 기계신 괴수이였습니다.


본디 이 신 살해자라는 기계는 아마게돈의 표면에서 직접 건조되었는데,

헬스리치 북단에 소형 공업 하이브인 스티기아 근처가 그 출산지로,

침략 초기 스티기아에는 오직 소규모 스틸 리젼 방어병력과 민방위 부대들만이 주둔 중이였으며

기계교 혹은 아스타르테스 지원 병력은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허나 이에 불구하고, 스티기아는 오크의 포위 공격 속에서도 꼬박 1달을 버텨내었는데,

신 살해자의 건조가 마침내 완료되어, 이 거대한 기계 괴수가 방어자들을 덮친 그 순간

스티기아는 멸망의 날을 맞이하였습니다.

그 탄생과 함께 단 5시간하고도 30분만에 오크들의 전면 포위 속에서도 한달을 버텨온 도시와 그 방어병력들을 완전히 재로 만들어버린 이 기계 괴수는,

곧 그 무시무시한 걸음을 근방에서 가장 단단한 방어 중심지, 즉 헬스리치 쪽으로 돌려 마침내 이렇게 도착한 것이였지요.


스톰헤랄드는 곧 이 거대한 기계 괴수를 맞이하게 되었으니,

가간트의 조종사 오크들 또한 다른 무엇도 아니라 자신들 앞에 놓인 이 가장 거대한 적수를 상대하고픈 욕망 뿐에 없었습니다.

놈은 단 한발의 공격으로 스톰헤랄드의 호위를 담당하는 다른 타이탄들을 너무나도 간단히 격파하였으며,

곧 약화된 임페라토르 타이탄을 무시무시한 기세로 덮치며

빌딩 수 개를 합친 크기의 거대한 근접 무기들을 스톰헤랄드의 선체를 향해 들이밀었습니다.

타이탄 자체가 가한 정신적 피해와 정신체강적 고통 및 부상들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는고로,

만숀은 사실상 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전쟁 기계는 부득이하게 그녀의 두 모데라티들, 론과 발리안 카소미르가 대리로 조종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은 이 거대한 흉괴를 처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 한 발의 정확한 플라즈마 에니힐레이터 대포 사격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허나 마지막 순간 두 명의 조종사들은 서로 의견이 갈리게 되었으니,

가간트의 근접 무기들이 타이탄의 차체를 가르기 직전의 순간,

카소미르는 타이탄의 기계공들이 기계의 안정화 장치들을 온라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모데라투스 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플라즈마 에니힐레이터를 점화하였습니다.

덕분에 일어난 막대한 반동에 의해, 총열은 처음 조준했던 방향에서 엇나가 버렸고,

눈부신 방출 에너지는 그대로 멀리 사라지며 외계의 거신병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것으로 스톰헤랄드의 운명은 정해졌지요.


타이탄은 무너졌습니다.


다른 모든 타이탄 조종사들 중에서 오직 프린캡스 만션만이 레기오 인비길라타 전투병단이 헬스리치 방어에 참전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었으므로,

그녀가 타이탄과 함께 쓰러지자 새롭게 등극한 사령관인 프린캡스 아마삿은 즉시 남은 신 기계들을 이끌고 도시를 떠나,

헴록 강변에서 전투 중인 본대를 향해 철수하였습니다.


이제 도시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임페리얼 가드들과 민병대들,

그리고 겨우 35명 남짓한 성전사들 뿐이였습니다.


.....


'그럴 수는 없는 일이였단 말입니다.' 기도실을 걸어다니며 프라이무스 형제가 입을 열었다.


'그들은 방어하려고 여기 왔었습니다, 순전히 그런 목적으로요. 그들은 순전히 속세적인 이유에만 헌신하고 있었던 겁니다.'


한편 바스틸란은 그의 전투용 단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글라디우스 검의 양 날을 숫돌에 날카롭게 갈고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에도 프라이무스의 군홧발 소리가 작은 기도실을 채우고 있었고,

그 사이로 스윽, 스윽하고 칼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잘못된 겁니다.' 


'그, 그렇다고 그게 그 친구들이 잘못됬다 그러는거 아닙니다.

하지만 민간인들 보호하겠다고 드랍 포드를 감행해요? 그건 웃기는 소리란 겁니다.'


ㅡ스윽, 스윽


'아니 별 말 없으십니까 선임 형제님?'


'뭐라 할 말이 있겠나,' ㅡ스윽, 스윽


'아 진짜 이렇게 나가실 껍니까? 바스틸란, 제발요. 형제님도 제가 맞다는걸 잘 알잖습니까?'


'내가 아는 거라곤 곧 꺼질지도 모르는 바닥을 자네가 자꾸 쿵쾅거리며 걷고 있다는 것 뿐이네.

우리의 형제 챕터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게. 샐러맨더는 전 주간 그들이 흘릴 수 있는 최대한의 피를 흘려주었어.'


'아니 요점이 그게 아니잖습니까.'


ㅡ스윽, 스윽. '그게 자네와 내가 불일치하는 부분이라네, 형제여.

그래서 자네가 배워야 될게 많다는거야. 자네는 아직 어려. 그리고 앞으로 더 배우게 될꺼야.'


'아 진짜 꼰대처럼 굴지 마시죠, 늙은 형제님. 제가 뭘 말하고 싶은건지 잘 알잖습니까.

아니 세월이 갈수록 자꾸 말수만 줄어드시고 뭔 한번을 제대로 소리내실 생각을 안하시는겁니까 진짜.'


'나 그렇게 안 늙었네,' 바스틸란이 웃었다. 참 시끄러운 소년이야.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잘못된 혈기로 바스틸란의 미소를 싹 가시게 만들 수 있었다.


'비웃지 마시죠.'


'그렇다면 어디 한번 못 비웃게 만들어보게. 두 챕터가 같은 목표를 두고 싸웠었나?

아니면 두 챕터가 같은 교리와 규율 속에 싸웠었나?

우리와 그들은 서로 다른 행성들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스승들 밑에서 훈련 받았네.

그 차이들을 인정하고 동맹으로써 서로 같은 자리에 설 줄 알아야지.'


'아니 그래도 그들은 틀렸단 말입니다..' 프라이무스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선임을 바라보았다.

어찌 이리도 둔하실 수 있는거지?


'그들은 그냥 원한다면 도시 어디든 착륙 가능했어요. 그리고 외계인 사령관들 중 한 놈을 잡아 죽여버릴 수 있었단 말입니다.

대신, 그들은 저희가 위치한 항구들에 떨어져서는 인간들을 보호하는데 더 집중했어요.'


'왜냐면 그럴려고 온 것이잖나..그들이 지닌 연민을 전술적 멍청함과 혼동하지 말게.'


'그게 바로 제 말이라니까요.' 답답함에 프라이무스는 칼을 빼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물론 가를 것이라곤 공기 뿐이니 그러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냥 칼을 뽑아 휘두르고 싶을 지경이였다.


'그들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방어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스타르테스 아닙니까?

그건 임페리얼 가드의 일이죠. 우리는 목구녕을 쑤셔버리는 창날입니다. 그냥 두들겨 처맞는 모루가 아니라고요.

우리는 위대한 성전의 후예입니다, 바스틸란 형제님. 1만년간, 우리와 그리고 우리들만이 황제의 행성들을 복종시키는 성전을 계속 이어나갔어요.

우리는 제국 그 자체를 위해 싸우는 존재들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공격이에요. 공격!'


ㅡ스륵, 스륵. '여기선 아닌데. 여긴 헬스리치잖나.'


프라이무스 형제가 고개를 떨궜다. 비록 자신이 언쟁에서 졌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빌어먹을 바스틸란 곰탱이는 언제나 이런 식이였다.

항상 이런 식으로 조곤조곤한 몇마디 말로 프라이무스가 말하는 모든 것들을 격파해왔다.

참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헬스리치는...' 어린 검술사의 음성이 다시 낮아졌다. 좀 더 부드럽지만, 자신감은 팍 줄은 채로.


'그냥, 이번 전쟁에서는 제대로 되먹은게 없는 것 같습니다.'


....


네로바르 형제는 다른 형제들이 있는 곳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찾아가지 못할 정도로 멀리는 아니였다.


'형제여,' 그리말두스가 따라왔고, 그를 발견한 네로가 목례를 올렸다.


'사령부 회의는 어땠습니까?'


'최후의 결사에 대한 지루하기 짝에 없는 토론이였네. 솔직히, 다른 때랑 별 차이가 없었지만.

샐러맨더들은 이미 떠나버렸으니.'


'그렇다면 이제 프라이무스가 좀 입을 닥치고 앉아 있겠군요.'


'아닐 것 같네만.'


그리말두스는 헬멧을 벗었다. 네로바르는 그가 벽화를 감상하는 것을 살피며, 리클루시아크의 흉터 가득한 얼굴이 고뇌어린 표정으로 그것을 살피는 것을 바라보았다.


'부상은 어떻나?' 그리말두스가 물었다.


'뭐 살았습니다.'


'아픈가?'


'그게 뭔 상관이랍니까? 살았으면 됬죠.'


'나는 카도르 형제와 함께였네,' 이제는 천장 부분을 바라보며, 그가 이어 말했다. '마지막에 그와 함께 했었어.'


'압니다.'


'그렇다면, 내가 자넨 그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노라고, 그건 불가피한 일이였다고 지금 말해주면 잘 알아들을 수 있겠군.

 그는 괴수 놈이 그를 강타한 순간 즉사하였네.'


'저도 눈 앞에서 그걸 봤습니다, 아닙니까? 이미 뻔히 아는 사실을 말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어째서 아직도 그의 죽음에 이토록 음울해하고 있는건가?

그건 실로 위대한 죽음이였어. 영원의 성전'의 볼트 회랑 안에 기록될만한 죽음이였네.

그는 부러진 검과 맨손만으로 9놈의 적을 죽이고 죽었네, 네로. 돈의 피에 대고,

만약 우리 모두가 그와 같은 업적을 해낼 수 있노라면,

인류는 분명히 모든 별들을 정화하고도 남았을 정도였네.'


'그는 볼트 회랑에 안치되지 못할 겁니다. 그것도 알잖습니까.'


'그건 잘못된 애도 방식이로군. 그건 단지 유감스러운 사실일 뿐이야.

이제껏 챕터의 수백여 영웅들이 아무도 모르고 몰라주는 곳에서 쓰러지고 잊혀졌네.

그렇기에 자네는 카도르의 진정한 유산인거야.

그것만으로도 부족한가? 난 자네를 돕고 싶네, 형제여. 하지만 지금 자네는 그걸 좀처럼 말하질 않는구먼.'


'그가 저를 가르쳤습니다. 저는 그에게서 검술과 볼터건을 배웠어요.

..그분은 저를 도둑질맞으신 친부 친모를 대신해주신 새 아버지셨습니다.'


그리말두스는 그를 직시하는 대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 기의 제국 전투기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헬리우스, 전전임 바라사스와 전임 젠젠을 뒤를 이은 후임의 것이 아닌가 하고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전사의 운명일세,' 그가 말했다.


'우릴 길러준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 우리는 그들의 가르침들을 받고,

그 가르침을 빌어 무기를 휘두름으로 인류의 적들을 처단해야 하는 것이네.'


네로가 막 웃으려는 듯이 숨을 들이마쉬었다.


'내가 무언가 즐거운 소리라도 했나, 아포테카리?'


'예. 위선이란 언제나 즐거우니까요.' 아포테카리가 헬멧을 벗었다.

헬멧을 벗으며, 그는 문득 자신의 팔에 달린 기기의 창고 포드 안에 안치된 냉동 보관식 진-시드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위선?'


'예 압니다. 그게 당신께는 별로 답갑잖고 썩 좋은 기분이 드는게 아니라는걸요, 리클루시아크.

이렇게 말해서 죄송합니다.'


'...왜 진실을 말했는데 내게 용서를 구하나?'


'..당신은 그런 대답을 참 간단명료하게도 하시는군요. 사실 우리들 중 단 한명도...여기 온 이래로 당신을 신뢰했던 적이 없었다는 것도 압니까?'


'자넨 '우리가 여기 온 이래로'라고 했지만, 다른 거짓말도 느껴지는데?'


'예 인정하죠. 여기 오기 전부터도요. 아니, 모드레드 경께서 죽은 이후부터라고 해드리죠.

솔직히 당신 곁에 서는게 불편했습니다, 리클루시아크.

당신은 우리들께 용기를 불어넣어줘야 할 때 자리를 피했습니다.

당신께선 분노해야 될 때 항상 멀리 계셨습니다.

당신은 카도르의 죽음으로 절 가르치려 들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모드레드의 죽음 이후 새롭게 그 자리에 오른 이후서부터요.

다들 외면하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불이 반짝이고 있단 말입니다.

우리들은 그걸 누누히 당신께 경고해왔지만, 별로 먹히지도 않았죠.'


그리말두스가 웃었다. 그것은 마지못해 만든 미소 사이로 기어나오듯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분의 두 눈을 빌어 이 세상을 보고 있네,'


'그리고 매일 밤이 지날 때마다, 나는 새롭게 알아가고 있네. 내가 진정으로 그분을 이을 수는 없다는 걸.

그래 솔직히 말하겠네. 나는 사실 이와 같은 영광을 지닐 몸도 아니였어.

난 사람들의 지도자가 아니야, 더욱이, 사람들을 가르치고 상대하는 일에도 서툴러.

어쩌면 리클루시아크의 망토를 애초부터 두르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최소한 전쟁이 시작되면, 나는 그 영광을 통해 이 짐들과 불편함들이 모두 사라질거라 믿었네.'


'하지만 여기 떨어짐으로, 결국 그러지 못하게 됬군요.'


'그래. 그렇지 못했어. 그래서 난 이 행성 위에서 그냥 죽을 생각을 품고 있었다네.' 그리말두스가 아포테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스승께서 전사하신 이래로 겨우 수 일 만에 나는 내 부족함을 깨달아버렸고,

그래서 이 행성에 곧 더러운 전쟁이 도래해서 그 누구도 살 수 없게될 것이라는걸 깨달았을 때, 

그리고 헬스리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난 그냥 여기서 죽기로 마음을 정해버렸다네.

내가 200년간 섬겨온 형제들과 챕터에서 멀리 떨어졌음에도 말이네.

솔직히 고백하겠네. 설령 우리가 이기더라도, 승리가 우리들에게 무얼 빌어다주겠나?

우리들은 폐허가 된 공장 지대만이 남은 황량한 행성 위의 거지 왕들로나 서 있겠지.'


'그리고 바로 여기가 우리 죽을 장소네. 죽음은 가치없을 것이란 말이네. 미안하군.'


'아닙니다, 이것은 나름대로 명예로운 일 아닙니까? 

헬스리치 성전단은.. 우리의 형제들과 이 행성의 사람들은 우리의 희생을 언제까지고 기억해줄 겁니다.

당신도 나만큼이나 이 사실에 대해 잘 알잖습니까.'


'아, 물론이네. 그건 부정할 수 없겠군. 하지만 난 그런 영광에 대해서는 생각치 않네.

영광은 옥좌를 향해 봉사한 이들에게나 주어지는 것이지.

그건 패자를 위한 선물이라던가, 굶주린 이들을 위한 그런 것 따위가 아니란 말이네.

나는 내 형제들께 가치있는 삶을 원했고,

내 삶이 제국에 더 가치있는 방향이 되는 최후를 원했었네.

자넨 내 스승 모드레드경께서 남기셨던 유언이 잘 기억나지 않는건가?

그분을 기리는 석상 기둥에 황금으로 새겨져 있는데도'


'..전 기억합니다, 리클루시아크. 그 분께서는 이렇게 말하셨죠.

"우리는 우리가 파괴한 악들을 통해 삶을 심판받으리라."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훌륭한 판정을 받을 겁니다.

수많은 적들이 이미 우리 앞에 처단되지 않았습니까?'


'아니. 우리의 죽음은 그 누구도 일꺠울 수 없네.

아무런 혜택 유산도도 남길 수 없어. 쉐도우 울브즈의 최후 기억하나?

그들 챕터의 마지막 남은 전사들이 죽어가는 걸 보았던 그 날에,

나는 내 심장이 울리는 것을 느꼈었네.

그 날 이후로 다시는 그 날만치 열광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어.

그 순간에, 그들의 죽음이 내 마음을 진심으로 울렸던거야.

은빛 갑주를 두른 전사들은 그 날 진정한 영광 속에 죽었던 거라고.

헬스리치는 어떤가?

이 무너져내리는 빌어먹을 도시 어디에서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용기를 전달해줄 수 있단 말인가?'


그리말두스가 회한 속에 눈을 감았다. 심지어 네로바르가 다가오는데도.

그의 주먹이 그리말두스의 턱을 갈겨서, 그를 땅에 떨궈버렸다. 그리말두스는 웃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그가 행동할 거라곤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


'어떻게 그리 말하실 수 있는 겁니까?' 네로가 이를 갈며 꾸짖었다. 주먹은 여전히 힘으로 팽팽히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감히? 당신은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명예에 먹칠을 해놓고선,

그런 주제에 위선적이게도 카도르의 죽음이 의미 있다 말한 겁니까?

그런 식이면ㅡ결국 의미가 없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죽을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식으로 그 또한 죽었단 말입니다.

당신 말대로라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잊혀질 것 아닙니까?

당신은 제 리클루시아크입니다, 그리말두스, 그러니 이제 제발 그런 거짓말들은 그만 두십쇼.

말해보시죠. 우리들의 명예가 그 누구의 심장도 울릴 수 없다면,

결국 카도르의 죽음 또한 아무 의미 없으니 최소한 저라도 그를 애도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닙니까?

당신이 우리 모두를 위해 그리하듯이 말입니다!'


그가 입술을 햩았다. 화학 성분이 풍부한 피맛이 느껴졌다.

침묵 속에 그가 일어섰다. 네로바르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선 그의 손목에 장착된 브레이서의 스토리지 포드를 조작했다.

곧 작은 플라스텍 유리병이 출력되었고, 네로바르는 그것을 그리말두스에게 던졌다.

리클루시아크가 그것을 두 손으로 받았다. 

'나클리데스,' 그 병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이 형제의 진 시드는 수 일전 수거되었다.


'네로...'


네로는 말 없이 계속해서 튜브를 출력해서 그것을 리클루시아크에게 던졌다.

그의 건틀렛이 계속해서 그것들을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마지막으로 네로의 손가락 위에 남은 것은 카도르의 것이였다.


'말해주십쇼,' 아포테카리가 요구했다.


'우리가 여기 한 일이 정말로 가치 없었던 겁니까?

우리들의 희생에 자부심을 느낄만한건 단 하나도 없었던 겁니까?'


'도시는 지금 함락되고 있네, 형제여. 사렌과 그의 병사들은 그 사실을 오늘 깨달았지.

우리에게도 이젠 죽음을 맞이할 자리를 골라야 할 시간이 왔네.'


'그렇다면 그 장소는 반드시 우리가 기억될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할 겁니다.'


네로바르가 경건하게 카도르의 동면냉각된 진-시드 장기들이 담긴 유리병을 채플린에게 건네며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우리들의 죽음이 누군가를 울릴 수 있는 장소를,

그리하여 인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가치가 있는 그런 전설들이 만들어질 그런 장소를 골라주십쇼.'


'좋은 장소를 아네,'


'여기서는 제법 멀지만, 이 행성 전체 어디를 둘러봐도 그와 같은 신성한 장소는 없지.

거기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무덤을 팔 것이네.

그리고 거기서, 우리는 대적 놈들이 블랙 템플러 성전사들의 이름을 길이길이 기억하고 두려워하게 만들 것이네.'


'어째서 그 장소를 선택하신 겁니까. 그 이유도 들어야겠습니다.'


그리말두스가 그에게 말해준 진실은 제법...놀라웠다. 허나 그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을 때,

더 이상의 반박은 없었다. 그는 납득했다.


'거기라면 우리의 죽음도 누군가를 울릴 것이네. 거기라면 우리도 마지막 숨결로 적들에게 모욕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이 도시의 전사들을 울릴 수 있을 것이네.'


'그렇다면 이것이,' 네로가 이어 말했다, '마침내 진정한 리클루시아크다운 선택이 되겠군요.'


'나는 퍽 느린 학생이라네,' 그의 말에, 네로바르가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모드레드는 죽었어요,' 네로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죽기 전 다른 누구보다도 당신을 후계로 택했습니다. 그는 당신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은 겁니다.'


그리말두스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에 부끄럽지 않게 살며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말두스.' 




ps. 사실상 그리말두스는 아마게돈 전쟁 발발 직전에야 겨우 채플린이 된 신참 채플린입니다.

하지만 전 스승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자신을 깨닫고는 자괴감 속에, 

아마게돈 전쟁 시작과 함께 다른 형제들에게 뭔가 남길만한 명예로운 죽음을 맞고 죽으려고 했지만

그렇게 일이 안 풀리고 헬스리치에 떨어져서 초반에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이고,

나중에는 자포자기해서 그냥 헬스리치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을 생각이였는듯 하네요.

물론 채플린이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범적인 모습만 보여주었지만,

그게 개죽음이라는 생각은 끝까지 가지고 있었고

결국 여기서 이렇게 속마음을 드러내는군요.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다른 형제들을 위해서 진정한 스페이스 마린의 리클루시아크다운 선택을 하게 되네요.

전설로 남을만큼 명예롭게 죽는 것.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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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arhammer40k.wikia.com/wiki/Battle_of_Helsreach


출처 2 : Helsreach_-_Aaron_Dembski-Bowden




헬스리치 전투 : 불의 방문 2

샐러맨더 공습군 측의 사령관은 서젼트 브'레스로써,

불타는 드랍 포드들과 썬더호크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전사들은 그 수가 도합 70명이오,

모두들 방어자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충만한 각오가 차 있었습니다.


....

보호소 CC/46은 항구 전쟁 개전 이후 아직까지는 공격받지 않고 온전히 남아 있는 소수의 보호소들 중 하나였다.

결국엔 불타는 다른 보호소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곧 오크들을 맞이할 운명이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기적의 구원이 찾아왔다.


첫번째 드랍 포드가 천둥 우뢰와 같은 기세로 지면을 강타하며,

보호소 돔의 피난소 문들로 향하는 도로변 위에 떨어졌다.

도로를 열심히 가로지르며 곧 피난소와 그 안의 인간 장난감들을 불지르며 가지고 놀 생각에 잠겨 있었던 오크 폭도들은 

난데없는 충격에 사방으로 흩어져 잠시 혼란에 빠졌고,

일부는 드랍 포드의 역추진 화염에 불타죽거나 

혹은 그 어마어마한 무게 자체에 깔려 흔적도 없이 찢겨버렸다.


그리고 포드의 측면 문들이 지면을 깔아뭉겠다.

측면 문들은 앞서 충격에 의해 잠시 혼란에 빠졌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막 도끼칼 막질을 개시하려던 오크들을 녹색 피떡죽으로 뭉게버렸다.


그런 식으로, 항구들 사방에서 수 개의 드랍 포드들이 비처럼 쏟아졌는데,

그들의 도착은 마치 항구 전쟁 첫번째 날 오크들이 보여주었던 파괴 행위를 미러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였다.


마침내 발사된 첫 발의 볼터건들의 사격을 시작으로,

곧 항구 지역들 사방에서 볼트탄들이 오크들을 박살내기 시작했으며

화염 방사기들이 화학물로 만들어진 화염을 토해내며 적들에게 용의 입김을 선사해주었다.

그렇게 샐러맨더의 형제들이 하이브 헬스리치 방어에 참전했다.


...


'이쪽은 도합 70명입니다.,' 그가 내게 말했다. 총 7개의 분대라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브'레스로, 샐러맨더의 6th 중대에 속하는 서젼트였다.

내가 따로 입을 열지도 않았건만,

그는 가히 겸손하며 또한 타 챕터에 대한 태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존중어린 태도로 내게 말했다.


'리클루시아크 그리말두스, 그대의 곁에 서서 가히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고백이 내 마음을 사정없이 괴롭혔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와중에도 나는 믿을 수 없었지만,

답변하는 동안 그 놀라움의 감정을 최대한 억눌렀다.


'성전사들이 큰 빚을 졌소. 허나 궁금하구려, 형제여, 어째서 우릴 돕는 것인가?'


우리들 주변으로, 나의 기사들과 브'레스의 전사들이 함께 사자들과 죽어가는 이들의 주변을 건너며,

부상당한 오크들의 목구녕에 검을 쑤셔박아주고 있었다.

스톰 트루퍼와 그의 항구노동자들 또한 이를 따르며,

총검들을 활용하여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브'레스는 그의 헬멧 봉인을 풀고 그것을 들어올렸다.

나는 일전에도 샐러맨더의 형제들과 함깨하였으나, 녹턴의 자손들을 바라보며 아무 감정을 느끼기는 참 어려움을 느꼈다.

그들의 프라이마크의 진-시드는 모성의 무자비한 방사선 환경에 반응하여 적응하였으므로,

브'레스의 피부는 거기에 반응하여 챕터의 다른 모든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석탄빛을 띄고 있었다.

또한 그의 두 눈은 동공과 홍채가 작았다.

대신, 우리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는 브'레스의 두 눈은 호박 적색을 띄고 있었으니,

그것은 마치 두 눈구멍이 피로 가득 차서 눈까지 차오른것만 같은 느낌이였다.


'우리들은 궤도에 정박 죽이던 마지막 샐러맨더 전사들이였습니다.

그리고 불에서 태어난 이들의 군주께서는 소집을 명하셨고, 단지 거기에 응했을 뿐입니다.'


그 명칭은 앞서 들어본 바 있었다.

이전에도 여러번 그 이름으로 이들이 자신들의 챕터 마스터를 호칭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었다.


'군주 투'산 말이로군, 황제께서 그 분을 가호하시길.

그런데 그 분은 지금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투를 치루고 있을텐데, 형제여?

샐러맨더는 동쪽으로 상당히 많이 떨어진 리그(미,영국식 4.8km 단위)의 지역에서 전투를 치루고 있는 것으로 아네.

내 듣기로는 햄록 강가가 외계인들의 피로 검게 물들었다더군.'


'실로 그리합니다, 그리고 제 형제들이 당신같이 존귀한 이에게까지 소문이 닿을 정도로 열심히 싸웠음에 참으로 기쁨을 느끼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리클루시아크.

맞습니다. 불에서 태어난 이들의 군주께서는 레기오 이그나툼과 인비길라타 본대의 전쟁 기계들과 함께 따로 그분만의 필사적인 투쟁을 펼치시고 계시지요.'


'그렇다면 내 질문에 바로 답해줄 수 있겠나,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므로..

헬스리치는 불타고 있네. 그대는 여기 남아줄 것인가? 우리와 함께 싸워줄 것인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언제까지고 여기 머무를 수는 없지요.'


나는 실망에서 피어난 분노를 간신히 꾹 참아냈다.

그런데 그 순간 샐러맨더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도합 70명의 전사들로 여기에 강하하여 이 항구들이 제대로 사수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겁니다.

제 군주와 사령관께서는 이 도시의 해안 구역이 함락되면 뒤이어 선량한 이들에게 참사가 일어날 것임에 확신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나마 우리들의 사정이 행성 다른 곳의 동맹군들에게로 퍼지긴 했나 보군.

그리고 그들이 보내준 대답 일부가 다시 우리들에게 닿았고.'


'샐러맨더들은 당신이 겪고 있는 곤경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선량한 이들을 수호하기로 결의한 명예로운 리클루시아크입니다. 

투'산 군주께서도 당신에 대해 익히 잘 들었지요.

우리는 그 분의 검이자, 그 분의 의지일지어니,

그리하여 당신과 함께 이 도시의 선량한 이들의 영혼들을 수호하기 위해 이렇게 도착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대는 떠나겠군.'


'그리고 우리는 떠나겠지요. 저희의 운명은 헴록 강변에 걸려 있습니다.

명예는 거기에 걸려 있지요.'


그제서야 난 그들이 택한 선택이 내 영원한 사의를 얻기에 충분한 것이였음을 깨달았다.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감정이 말을 막고 앞에 나섰다. 그들이 준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였다.

이것이 바로 구원이였음을.


나는 내 헬멧을 벗었고, 헬스리치의 유황내 가득한 공기를 몇 주만에..아니 몇 달만에 힘껏 들이마쉬었다.

브'레스 또한 나와 같이 깊히 숨을 들이마쉬었다.


'이 도시ㅡ' 그가 미소짓자, 그의 흑색 면상과는 대조적인 하얀 이빨이 드러났다. '참으로 고향 같은 향기로군요.'


내 피부를 스치는 바람이 참으로 좋게 느껴진다. 나는 브'레스와 악수하기 위해 손을 건냈고,

그가 내 팔뚝을 든든히 잡아주었다. ㅡ그것은 전사들간에 진정한 맹약이였다.


'참으로 고맙네,' 그 적색의 두 눈을 당당히 마주하며,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가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어디든 가서 의무를 다하십시요, 존귀한 리클루시아크여.

비록 언제나는 아닐지언정, 우리는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 우리는 함께 할 것이고,

이 항구들이 무너지도록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중략)


'우리 측의 서젼트 바스틸란과 함께 분대들의 배치 건에 조율하도록 하게.

그대들의 병력을 서쪽 구역들에 집중시켜주게,

거기에는 다수의 폭풍우용 보호소들이 위치하고 있다네.

바스틸란이 민간인 방어 병력들과의 통신을 중계해줄 스톰 트루퍼들과의 음성 주파수들을 제공해줄 것이네.

허나 통신상의 명확도는 기대하지 마시게. 이 도시의 통신 중계기 타워들 다수가 파괴되었으니.'


'그리하겠습니다, 리클루시아크.'


'황제를 위하여.' 그제서야 난 브'레스와의 악수를 풀었다. 그의 대답은 다소 특이했는데,

왜냐하면 본디 내가 알던 그의 모 챕터의 것과는 다소 달랐기 때문이였다.


'황제를 위하여,' 그가 덧붙였다. '그리고 그 분의 백성들을 위하여'

...


본디, 챕터의 대다수는 현 시점에서 레기오 이그나툼과 인비길라타 본대와 함께 동부 헴록 지역에서 오크 대군을 맞이하여 싸우고 있었으므로,

이들은 여기 올 이유도 없었고, 또한 여기 머무를 여유도 없었음에도

챕터 마스터의 명에 따라, 샐러맨더의 전사들은 항구 지역들을 확보함과 동시에 민간인들의 보호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단기간에 불과할지는 몰라도 이들은 헬스리치의 방어에 큰 도움이 되어주었으니,

이들이 민간인들과 항구 구역들을 사수해준 덕에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그 사이 당도한 헬스리치의 방어 지원군들은 바다에서 올라온 오크 해병대들과 본격적으로 맞붙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수 일간의 전투 속에서, 샐러맨더 측이 보내준 거의 일개 중대급의 전사들이 보여준 헌신 덕분에,

헬스리치의 제국 방어자들은 결국 외계인들의 기습을 완전히 저지하고 그들을 전멸시킬 수 있었지요.

만약 그들의 용기와 헌신이 없었더라면,

아마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며 어쩌면 아예 도시 전체가 무너져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비록 항구들은 지켜냈을지언정,

그들은 사실상 제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으며

더욱이 단 4일 동안의 전투 속에서 오크 해병들의 손에 의해 대략 4만여명의 제국 병력들이 손실되었고

또한 항구의 적들을 몰아내는 동안 도심 내의 거의 모든 공업지구가 반석 아래 갈려 폐허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항구들에서의 전투가 끝나자, 샐러맨더 측은 도시를 떠나 형제들이 운명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헴록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비록 서로간에 약간의 견해차가 있었지만요.




...

(지원 도착 이후 일주일 뒤)

'말하실 것이 있으시다면, 기꺼히 말해주시지요, 리클루시아크.'


'그대 덕에 큰 명예를 받았네,' 나는 그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조금 달랐다.

우리는 1주간 함께 싸웠고, 서로 어깨를 맞대며 적들에 맞섰다.

비록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가히 귀중하였으나,

그의 전사들은 명예로운 기사들이 아닌 것도 사실이였다.

너무나도 자주, 그들은 민간인 보호소들을 지키기 위해 후퇴를 감행하여

공격을 제압하고 적들이 도망칠 기회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들은 너무나도 자주, 사전 공격이 가능하여 차후의 보복 없이 적들을 완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리고는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신 적들의 반격들 앞에 버텼다. 


프라이무스 형제는 그들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와 반대였다.

그것이 그들의 길이 아닌 것이기 때문이겠지.

그들이 그런 전술들을 택하게끔 만든 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다만 숭고한 전통 때문일 터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식의 용맹함은 솔직히 내 눈에 있어서는 오크들이 보여준 역겨운 야만성만큼이나 생소한 것도 맞는 말이였다.


그렇기에 나는 차마 말을 뗄 수 없었다.

차라리, 내가 입을 벌려서 우리가 함께 지켜낸 것들과 업적들에 솔직함이라는 이름의 오점들을 지우기 전에 그들이 떠났으면 하고 바라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이 순간, 내가 결국 잔혹한 진실을 말해버려서 우리들간에 숭고한 동맹이 위협받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저의 형제들과 저는 우리 챕터의 채플린의 계몽과 인도 없이 이 도시에 급하게 와야만 했습니다.

허니 혹여 그대가 우리들이 이 도시를 떠나, 헴록의 강가에서 우리의 형제들과 재회하기 전에

그대에게서 축복의 기도를 받을 수 있다면 저희들에게는 그보다도 큰 감격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대 챕터의 교리와 신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네, 샐러맨더의 형제여.'


'하지만 이것은 확실하지요, 리클루시아크. 저희는 진실로 감격하게 될 겁니다.'


그건 제법 과감하고 도발적인 태도였다. 그리고 나 또한 실제로 그들의 청을 들어주면, 그들이 받을 명예보다 내가 받을 기쁨과 명예가 더 클 것임을 알고 있었다.

다른 챕터의 형제들을 이끄는 의식을 거행한다는건 아주 드물고 희귀한 일이였으므로.

나는 그런 사례에 대해 들어본 적 없었다. 내 지금까지의 삶 동안, 나는 기껏해야 한 번의 그런 경우만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조차도 우리의 유전적 형제들이자 돈의 형제 자손들인, 크림슨 피스트 챕터에게였다.


허나 결국 나는 말해버렸다.


'마지막 밤의 전투를 떠올리게, 네갈 구역에서의 지붕 위 전투가 기억나나?

미안하네. 거기서 있었던 한 순간의 소요가 아직도 내 마음 속에서 남아버려서.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어서, 마치 막 떨어지기 직전의 적의 창날같이 나를 괴롭히고 있네.'


그가 주저했다. 아마 그의 요청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줄은 몰랐을테지.


'어떤 점이 당신을 그리도 불편케 한 겁니까, 리클루시아크?'


좋은 질문이다.


난 그 순간을 회상했다.


-짐승이 내 손에 쓰러졌다. 놈의 해골이 부셔졌고, 내 발치 아래서 죽어버렸다.

나는 프라이무스의 검이 외계인의 생살을 불태우며 나는 차잘음을 들었다.

나는 체인블레이드 아래 갈려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겁에 질린 민간인들이 폭풍우 대피소 안에서 지르는 비명 소리들도 들렸다. 그들의 공포가 내 갑주를 넘어 내 감각들에 닿고 있었다.


다른 괴물이 내 얼굴 앞에서 으르렁거리며, 역겨운 타액이 내 면갑에 튄다.

놈은 아스타리온의 볼터에 면상이 날아가 수 미터 밖으로 나가 떨어졌고, 

그 빌어먹을 면상은 피 속에 폭발했다.


'거 참, 주의하시죠,' 그가 내게 말했다.


나는 수 분 후에 그 호의에 답하였으니, 답례로 등 뒤에서 그를 덮치려던 짐승 새끼 한 마리를 몽둥이로 두들겨서 패 죽여주었다.

전투는 긴박했다. 피스톨들에서부터, 검들과 면상을 두들기는 주먹들의 거친 타격들까지.

광활한 광장의 한 가운데에는, 묵직한 벽들로 이루어진 폭풍우 보호소들이 최소 200마리의 오크들에 휩싸여 포위 공격을 받고 있었다.

발밑조차도 어지러웠다. 우리들의 부츠는 다 식은 피들과 죽은 항구 노동자들이 가득히 고여 이루어진 웅덩이들 위에 서 있었다.

샐러맨더 측은...

빌어먹게도...


....

프라이무스 형제는 실소를 내뱉기 직전이였다.

두 마리의 오크들과 함께 한 마리의 오크가 그에게 튀어올랐다.

첫번째 놈은 프라이무스의 검에 맞아 몸통이 갈라졌으니,

에너지를 머금은 검이 마치 찰흙만치 간단히 놈의 고기와 뼈를 갈랐다.

두번째와 세번째 놈은 그를 압도할 기회가 있었으나,

내 몽둥이에 맞아나가 떨어졌다.


'샐러맨더들은 어디 있습니까?' 그가 숨을 헐떡이며 긴박하게 말했다.


'그들은 지키고 있네.'


'뭐를 지킨다고요?'


바스틸리안의 주먹이 볼터의 반동으로 바르르르 떨렸다. 외계인들의 핏줄기가 그의 난자당한 갑주 위로 또다시 흩뿌려졌다. 

비난이 음성망으로 쏟아졌다. 샐러맨더들은 성전사들과 함께 진격하지 않았다.

성전사들만이 오크들을 향해 돌격했다. 너무나도 빠르게.


'우리들을 따라오게, 황금 옥좌의 이름에 대고!' 바스틸리안이 음성망으로 소리쳤다.


'후퇴하게,' 서젼트 브'레스의 차분한 음성이 뒤따랐다. '동쪽 플랫폼으로 후퇴해서 두번째 물결을 막을 준비를 하게.'


'진격! 우리가 지금 놈들을 선제로 친다면, 두번째 물결 따위는 없을 것이네. 우리들은 지금 오크 워로드 놈의 코앞까지 왔다고!'


'샐러맨더들이여,' 브'레스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위치를 사수하고 준비하게. 보호소 안에 들어가서 민간인들을 해치려는 놈들을 반드시 막아내게.'


바스틸리안이 곱사등이 외계인 놈의 가슴팍을 걷어차자, 그 한방에 놈의 가슴은 완전히 뭉게져서 폭삭 주저앉았다.

잠깐 동안의 유예 후에, 그는 다 소모된 볼터 탄창을 빼내고는 새로운 놈으로 갈아 끼웠다.


우리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며, 보호소에서 멀어졌다. 도망치는 오크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저 앞에서, 겁에 질린 짐승들 사이로 바스틸리안은 놈의 너절한 부족을 지배하는, 판갑으로 몸을 덕지덕지 씌운 큼지막한 오크 워로드 놈을 발견했다.

뒤뚱거리는 특이한 걸음걸이와 아마 살덩어리에 외과적으로 못질된듯한 너절한 탈격식 갑주 덕에,

패주하는 무리 안에서도 놈은 확실히 두드러졌다.

볼트 탄들이 놈을 쫓았다. 성전사들의 총구가 포효를 토해내며 야만스럽고 흉포한 놈의 후미 호위단을 마구 강타했다.

수 개의 탄들이 놈의 갑주 위에서 터졌지만,

나머지 탄들은 그저 놈의 대장을 따라 도망치는 다른 오크 놈들의 등짝과 어깨를 날려버리고 끝나버렸다.


'놈이 멀어지고 있습니다,' 바스틸란이 이를 갈았다. 아마 그 말을 하는 것조차 부끄럽게 느껴지는건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후퇴하지,' 나도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프라이무스 또한 명백한 불쾌함을 토해냈다. '안됩니다!'


'후퇴한다. 여기서 죽을 이유는 없다. 지금 우리는 저 워로드를 사냥할만치 충분한 수가 아니다.'-


....


브'레스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이것이 당신의 개인적 명예에 큰 오점이라 생각하시는군요.'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아니네, 형제여. 나는 그것이 시간, 탄약과 그리고 불필요한 생명의 낭비라고 보는 것이네.

2번째로 이어진 전투 속에 자네의 분대원들 중 두 명이 전사했네.

나의 형제들 중에서도 카에두스 형제와 머독 형제가 전사했어.

만약 우리가 그 순간 하나로 뭉쳤다면, 우리는 적 마두를 처단할 수 있었고,

놈의 수급을 취했을 것이야.

그러면 남은 짐승 놈들은 뿔뿔히 나가 떨어져서, 

나중에 수어개의 킬 팀들 정도만 편성해도 다 제거했을 것이네.'


'하지만 그것은 전술적으로 부적절했습니다, 리클루시아크. 놈을 쫓았다면 보호소는 보호받지 못했을 것이고,

다른 구역들에서 몰려든 추가적인 공습 물결들에 취약해졌을 겁니다.

그 날 밤에 당신과 우리들의 결의 속에 3천명의 무고한 이들이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단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놈이 도망칠 때까지, 2번째 물결 이후로는 더 이상 없었지.'


하지만 우리가 놈을 쫓았다면, 있었겠지요. 게다가 설령 쫓았더라도, 우리가 놈의 후미  병력을 압도하고 워로드 놈에게 닿았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았습니까?'


'놈이 사라진 이후, 우리는 6번의 공격을 더 받아야만 했네. 때문에 7시간을 소모했으며, 우리 중에서 4명의 형제들이 목숨을 잃었어.

게다가 상당한 탄약을 낭비했지. 내 기사들은 그 정도로 낭비할만치 여유롭지 못해.'


'마지막 대가를 그런 식으로 보시는군요. 저는 그것을 더 간단한 관점으로 보았습니다. : 우리는 승리했다고요.'


'미안하네. 이 '토론'은 여기서 그만두지...샐러맨더 형제여.'


빌어먹게도, 나는 또 한번 아포테카리 네로 형제의 의료용 전기톱을 떠올리고야 말았다.

그 절단 도구들이 갑주를 관통하고 회수하며, 그 날 전사했던 내 두 형제들의 가슴에서 진-시드 장기들을 꺼내던 그 장면이 머리 속에서 또다시 지나갔다.


'이런 식의 대답을 듣게 되다니 정말로 괴롭군요, 리클루시아크.'


그의 말을 경청한다. 최대한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그리고 최대한 외면하면서.


'이제 나의 도시에서 떠나주시게.'

....


비록 하이브가 해상 기습에서 살아남아 앞으로도 전투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되었지만,

헬스리치의 제국 사령부는 더 이상 상당한 지역을 사수하고 또 넒은 전면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병력들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커맨더 야릭의 지시들에 따라, 헬스리치의 병력들은 다른 하이브들이 택하여 유지하고 있는 전술들을 따라 착수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곧 남은 병력들을 주일선으로 인구 밀집지들 및 아잘 우주공항 혹은 '황제 승천의 성당'과 같은 전술적으로 중요한 요충지 지점들에만 배치하여,

최후가 올 때까지 오크 전력들을 최대한 그들을 막아내어 오크들의 전력을 가능한 한 많이 약화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이제 도시는 사실상 함락 선고를 받았으며,

남은 것이라곤 무고한 이들을 지키다 죽는 것 뿐이였습니다.





ps. ..흠..누가 옳다고 하기에도 참 애매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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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래의 어둠


 폰 디엘 요새에서 있었던 엄청난 일 이후, 우리는 무거운 심정을 이끌고 다시 산맥과 팔봉산으로 향했다. 아주 길고, 힘든 여정이었고, 우리가 지난 야생의 대지는 무엇 하나 쉽게 만들어진 것이 없었다.  굶주림, 난관들과 끊임없이 사냥감을 찾는 그린스킨들 때문에 내 마음은 좀 나아졌다. 그리고 아마 그것 때문에 내가 무너져가는 드워프들의 고대 도시와, 수백년 전에 빼앗긴 멀리 보이는 봉우리들을 볼 때 특별히 감수성이 예민해진 것 같다. 어쨌든, 지금 돌아보면 나는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데에 젬병이었고. 언제나 그랬듯, 나의 두려움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고트렉과 함께한 나의 여행, 2권에서 발췌

펠릭스 예거 씀(알트도르프 인쇄사, 2505)




 차가운 산 공기를 뚫고 비명이 메아리 쳤다. 펠릭스 예거는 칼집에서 칼을 뽑아들고 준비 자세를 취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고, 찬바람이 그의 긴 금발을 살랑이게 했다. 그는 붉은 양모 망토를 한쪽 어깨로 넘겨, 칼을 쥔 팔을 휘두르기 쉽게 만들었다. 커다란 달 만슬리브 보다 거칠어 보일 정도로 여기저기 구멍이 있고, 바위가 있는 황량한 풍경은 매복하기 딱 좋아보였다. 

 그는 왼쪽의 오르막을 봤다. 왜소한 소나무 몇 그루가 구부러진 뿌리로 산등성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오른쪽의 내리막은 거의 절벽 수준이었다. 양쪽 어느 곳에서도 위험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도적도, 오크도, 아니면 더 사악한 무언가도 외딴 고지에 숨어있지 않았다. 


 "저기 앞쪽에서 소리가 난다고, 인간.“


 고트렉 그룽니손이 거대하고 문신이 박힌 손으로 안대를 문지르며 말했다. 그의 코에 매인 사슬은 그의 숨결에 잘랑거렸다. 


 "저 위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펠릭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고트렉이 맞다는 건 알았다; 눈이 하나밖에 없더라도 드워프의 감각은 그의 것보다 훨씬 예리했다. 그가 확신이 안 선 것은 앞으로 가서 조사를 해야 할지, 아니면 이곳에 서서 대기해야 할지였다. 세상 끝자락 산맥은 잠재적 적들로 가득했다. 우호적인 사람들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의 본능적인 조심스러움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했다. 

 고트렉은 거대한 도끼를 붉게 염색한 머리위로 높게 치켜들며, 자갈이 잔뜩인 비탈을 타고 올라 돌진했다. 펠릭스는 욕했다. 왜 고트렉은 모두가 트롤슬레이어는 아니라는 걸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주지 않는 거야?


 "우리 둘 다 전투에서 죽음을 맡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다고." 

 펠릭스는 천천히 드워프를 따라가기 전에 툴툴댔다. 




 펠릭스는 살육의 현장을 빠르게 둘러봤다. 길쭉하게 움푹 파인 곳에서, 흉측한 그린스킨-오크 무리와 그들보다 적은 인간들이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좁은 고개를 지나서 산의 끝자락으로 흘러가 은빛 구름으로 흩날리는 강을 가로질러 싸우고 있었다. 물은 말과 인간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는 상상하기 쉬웠다. 인간들이 강을 건널 때 매복했던 오크들이 나와 공격했을 것이다. 

 강 중류에서는 장대한 인간이 건장하고 밭장다리인 세 공격자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의 두 손 검을 힘들이지 않고 휘둘러, 왼쪽으로 칼을 휘두르는 척 하다 다른 적의 머리에 강한 일격을 날렸다. 세게 휘두르는 통에 그는 거의 넘어질 뻔 했다. 펠릭스는 강바닥이 매우 미끄러운 걸 눈치 챘다. 

 가까운 강둑에선 검고 화려한 망토를 두른 남자가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의 왼손에 불 덩어리가 이글거렸다. 털모자와 사냥꾼의 사슴가죽 옷을 입은 검은머리 전사가 왼손에 든 칼 한 자루만 가지고 소리질러대는 두 오크로부터 마법사를 보호하고 있었다. 펠릭스가 보자마자 금발의 병사가 시미터로 갈라진 배에서 쏟아지는 내장을 붙들며 쓰러졌다. 그가 쓰러지자 건장한 반쯤 헐거 벗은 야만스러운 놈이 그를 조각조각 잘라버렸다. 일행 중 세명 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은 일인당 다섯 명을 상대해야 했다. 


 "더러운 오크놈들! 감히 팔봉산으로 향하는 신성한 땅을 더럽히는 거냐! 우룩 모르타리! 뒤질 준비나 해라." 고트렉이 접근전 속으로 돌진하면서 소리 질렀다.


 수 많은 오크들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고트렉이 펄쩍 뛰어 한번 휘두르는 걸로 한놈의 목을 따버리자 오크들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에메랄드 빛 피가 고트렉의 문신투성이 몸에 튀었다. 미쳐 날뛰고, 으르렁 거리고 거대한 도끼를 좌우로 휘둘러 거대한 원을 만들면서 고트렉은 오크들을 썰어댔다. 그의 도끼에 쓰러진 시체가 사방에 널렸다. 

 펠릭스는 비탈을 반은 뛰고, 반은 미끄러지며 내려왔다. 바닥에 떨어졌다. 젖은 풀이 그의 코를 간질였다. 괴물이 그의 몸을 반으로 쪼개버리려고 시미터를 휘두른 것을 펠릭스는 옆으로 굴러서 피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숙이며 파고들어 그를 반쪽 낼 뻔한 팔을 잘라버리고 칼을 빼며 귀를 잘랐다. 

 깜짝 놀란 오크는 상처를 움켜쥐고 피가 얼굴로 흐르는 걸 막으려고 했다. 펠릭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턱에서부터 뇌로 칼을 올려쳤다.

 그가 칼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쓸 때 괴물이 시미터를 머리위로 높게 들어올리며, 그에게 뛰어들었다. 펠릭스는 무기를 놓고 움직여 공격자를 마주봤다. 그는 놈의 손목을 압도적인 힘으로 쥐었다. 오크가 그의 위로 쓰러지며 악취가 진동하는 숨을 내뱉어서 펠릭스는 콜록댔다. 놈은 무기를 떨어트리고 둘은 육탄전을 벌이며 강가로 굴러갔다.

 오크가 그의 목을 엄니로 물어뜯으려고, 펠릭스와 몸을 긁어대자 구리가 울리는 소리가 났다. 목이 찢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펠릭스가 몸을 비틀었다. 오크가 그의 얼굴을 물 속으로 처박았다. 펠릭스는 물 밖에서 일그러진 얼굴이 그를 내려다보는 걸 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씁쓸한 찬 물 맛이 났다. 그의 폐 속에 공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미친 듯이 무게를 싣고 몸을 흔들어 놈을 치우려고 했다. 그들은 갑자기 구른 다음 이번엔 펠릭스가 오크 위에 올라타 놈의 머리를 냇가에 처박았다.

 오크는 그의 손목을 쥐고 밀었다. 그들은 서로를 강하게 껴안고 차가운 물속을 굴렀다. 계속해서 펠릭슨의 머리는 물속에 있다가 수면 밖으로 허둥대며 나와서 숨 쉬길 반복했다. 날카로운 돌이 그의 살을 찔렀다. 

 지금 매우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둘의 움직임이 둘을 절벽 끝자락으로 옮기고 있었다. 펠릭스는 벗어나려고 했고, 그의 적을 죽이려는 생각을 버렸다. 

 다음 차례에 그가 머리를 물 밖으로 빼 냈을 때, 그는 구름이 흩뿌려 지는 곳을 봤다. 공포로부터 겨우 열 두 걸음 정도 밖에 안 남았다. 그는 벗어나려고 두배는 노력했지만 오크는 그를 암울한 죽음처럼 꽉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10피트 정도 밖에 안 남은 것 같아. 펠릭스의 귀에 우르릉 거리는 폭포 소리가 들렸다. 그는 주먹으로 오크의 얼굴을 내리쳤다. 엄니 하나가 부러졌지만 오크는 놔주지 않았다. 

 5피트 남았다. 그는 다시 한 번 공격했다. 오크의 머리를 강바닥에 찧었다. 쥐는 힘이 약해져 그는 거의 풀려날 수 있었다.

 순간 그는 물과 공기사이로 떨어졌다. 그는 미친 듯이 뭐든지, 아무것이든 잡기위해 애썼다. 그는 돌을 잡고 꽉 쥐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의 머리와 어깨로 떨어지는 차가운 물에 거의 저항할 수 없었다. 그는 위험을 무릎 쓰고 아래를 내려 봤다.

 저 멀리 언덕 사이 골짜기들이 보였다. 너무 높이 있어서 잡목들이 풍경에 슬은 곰팡이 자국처럼 보였다. 떨어진 오크는 아직도 하강하며, 소리 지르는 초록 물방울 같이 보였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펠릭스는 끄트머리 위로 올라가려 했다.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물살을 헤쳤다. 순간, 그는 해내지 못할 것 같았지만 시내의 밖으로 겨우 나와 졸졸흐르는 시내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둑으로 기어 올라왔다. 오크들은 대장이 죽자 도망갔다. 그는 찬 산 공기 때문에 감기 걸릴까봐 흠뻑 젖은 망토를 벗었다. 






 "지그마의 이름으로, 정말 엄청났습니다! 우린 저곳에서 죽을 뻔 했어요.“


 키 크고 흑발인 남성이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 가슴팍에 지그마의 망치모양으로 손가락을 만들었다. 그는 야성미 넘치게 잘생겼었다. 좀 찌그러졌지만, 그의 갑옷은 잘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의 강렬한 눈빛이 펠릭스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저희가 여러분에게 목숨을 빚진 것 같군요.“


 마법사가 말했다, 그의 옷차림을 보니 그도 부자 같았다. 그의 화려한 망토는 황금실로 다듬어져 있었고, 신비한 문양에 싸인 스크롤은 고리에 묶여있었다. 그의 금발은 이상한 모양으로 다듬어져있었다. 그의 늘어뜨린 머릿단이 고트렉과 다르게 관모처럼 쌓여있었고, 그 점을 제외하고는 짧고 염색하지 않은 머리였다. 펠릭스는 그것이 뭔가 신비한 집단의 상징 같은건지 궁금했다.

 갑옷 입은 남자의 웃음이 피어났다.


 "이건 예언대로일세, 조안. 신이 고대의 형제가 우리를 도울 거라고 하지 않았나! 지그마를 찬양하라! 이건 좋은 징조인 것이 틀림없어.“

 펠릭스는 그 너머의 사냥꾼을 봤다. 그는 손을 펼치고 힘없이 떨고 있었다. 그의 들린 눈썹에는 뭔가 냉소적인 농담이 담긴 듯 했다. 


 "저는 알트도르프의 펠릭스 예거입니다, 그리고 이쪽의 제 친구는 고트렉 그룽니손, 트롤슬레이어입니다." 펠릭스는 기사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저는 알드레드 케플러라고 합니다. 포악한 검이라고도 불립니다. 불타는 심장 기사단의 성기사로 있습니다." 갑옷 입은 남자가 말했다. 


 펠릭스는 놀라서 흠칫 했다. 그의 고향인 제국에서 기사단은 광적인 신앙심을 갖고 고블린 종족들과 그들이 이단이라고 생각한 인간들을 잡는 것으로 유명했다.

 기사가 마법사에게 손짓했다.


 "이 분은 마법분야에 대한 제 조언가 이십니다. 뉠른 대학의 조안 자우벨리히 교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자우벨리히가 고개숙이며 말했다.


 "전 줄 게스코인이라고 합니다. 수 년 전이지만 브레토니아의 퀘넬에 있다 왔습니다. 


 모피를 입은 남자가 말했다. 그는 브레토니아사람의 억양을 가지고 있었다.


 "게스코인씨는 정찰병입니다. 이 산맥에서 저희를 안내해 달라고 제가 고용했습니다.“


 알드레드가 말했다. 


 "저는 팔봉산에서 해야 하는 위대한 임무가 있습니다."


 펠릭스와 고트렉이 시선을 교환했다. 펠릭스는 잃어버린 고대 도시에 숨겨진 보물탐색에 다른 동료를 끌어들일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동료와 헤어지는 건 애꿎은 의심만 살 뿐이었다.


 "그럼 저희는 힘을 합쳐야겠군요.“ 펠릭스는 고트렉이 자신의 생각을 따라주기 바라며 말했다.


 "우리도 팔봉산의 도시에 볼 일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곳까지 가는 길은 안전과는 거리가 멀죠.“


 "훌륭한 제안이십니다." 마법사가 말했다.


 "의심할 것 없이 당신의 동료가, 동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시겠군요." 고트렉이 단검으로 찔러버릴 것 같이 째려보는 것을 눈치 못한 체 줄이 말했다.


 "거기에 아직도 드워프 제국군의 조그만 전초기지가 있거든요.“


 "일단 여러분 동료들을 잘 묻어드려야겠군요." 펠릭스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말했다.




 "왜 이렇게 침울하게 있습니까, 펠릭스 동지. 꽤나 괜찮은 밤 아닙니까?" 줄 게스코인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손에 입김을 호호 불면서, 냉소적으로 말했다. 펠릭스는 남은 망토부분으로 무릎을 감싸고 자우벨리히가 몇 마디 중얼거려 붙인 불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브레토니아인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불빛에 비춰 사악해보였다.


 "이 산들은 춥고 위압적이네요." 펠릭스가 대답했다.


 "어떤 위협이 숨어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정말 그렇네요. 우리는 어둠의 땅(Darklands)가까이에 있어요. 누군가는 그 곳이 오크들과 다른 그린스킨 악마 놈들이 태어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또, 이 산맥이 귀신들렸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펠릭스는 불빛을 가리켰다. 


 "우리가 이 불을 계속 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옆 가까이에서 고트렉의 코고는 소리와 다른 사람들의 규칙적인 숨소리에 조금 안심이 됐다. 

 줄이 웃었다.


 "나쁜 것 들 중에 선택하라는 건가요? 전 이런 밤에 얼어 죽은 사람들을 본 적 있어요. 만약 뭔가가 우리를 공격한다면, 주변 시야를 확보해줄 수 있는 빛을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린스킨들은 어둠속에서 우리를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못해요. 그쵸? 아뇨, 제 생각에 불을 켜놓는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저희가 불을 켜 놓고 있는게 당신이 슬퍼보이는 이유는 아닐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는 펠릭스를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자신이 왜 그랬는지도 모른채, 펠릭스는 그와 고트렉이 폰 디엘 가문과 합류해서 변경백 영토를 탐험한 비참한 이야기를 전부 들려줬다. 폰 디엘과 그의 주민들은 변경백의 영토에서 평화롭기를 바랐지만, 그들이 찾은 건 끔찍한 죽음 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커스틴을 만난 이야기를 해줬다. 브레토니아인은 동정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펠릭스가 커스틴의 죽음에 대해 말하며 이야기를 끝내자 줄은 머리를 흔들었다.


 "아, 우린 정말 비참한 세계에 살고있군요, 그렇지 않나요?“


 "맞아요.“


 "과거에 잠기지 말아요, 친구여. 과거가 바뀌진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거요,“


 "저에겐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네요.“


 그들은 침묵했다. 펠릭스는 자는 드워프를 바라봤다. 드워프는 가고일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고, 눈은 감고 있었지만 손에는 도끼를 들고 있었다. 펠릭스는 드워프가 어떻게 해서 정찰병의 충고를 받아들였는지 놀라웠다. 고트렉도 다른 드워프들과 마찬가지로 옛 가르침에 목메고 다녔다. 그의 역사에 대한 의식이 그가 미래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게 했다. 그는 인간이 불완전한 기억력을 갖고 있고, 드워프의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게 그가 파멸을 쫓아다니는 이유일까? 펠릭스는 궁금했다. 그의 수치심은 그가 저지른 죄가 뭐든 그것을 속죄해야 한다고 선고 받았을 때와 똑같이 불타고 있는 걸까? 펠릭스는 과거의 일이 현재에 너무 강력하게 영향을 미쳐 절대 잊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떨지 상상해봤다. 나라면 분명히 미쳐버릴 거야.

 그는 자신의 슬픔을 점검해보고 방금 있었던 일처럼 생각해보려고 했다. 기억이 줄어들어 조각난 것처럼 보였다. 시간에 의해 지워졌고 계속해서 그렇게 되 갈 것 같았다. 나은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기억은 점점 창백한 그림자로 변해갈 것이었다. 심지어 그가 커스틴과 함께 했던 시간조차 빛을 바라고, 흑백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불침번을 서는 와중, 펠릭스는 저 위에 산 어딘가에서 초록색 불빛을 본 것 같았다. 자세히 볼수록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불빛은 뭔가를 찾는 듯 여기저기 움직였다. 불빛 가운데에는 뭔가 사람 같은 모양이 보였다. 펠릭스는 이 산에 악마들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깨워야 할까 고민하며 고트렉을 바라봤다. 

 빛이 사라졌다. 그는 더 오랜 시간 쳐다봤지만 얻은 게 없었다. 화톳불을 오래 쳐다봐서 눈에 남은 잔상일 수도 있었고, 아니면 피곤해서 잘못 본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별로 믿기지 않았다.




 아침에 그는 의심을 다 털어버렸다. 일행은 산 어깨를 빙 둘러가는 길을 따라 가고 있었다. 갑자기 쇠처럼 회색으로 덮인 하늘 아래에 처음 보는 땅이 펼쳐져 있었다. 그들은 긴 골짜기에 있는 분지가 여덟 산들 사이에 있는 것을 내려다 봤다. 봉우리들은 맹금류의 발에 여덟 개의 발톱이 달린 것처럼 솟아있었다. 그 손바닥에는 도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보다 커다란 돌덩어리로 만들어진 장벽이 골짜기의 입구를 막고 있었다. 벽 안쪽에 은빛 강 옆에는 거대한 성이 세워져 있었다. 그 밑에는 마을이 있었다. 성체로부터 기다란 길들이 각 여덟 봉우리 밑에 세워진 작은 탑들로 이어져있었다. 돌로 세워진 제방이 골짜기에 격자로 수놓아져 있어 풀들이 마구 자란 밭을 네모나게 나누고 있었다. 

 고트렉이 펠릭스의 옆구리를 툭 치고 퐁우리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보시라!" 경의로움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카락 지플린, 카락 얄, 카락 모나르 그리고 은빛뿔.“


 "그것 들은 동쪽에 있는 산이죠." 알드레드가 말했다.


 "카락 룬, 카락 린, 카락 날 그리고 하얀 숙녀가 서쪽을 막아주고 있어요.“


 고트렉은 지그마의 신봉자를 존경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넌 정말 진실 되게 말하는구나, 성기사. 오랫동안 이 산들이 내 꿈에서 어른거렸지. 오랫동안 이 산들의 그늘아래에 서기를 바랐어.“


 펠릭스는 도시를 내려다 봤다. 오래가는 힘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세상의 끝날 까지 버틸 수 있도록 팔봉산은 산들의 뼈를 깎아 만들어져 있었다. 


 "정말 아름다워." 그는 말했다.


 고트렉은 자랑스러워 하며 그를 봤다. 


 "고대에는, 이 장소가 은의 여왕이라고 불렸어. 우리의 가장 멋진 도시였고, 이 도시가 몰락했을 때, 우리는 어떤 때보다도 비통했어.“


 줄은 거대한 장벽을 바라보고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게 점령당할 수 있는 거죠? 모든 왕들의 모든 병력이면 지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저 밭 정도면 퀘넬의 인구가 와도 먹여 살릴 수 있어요." 


 고트렉은 고개를 젓고, 마치 도시의 옛적 모습을 보는 것처럼 강렬하게 바라봤다.


 "고대의 힘이 절정에 달했을 때,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여덟 봉우리를 지었지. 세계의 불가사의였어. 하늘로 활짝 열려있어, 영원 봉우리보다도 아름다웠지. 드워프나, 엘프 인간의 힘을 뛰어넘은, 우리의 힘과 부의 상징 이였어. 우리도 절대 함락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 했고, 영원히 보호 받으며 채굴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펠릭스가 전에 들어본 적 없는 씁쓸한 목소리로, 트롤슬레이어가 말했다. 


 "정말 바보였지." 고트렉이 말했다.


 "우린 정말 바보였어. 자부심을 갖고 여덟 봉우리를 건설했어, 우리의 석공 기술과 지하에 대한 기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지. 우리가 이곳의 도시를 지었을 때 이미 파멸의 씨앗들이 함께 심어 져있었어.“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펠릭스가 물었다.


 "우리와 엘프의 싸움이 시작됐어, 우리는 숲속과 땅에서 그들을 몰아냈지. 그러고 나면, 우리는 도대체 누구랑 교역을 해야 하지? 종족들끼리의 무역이 우리의 강대한 부의 원천이었어, 그들이 오점을 남겼다 해도 그랬지. 더 심각한건, 인명의 손실이었어. 무역할 상대를 잃은 것보다도 뼈저린 손실이었어. 무려 3 세대의 정예병들이 격렬한 전장에서 쓰러졌지.“


 "그래도 여전히, 당신네들이 세상 끝자락 산맥과 대양 사이의 땅들을 차지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자우벨리히가 잘난체하며 말했다.


 " 입센 씨가 쓴 '고대의 전쟁들'이란 책에는 그렇게 쓰여 있더군요.“


 고트렉의 신랄한 웃음이 쇠를 울릴 정도로 크게 울렸다. 


 "우리가? 내가 알기론 아닌걸. 우리의 신용 없는 동맹들과 싸울 때, 어둠의 세력들은 힘을 모았어. 검은 산맥이 연기구름을 뿜어낼 때, 우리는 전쟁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어. 하늘은 구름에 뒤덮이고, 태양은 자취를 감췄지, 우리의 작물은 죽어갔고, 가축들은 병 들었어. 우리들은 도시의 더 안전한 곳으로 돌아갔어. 우리의 왕국 심장부에서, 우리가 가장 강력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우리의 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말하길 멈췄고, 조용한 가운데 펠릭스는 저 멀리서 새가 까악 대는 소리를 들었다. 


 "터널 보다 훨씬 아래에서, 우리가 팠던 곳보다도 더 깊은 곳에서, 적들이 우리 요새 안으로 처 들어왔어. 부의 원천이 샘솟던 우리의 광산을 통해서도 고블린들과 쥐 새끼같은 스케이븐들이 몰려왔고,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 닫았지.“


 "너희 종족들은 어떻게 대응했어?" 펠릭스가 물었다.


 고트렉은 팔을 양쪽으로 넓게 벌리고 그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우리가 어쨌겠어? 우리는 무기를 들어 올리고 다시 전쟁을 시작했어. 정말 끔찍한 전쟁이었지. 엘프들과 한 전쟁은 들판과 숲속 같은 하늘 아래에서 했었지. 새로운 전쟁은 공포스러운 무기들, 그리고 네 상상을 뛰어넘는 흉폭함이 함께; 어둡고 좁은 곳에서 이루어졌어. 수직 통로들이 무너졌고, 복도는 화염방사기로 그슬려졌고, 진흙이 흘러 넘쳤지. 우리의 적들은 독 가스와 비열한 마법 그리고 악마를 소환해서 대응했어. 우리가 서있는 곳 아래에서 우리는 모을 수 있는 자원들과 무기를 끌어 모으고, 절박함이 가져오는 용기들도 모두 쏟아 부어가며 싸웠어. 우린 싸웠고, 우리는 졌지. 한 발짝 한 발짝씩 우리는 우리의 고향으로부터 쫓겨났어.“


 펠릭스는 차분한 도시를 내려다봤다. 고트렉이 묘사한 것들이 일어나는 건 불가능 해 보였지만, 트롤슬레이어의 목소리 때문에 믿음이 갔다. 펠릭스는 오래전 드워프들의 절박한 투쟁을 상상해봤다. 그들의 공포와 당혹감은 그들의 것이라고 믿었던 곳에서 밀려날 때 마다 커졌으리라. 그는 머릿속으로 그들이 이미 운이 다한 싸움에 인간보다 지독한 끈기를 갖고 싸우는 모습을 그려봤다.

 

 "결국 우리가 이 도시에서 버틸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고, 그래서 왕들의 무덤과 보물창고들은 정교한 장치들로 봉인되고 숨겨졌어. 우리는 이곳을 버리고, 적들에게 넘겨줬다.“

 

 고트렉은 그들을 노려봤다.


 "그때부터 우리는 어둠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만큼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지.“





하루 종일 걸어, 그들은 벽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니 오래된 건축물이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긴 세월에도 변함없을 것같이 든든해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면 그들이 걸어온 길처럼 폐허나 다름없었다.

 사람 키의 4배는 되는 장벽에 골짜기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있었고 양 끝에는 절벽이 막고 있었다. 버려진 흔적이 역력했다. 거대한 바위에 틈 사이로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바위에는 물길이 생겨있었고 거기에도 이끼가 얼룩처럼 여기저기 껴있었다. 어떤 곳은 누군가가 큰 불을 피운 것처럼 검게 그슬려있었다. 성의 한 커다란 부분은 무너져있었다.

 그의 동행들은 다 조용해졌다. 황량감이 그들을 덮쳤다. 펠릭스는 우울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고대의 영혼이 고대의 위업이 남긴 잔해에서 생각에 잠긴 채, 그들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펠릭스는 자신의 손을 칼자루에서 떼지 않았다. 

 고대의 정문의 부셔진 밸브는 열린 채로 고정돼있었다. 누군가가 성의 없이 여덟 봉우리 위로 망치와 왕관이 있는 문장이 새겨진 돌을 닦으려 했던 흔적이 있었다. 그 틈엔 이미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얼마 전에 누군가 다녀갔군요." 줄이 문을 조사하고서 말했다.


 "네가 어떻게 해서 유명해진건지 이제 잘 알겠구만, 정찰병." 고트렉이 비꼬듯 말했다.


 "꼼짝 마라!" 우호적이지 않은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움직이면 석궁화살을 가득 꽂아주마.“


 펠릭스는 흉벽 위를 바라봤다. 십여 명의 드워프들이 그들을 흉벽에서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고, 모두 그들에게 석궁을 조준하고 있었다.


 "팔봉산에 온 걸 환영한다." 회색 수염이 달린 대장이 말했다.


 "벨레가르왕의 땅을 무단침입한데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게 좋을 거다."




 회백색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아래에서 그들은 도시 한가운데를 걸어갔다. 카오스가 재림하여 세계를 호령하고,

그 심판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간 다음 날 같은 풍경이었다. 건물들은 무너지고 쓰러져 길거리에 그 잔해가 흩어져있었다.  건물들 에서는 퀴퀴한 썩은 내가 나고 있었다. 불길해 보이는 갈까마귀들이 아직 서있는 오래된 굴뚝 위에서 까악소리를 내고 있었다. 더 비쩍 마르고, 검은 새들의 무리가 검은 구름이 피어나듯 하늘로 솟아올라 그들 위를 날고 있었다. 
 스무 명쯤 되는 드워프들이 경계를 놓지 않으며 펠릭스 일행을 이송했다. 그들은 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언제라도 매복이 튀어나올 것처럼 대비했다. 그들의 석궁은 장전되어 언제든 발사될 준비가 돼있었다. 행동거지가 마치 전장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순간 그들은 모두 멈춰 섰다. 선두가 침묵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모두가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였다. 펠릭스는 어디선가 종종걸음 소리를 들은 것 같았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는 눈에 힘을 주어 초저녁의 어둠속을 째려봤지만 아무 문제도 없어보였다. 중무장한 드워프 두 명이 건물 모퉁이에 바짝 붙어 꺾인 건너편을 살펴봤다. 나머지는 사각형으로 방진을 짰다. 길었던 긴장의 순간 끝에, 정찰이 아무 이상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고트렉의 웃음으로 침묵이 깨져버렸다.


 “고작 고블린 몇 마리들이 무서운 겐가?” 그가 물었다.


 선두가 그를 째려봤다.


 “이런 밤에는 고블린보다 훨신 위험한 것들이 돌아다녀, 알아두라고.” 그가 답했다.

 고트렉이 엄지를 도끼날로 가져가 스윽 그어 내리며 피를 묻혔다.


 “다 덤벼 보라 그래.” 그가 포효했다.


 “다 덤벼 봐!”
 
 그의 외침은 불길한 침묵 속에 삼켜질 때 까지 폐허에서 울렸다. 그 이후론 고트렉도 조용히 있었다.


 도시는 펠릭스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컸다. 잘하면 제국의 가장 위대한 도시인 알트도르프보다도 더 클 것 같았다. 대부분은 고대의 전쟁들로 인해 파괴되어 폐허가 돼있었다.


 “당신네 사람들이 이 모든 파괴를 자행한 것 같지 않은데요. 몇몇은 꽤 최근에 파괴된 것 같아요.” 펠릭스가 말했다.


 “고보들.” 고트렉이 대답했다.


 “그놈들에게 걸린 저주 같은 거야. 그놈들은 싸울 놈이 없으면 자기네들 끼리 치고받고 싸우지.  도시가 점령되고 난 이후에 수많은 전쟁군주들이 땅을 나눠 가졌을 테지. 귀쟁이놈들이 으레 뒤통수를 치는 것처럼, 그 놈들도 노획품 분배를 두고 치고받고 싸웠을 거야.”


 “게다가 내 동족들과 변경백에서 온 인간들이 이 도시를 점령하려고 수없이 시도 했었어. 이 아래엔 아직도 캘 수 있는 은이 산더미처럼 남아있거든.”

 그는 침을 뱉었다.


 “이 도시를 되찾으려는 시도들은 죄다 오래가지를 못했어. 이곳엔 어둠이 뉘어있다. 어둠이 한번 자리를 잡은 곳은 절대로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없어.”


 그들은 일부는 수리되어 있지만 최근에 다시 버려진 것 같은 건물들이 있는 구역으로 들어섰다. 도시에 재정착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엄청난 늘어선 폐허에 짓눌려버렸다.  거대한 성채의 벽 뒤에서 드워프들은 좀 더 안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선두는 특이한 방식으로 계속 주의하라는 명령을 툴툴거리는 말투로 내렸다.
 
 “스벤손을 기억해라.” 그가 말했다.


 “그와 그의 부하들은 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죽임 당했다.”


 드워프들은 즉각 엄중한 경계태세로 돌아왔다. 펠릭스는 손을 칼 손잡이에 뒀다.


  “여긴 건강에 좋은곳이 아니군.” 줄 게스코인이 속삭였다.


 그들이 통과하자마자, 그들의 뒤에서 성체의 거대한 문이 탑을 무너뜨릴 듯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홀은 음산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벽은 낡은 테피스트리들로 가려져있었다. 내부는 천장의 샹들리에 달린 보석이 내는 기이한 빛을 조명삼아 밝혀있었다. 상아를 깎아 만들고, 금으로 무늬를 새긴 왕좌에 고령의 드워프가 양 옆에는 사슬갑옷을 입고, 파란색 튜닉을 입은 전사들을 거느리며 앉아있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트롤슬레이어와 인간들을 번갈아 가며 봤다. 그 고대의 드워프 옆에는 보라색 로브를 입은 여성 드워프가 일이 돌아가는 것을 낯선, 고요한 진지함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있는 사슬에는 쇠를 씌운 책이 매달려 있었다. 
 펠릭스는 그들의 표정에서 중압감이 느껴졌다. 아마 귀신들리고 무너진 도시 한가운데에서 생활한다는 게 그들의 사기를 깎아먹는 것 같았다. 혹은, 뭔가가 더 있을지도 몰랐다. 그들은 계속 뒤를 힐끔힐끔 처다 보고 있었다. 그들은 아주 작은 소리를 내가 시작했다.


 “용무를 말하라, 낯선 이 들이여.” 낮고, 자신감에 찬 거슬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일로 이곳에 왔느냐.”


 고트렉이 예의 없이 그가 쏘아보는 눈빛을 그대로 마주 쏘아봤다.


 “나는 에버피크에서 살았던 고트렉 그룽니손이다. 나는 세계 아래의 어둠속에 있는 트롤을 사냥하러 왔다. 인간 펠릭스 예거는 나의 의형제이자, 시인이고 또 나를 기억해줄 사람이다. 설마 나의 권리를 부정하려 하는 것인가?”


 고트렉은 마지막 문장을 말하곤 도끼를 집어 들었다. 드워프 전사들은 그들의 망치를 들었다. 
 
 고대인은 웃으며 답했다.


 “아닐세, 고트렉 그룽니손. 난 그러지 않을 거라네. 자네의 길은 명예로운 것이고, 그것을 막아설 이유는 없어 보이는군. 하지만 자네의 형제를 고르는 솜씨는 영 납득이 안 가는 구만.”


 드워프 병사들은 자기들 끼리 투덜대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당혹스러웠다. 고트렉이 어떤 이해할 수 없는 금기를 깨트린 것 같았다.


 “선례가 있습니다.” 로브를 입은 드워프 여성이 말했다. 실망 스러워하는 소리들이 멈췄다. 펠릭스는 그녀가 좀 더 말해주길 바랐다. 그녀가 말한 선례가 어떤건지 말해주길 바랐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짧은 문장이면 드워프들에게 충분했던 모양이다.


 “통과해도 된다네, 고트렉, 그룽니의 아들이여. 어둠속에서 들어갈 문들을 신중하게 고르고, 또 조심하시게. 용기가 자네를 고꾸라트리지 않게 하게.”


 그의 목소리에 걱정하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다. 오직 씁쓸함과, 은밀한 부끄러움만이 느껴졌다. 
 고트렉은 드워프 군주에게 예의 없이 고개만 끄떡하곤 홀의 뒤편으로 물러났다. 펠릭스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고, 트롤슬레이어를 따라 갔다.


 “용무를 말하라 낯선 이 들이여.” 통치자는 계속했다.


 알드레드가 왕좌 앞에 무릎을 꿇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예의를 갖췄다.


 “저는 제 운명에 관한 문제와, 서로를 돕기로 약속한 우리 종족들 사이의 고대의 서약에 따라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제 이야기는 복잡한 것이고, 따라서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드워프가 심술궂게 웃었다. 다시 한 번, 그가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무언가가 그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말 해 보아라. 우리는 다른 물자는 부족할지 몰라도 시간은 그렇지 않다. 기꺼이 시간을 내 주마.”


 “감사합니다. 혹시 20년 전에 그린스킨으로부터 이 도시를 되찾으려고 원정대를 이끄셨던 벨레가르 전하가 맞으신지요.”


 벨레가르가 끄덕였다. “그래 맞다.”


 “그 때 길잡이가 팔봉산 도시 아래에 있는 수많은 비밀통로를 찾아낸 파라그림이라고 하는 드워프 탐광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늙은 드워프는 끄덕였다. 펠릭스와 고트렉은 서로를 바라봤다. 산 밑에 트롤이 지키고 있는 보물에 관해 말해준 자가 바로 파라그림이었다.


 “전하의 원정대에 저희 기사단의 일원인 젊은 기사가 함께 했었습니다. 그는 파라그림이 여행하던 때의 동료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라파엘입니다.”


 “그는 진짜 남자이자, 우리 적들의 훌륭한 적수였다.” 벨레가르가 말했다.


 “그는 파라그림과 지하심부로 함께 떠났던 마지막 원정 이후로 돌아오지 못했지. 파라그림이 그를 찾기를 거부한 이후, 심부름꾼들을 몇 번 보냈지만 그의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


 “그에게 그런 영광을 베풀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희는 그가 가지고 있다 잃어버린 검을 찾기 위해서 내려가야 합니다. 그 무기에는 힘이 담겨있고, 저희 기사단에게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당신이 이전에도 되찾으러 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드워프 여성이 말했다.


 알드레드가 미소 지었다.


 “그렇다고 해도 저는 저희 기사단 본부에서 검을, 카라굴을 되찾겠다고 이미 맹세를 했습니다. 저는 제가 성공할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벨레가르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저는 제 몸을 2주 동안 속박하고 채찍과 설사약으로 스스로를 채찍질 했습니다. 그때 지그마께서 제게 환상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의 왕께서 제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그가 말하시길, 제 임무를 살펴봐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법의 검이 다시 뽑힐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게다가 – 그 분께선 제가 우리의 고대의 형제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것을 드워프라고 해석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역사에 자주 언급되시니 까요.”


 “고결한 벨레가르시여, 간청 드립니다. 제 임무를 반대하지 말아주십시오. 제 형제 라파엘은 죽을 때 까지 드워프를 돕는 것을 절대 거절하지 않아, 저희의 믿음의 서약을 명예롭게 했습니다. 제가 그의 검을 찾아오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그를 존중해주신다는 표식이 될 것입니다.”


 “잘 말했다, 인간.” 벨레가르가 말했다.


 펠릭스는 벨레가르가 감동받은걸 볼 수 있었다. 드워프들은 명예나 고대의 서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그러곤 했다. 벨레가르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을 때, 여전히 그의 눈에는 똑똑히 적의가 느껴졌다.


 “너의 신청을 윤허한다. 너희의 전임자 보다 많은 행운이 함께하길.”


 알드레드는 일어나 예를 갖췄다. “ 저희에게 안내역을 붙여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다시 한 번 벨레가르는 웃었고, 그의 웃음소리에서 수상하고, 사나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추접하게 낄낄댔다.


 “고트렉 구릉니손의 임무와 네 것이 참으로 비슷하니, 그가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벨레가르는 왕좌에서 일어났고 로브를 입은 여인이 그를 보좌하려 움직였다. 그는 몸을 돌려 방으로 다리를 절면서 갔다. 뒷문에 다다르지 뒤로 돌아 말했다.


 “이제 해산 하거라!”





 드워프들이 거처로 제공해준 탑의 창문을 통해, 펠릭스는 자갈이 깔린 길거리를 바라봤다. 밖에서는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뒤에서는 나머지 일행들이 조용히 언쟁을 하고 있었다.



 “맘에 들지 않습니다.” 자우벨리히가 말했다.



 “이곳 지하에 있는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 알기나 합니까? 지금 당장 찾기 시작한다고 해도 세계가 끝나는 날까지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엔 드워프들이 검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신의를 믿어야 합니다.” 알드레드가 차분하지만 확고하게 말했다.


 "지그마께서는 검이 발견되기를 바라고 계세요. 우리는 그가 인도해주시리라 믿고 나아가야 합니다.“



 자우벨리히의 목소리엔 히스테리의 흔적이 역력했다.



 "알드레드, 만약 지그마께서 검이 돌아오길 바라셨다면, 왜 당신보다 먼저 왔던 형제들의 손에 들려서 보내지 않으셨겠습니까?“



 "누가 축복받은 지그마의 뜻을 감히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때가 맞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저희의 믿음에 대한 시험일수도 있어요. 저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굳이 바라지 않는다면 당신이 함께 할 필요는 없습니다.“



 폐허 한가운데에서, 펠릭스는 차가운 초록 불빛을 찾아냈다. 그 불빛이 눈에 들어오자 펠릭스는 공포에 빠졌다. 그는 줄에게 이리 와서 저것 좀 보라고 했다. 브레토니아 사람이 창가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찰병은 그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뻘쭘해진 펠릭스는 다시 논의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내가 미쳐가는건가? 그는 생각했다. 그는 마음에서 초록 불빛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고 애썼다.



 "그룽니손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우벨리히가 물었다. 그는 트롤슬레이어에게 간청하듯 말했다.



 "뭔 일이 있던, 나는 저 어둠 속으로 내려갈거야." 고트렉이 말했다.



 "늬들이 뭐라고 하고있던, 나랑은 아무 상관없어. 너희들끼리 알아서 합의 보라고.“



 "저희는 이미 이곳으로 보낸 세 분대를 잃었습니다." 자우벨리히가 말했다. 줄 게스코인이 알드레드를 흘끔 쳐다봤다.



 "목숨을 그냥 내다 버릴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그냥 포기해버릴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 동료들의 희생을 의미없게 까지 하면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성기사가 답했다.



 "만약 우리가 여기서 포기한다면 그들의 죽음이 헛되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카라굴을 찾아야 한다고 믿었을 거예요.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습니다.“



 템플러의 광신적인 태도가 펠릭스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알드레드는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내려놓는 걸 너무 간단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매우 차분했다. 확실히 저런 태도가 그의 말을 거부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펠릭스는 전사들이 저런 남자를 기꺼이 따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요한, 당신은 나머지 사람들과 같은 맹세를 했잖습니까. 만약 당신이 맹세를 어기고 싶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하지만 그 결과는 당신의 영원할 영혼에 내릴 것입니다.“



 펠릭스는 마법사가 놓인 처지가 웃기면서도, 불쌍하게 여겨졌다. 그 자신도 고트렉이 그의 목숨을 살려준 이후, 문명화된 도시에 있는 따뜻한 선술집에서 취한 상태로 고트렉을 따라가겠다고 맹세를 했다. 그 때엔 별로 위험한 짓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결과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을 때엔 그런 맹세를 하는 게 너무나 쉬웠다. 팔봉산처럼 음울한 대지로 인도 했을 때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됐다.

 펠릭스는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문에서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난후 살며시 열렸다. 벨레가르의 왕좌 옆에 서 있었던 드워프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여러분에게 경고해 주러 왔어요." 그녀가 낮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에게? 뭘?" 고트렉이 퉁명스레 대답했다.



 "저 깊은 곳에 끔찍한 것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왜 우리가 이렇게 공포에 떨면서 살고 있겠어요?“

 "이리로 들어오는 게 좋겠군." 트롤슬레이어가 말했다.








 "저는 마그다 프레야도터라고 해요. 저는 발라야의 신전에서 기억하는 책을 지키는 일을 합니다. 저는 발라야의 뜻을 대신 전합니다. 제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라는 것을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고트렉 그룽니손이 말했다.



 "그럼 진실을 말해봐라.“



 "어둠 속에서 불안해하는 영혼이 돌아다녀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들을 돌아봤다. 그녀의 시선은 고트렉에게서 멈췄고, 계속 그를 쳐다봤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저희는 500명쯤 됐고, 남자다운 동맹들 몇 몇과 함께 왔어요. 저희가 마주한 위협은 오크와 그들의 추종자들뿐이었죠. 저희는 고대의 광산들을 수복하기에 앞서, 이 성채와 상부 도시의 일부를 확보했어요.“



 "저희는 조상님들의 금고를 찾으러 심부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여러 번 했어요. 만약 저희가 그것들을 찾는다면 동족들에게 소문이 퍼져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일 거니까요.“



 펠릭스는 그들의 전략이 어떤 것이었는지 눈치 챘다. 보물에 관한 소문이 퍼지면 많은 드워프들을 모이게 했을 것이다. 그는 조금 찔렸다. 그런 소문이 그와 고트렉을 이리로 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희는 오래된 장소들을 탐색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려 심부로 보냈어요. 저희가 너무 순진하게 꾸렸던 고대의 계획은 뭔가 틀어지기 시작했어요. 터널은 무너지고, 길은 막혀있고, 오크들이 파놓은 더러운 구덩이들이 저희가 파놓은 길과 연결되어 있었어요.“



 "파라그림이라는 드워프가 원정대를 이끌었나?“



 "예, 그가 이끌었죠.“ 마그다가 대답했다.



고트렉은 펠릭스를 바라봤다.



 "그럼 그가 말했던 것 중 대부분이 사실이겠군." 트롤슬레이어가 말했다.



 "파라그림은 용감했고, 다른 이들보다 더 깊숙이 탐험했어요. 그가 뭐라고 말해줬나요?“



 고르텍은 자신의 발을 살펴봤다.



 "그가 지금까지 봤던 트롤들 중에 가장 엄청난 놈을 봤다고 했지, 그리고 도망쳤다고.“



 드워프들은 거짓말을 잘 못하네, 펠릭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사제가 고트렉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눈치 못 챌 리가 없었다. 하지만 마그다는 뭔가를 눈치 챘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펠릭스는 저 멀리 뉠른에서 보냈던 밤에 대해 생각했다. 팔봉 선술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파라그림이 고트렉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었다. 드워프들은 완전히 취해서 주변에 인간이 있는 것도 잊고 있었고, 흥분한 목소리로 드워프어와 제국어를 섞어가며 이야기 했었다. 그 때의 펠릭스는 드워프 둘이서 서로 허풍을 쳐대며 자존심 싸움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지금은 진짜 그랬던 건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트롤이 그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거군요. 저희는 유령 때문에 그런 줄 알았어요." 마그다가 말했다.



 "어느 날 심부에서 돌아왔을 때, 그의 수염이 새하얗게 변했었어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떠나더군요.“



 "방금 심부에 무시무시한 게 있다고 말씀하신 거죠." 자우벨리히가 끼어들었다.



 "맞아요. 지하에서 순찰하는 이들이 고대 동족의 유령을 만났다고 했어요. 영혼이 울부짖고 흐느끼며 카오스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시켜달라고 빌었다고 해요. 곧 우리가 초기에 거뒀던 성공은 반전됐죠. 도대체 어떤 드워프가 친척의 영혼이 조상들의 품으로부터 찢겨나가며 고통 받는 모습을 견딜 수 있겠어요? 저희 병사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벨레가르 왕께서 직접 강력한 원정대를 꾸려 악의 근원지를 찾아 나섰어요. 하지만 그의 군대는 심부에서 잠복한 적들에게 파괴당했어요. 그와 믿을만한 심복 몇 명만이 돌아올 수 있었죠. 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살아남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갔어요. 이제 겨우 100도 안 되는 이들만 남아 이 성채를 지키고 있는 게 다예요.“



 고트렉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졌다. 펠릭스는 트롤슬레이어가 이렇게 공포에 빠진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고트렉은 살아있는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용감하게 맞설 수 있었지만 유령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용기를 빨아먹어버린 것 같다. 펠릭스는 순간 조상을 숭배하는 게 그들 종족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떠올랐다.



 "저는 이제 경고 했어요." 여사제가 말했다.



 "아직도 아래로 내려가고 싶으신가요?“



 고트렉은 모닥불을 주시했다. 방에 있는 모든 눈들이 그를 주시했다. 펠릭스는 만약 고트렉이 그의 임무를 포기한다면 아무리 알드레드라도 포기할 것 같다고 느꼈다. 성기사는 트롤슬레이어가 그의 예언에서 나온 드워프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트렉은 그의 손이 하얘질 정도로 도끼자루를 꽉 쥐었다. 그는 뭔가를 말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사람이든 유령이든, 산 놈이든 죽은 놈이든, 난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가 조용하고 확신에 차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아래로 내려갈 거야. 그곳에 내가 만나야 할 트롤이 있다고.“



 "잘 말해주셨어요." 마그다가 말했다.



 "제가 당신을 아래 영역으로 가는 입구로 안내해드리죠.“



 고트렉이 고개를 숙였다. "영광입니다."



 "그럼 내일 봐요." 그녀가 말하고 일어섰다.



 고트렉이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뒀다. 그녀가 떠나자 그는 의자에 고꾸라졌다. 그는 그의 도끼를 내려놓고 넘어질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팔걸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는 매우 무워하고 있었다.




 






산 옆에 거대한 출구가 있었다. 그 위에 바위에는 거대한 창문이 바위에 구멍을 내고 자리 잡고 있었다. 창은 붉은색 기와지붕이 달려있었고, 대부분이 떨어져나갔다. 거대한 성채가 산에 통째로 빨려 들어간 후 꼭대기 부분만 지상에 남아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이게 은빛 정문이에요." 마그다가 말했다.



 "은빛 길은 위에 있는 곡물창고와 긴 계단으로 이어질 거예요. 제가 알기론 그곳까지는 별 일없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주의하세요!“



 "감사합니다." 펠릭스가 말했다. 고트렉은 여사제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알드레드, 줄, 자우벨리히는 고개숙여 인사했다. 남자들은 매우 침울해보였다.



 그들은 가져온 등불과 등유를 확인했다. 준비는 충분했다. 그들의 무기는 기름칠 되어 준비돼있었다.

 마그다가 그녀의 소매에 손을 넣었다. 그녀는 양피지가 담긴 통을 꺼내 고트렉에게 건네줬다. 그는 펼쳐서 흘끔 확인해 보더니 가슴이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룽니, 그림니르 그리고 발라야가 여러분 모두 돌봐주시길."  마그다는 그렇게 말하곤 그들에게 특이한 축복의 성호를 그어줬다.



 "지그마의 축복이 당신과 당신의 클랜에 함께하시길." 포악한 검 알드레드가 대답했다.



 "출발하자." 고트렉 그룽니손이 말했다.



 그들은 장비를 들어 올리고, 아치 아래를 지나갔다. 펠릭스의 눈에 시간에 침식되기 전에 새겨진 고대 드워프 룬들이 새겨져 있는 게 보였다.

 그들이 문 아래를 지나자, 그들은 그림자와 한기에 노출됐다. 펠릭스는 몸이 떨리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창문에서 비추는 빛이 어둠으로 내려가는 길을 비춰줬다. 펠릭스는 드워프 공학의 정교함에 감탄했다. 경사지의 꼭대기에서 그는 뒤를 돌아봤다. 여사제와 그녀의 경호원이 서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손을 들어 흔들었고, 그녀도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해줬다. 그들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위쪽 땅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펠릭스는 그들 중 누구라도 다시 햇빛을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여사제님께서 건너 준 게 무엇입니까? 그룽니손씨." 요한 자우벨리히가 물었다. 고트렉은 마법사의 손에 문서를 찔러넣었다.



 "기억하는 자 발라야의 신전에 있는 마스터 맵의 복사본이다. 벨레가르 왕의 원정대가 탐험한 모든 곳이 기록되어 있지."



 머리 위에 빛나는 크리스탈의 불빛으로 마법사는 지도를 살펴 봤다. 그러곤 머리를 긁적였다. 펠릭스가 그의 어깨 너머로 슬쩍 보니 휘갈겨 쓴 조그마한 룬들과 각각 다른 색으로 그어진 선들만 보였다. 어떤 선은 굵었고 어떤 건 얇았고, 점들로 이어진 선도 있었다.



 "살면서 이런 지도는 처음 보네요." 마법사가 말했다.



"봐도 어떤 의민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고트렉은 입술을 안쪽으로 말며 비웃음을 지었다.

 


"네가 읽을 수 있었으면 깜짝 놀랐을 거다. 엔지니어 길드의 룬 암호로 적혀있는 거야.“

 


"저희는 완전히 당신과 지그마의 손바닥 위에 있는 거네요 그룽니손씨.“ 성기사가 말했다.

 


"앞장서시죠.“


 






 펠릭스는 걸어온 발자국 수를 계속 세려 했지만 팔백하고도 육십이까지 세고 그만뒀다. 그는 길이 은빛 길에서 갈라지기 시작하고, 드워프 도시의 규모가 어느 정돈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발톱의 바다에서 선원들이 보고한 떠다니는 빙산 같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10퍼센트 정도고 나머지는 표면 아래에 있었다. 펠릭스가 지금껏 봐온 인간의 작품의 규모를 압도했다.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경험이었다.

 수많은 벽들에 난 구멍을 찾아 계속 나아갔다. 일부는 벽돌로 막혀 있었다.

 벽돌을 쌓은 지 얼마 안 돼보였다. 어떤 건 투박한 무기로 내려쳐져 깨져있었다. 공기 중에서 썩어가는 냄새가 약하게 났다.



 "곡물 저장탑." 고트렉이 설명했다.

 


"겨울에 도시 주민들을 먹이기 위해 사용되지. 고보놈들이 벨레가르의 창고를 털어간 것 같군.“



 "만약 어느 그린스킨이든 지금 이 주변에 있다면, 그들은 제 칼맛을 보게 될 것입니다." 포악한 검 알드레드가 말했다.



 줄과 펠릭스는 서로 걱정스런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은 성기사와 트롤슬레이어와는 다르게 이 아래에 사는 무언가와 다툼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펠릭스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감을 잃어버렸지만 은빛 길에서 나와 알트도르프의 왕립 공처럼 넓은 복도를 걷기 시작한지 30분쯤 된 것 같았다. 천장의 거대한 구멍들에서 나오는 빛으로 밝혀져 있었다. 뉠른의 탑들 보다 더 거대한 빛의 기둥 안에서 티끌 같은 먼지들이 춤추고 있었다.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천장에 숨어 그늘지고, 흔들거리는 것들을 건드리며 울려 퍼지고 있었다.

 


"메르샤 광장." 고트렉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는 광장을 미움과 자부심이 섞인 특이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힐가 여왕의 사병들이 그들의 수백 배도 더 되는 고블린들에 맞서 싸운 곳이다. 그들이 수많은 시민들과 여왕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줬어. 내 눈이 이런 곳을 보게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있는 모든 돌들은 영웅의 피로 신성화 되어있어.“



 펠릭스는 트롤슬레이어를 바라봤다. 그는 새 사람을 바라봤다. 도시에 들어오고 나서 고트렉은 바뀌었다. 그는 더 크게 일어섰고, 더 자부심이 넘쳤다. 그는 더 이상 주변을 몰래 살펴보지도 않았고, 스스로에게 궁시렁 대지도 않았다. 펠릭스가 그를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드워프는 편안해 보였다.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보이네, 펠릭스는 생각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난 사람들이란 걸 알아챘다. 갑자기 그들과 태양 사이에 얼마나 거대한 바위가 놓여있는지 의식하게 되었다. 그는 산에 대한 두려움에 맞서 싸워야 했다. 이 산은 조악한 고대 드워프들의 솜씨로 지어져 있어 그의 머리 위로 무너져 그를 영원히 묻어 버릴 수 있었다. 그는 태양빛을 전혀 모를 산 아래의 오래된 장소에 어둠과 자신이 얼마나 가까이 붙어있는 지 느껴졌다. 그의 마음에 공포의 씨앗이 심어졌다.

 그는 그가 지금까지 봐온 어떤 건축물보다 거대한 광장을 바라봤고, 그가 이 광장을 건너지 못할 것을 알았다. 모순적이게도, 지표면에서 한참 아래에 있는 이곳에서, 그는 광장 공포증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천장에 인조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아 궁릉형 천장 밑을 지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어지러웠고, 숨이 가빠졌다.

 안심되는 손이 그의 어깨 위에 올려졌다. 펠릭스는 옆에 고트렉이 서 있는 걸 봤다. 뒤로 돌아 은빛 길로 뛰어가고 싶던 기분은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차분한 모습을 되찾았다. 그는 경외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메르샤 광장을 다시 돌아봤다.

 


"진짜, 너희 종족은 대단하구나 고트렉 그룽니손." 그가 말했다.



 고트렉은 그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은 슬퍼보였다.



 "그래, 인간. 한땐 그랬지. 하지만 이런 광장을 만든 솜씨는 지금 우리의 것보다 훨씬 뛰어난 거야. 우리는 이런 걸 지을 만큼 많은 석공들을 갖고 있지 않아.“



 고트렉은 고개를 돌려 다시 광장을 돌아보곤 고개를 저었다.

 


"으, 인간. 우리가 이제 얼마나 몰락했는지 잘 알겠지. 한때 이런 것들을 창조했던, 영광의 나날들은 이제 우리 뒤편에 있어. 이제 우리는 쪼그라든 몇 개 안되는 도시에 옹기종기 모여, 세상이 끝날 날을 기다리고 있지. 드워프의 시대는 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우리는 선조들의 위대한 작품들 위에서 구더기처럼 빌빌 기고 있고, 한때는 우리의 것이었던 영광이 이제는 우리를 모욕하고 있어.“



 그는 광장의 바깥쪽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한방에 이곳을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우리가 스스로를 비교하는 대상이야!"  그가 울부짖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그를 바라봤다. 메아리가 그를 조롱했다. 펠릭스는 메아리들 가운데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소리를 난 곳을 쳐다봤을 때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깜빡이는 황색 눈들을 봤다고 맹세 할 수 있었다.







 그들이 계속 나아갈수록, 지하 도시의 돌들에 수상한 초록빛들이 더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빛나던 광장에서 흔들리는 빛을 발하는 어둑한 보석이 희미한 빛을 비추고 있는, 그늘진 어둠속으로 이동했다. 때때로 펠릭스는 어딘가 탁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고트렉이 멈춰 서서 벽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펠릭스도 호기심에 똑같이 했다. 그는 멀리선가 미세한 진동이 돌을 통해 울리는 것을 느꼈다.
 고트렉이 그를 흘낏 봤다.

 


"고보들의 벽 신호야." 그가 말했다.



 "놈들이 우리가 여깄는 걸 아는군. 최대한 빨르게 움직여서 놈들의 정찰병들을 교란시키자."
 


 펠릭스는 끄덕였다. 벽은 옥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는 뚱뚱하고 붉은 눈을 가진 쥐가 빛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봤다. 그들은 완전한 어둠속에 숨어버렸다. 고트렉은 욕을 뱉으며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을 뭉게려 했지만 놈은 피해서 도망쳤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지표면에서 가까운 이곳에서 조차, 카오스의 오염이 보이는군.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심해질 거야.“

 


그들은 계단으로 가서 아래 어둠 속으로 뛰어갔다. 거대한 기둥들이 점점 작아졌다. 벽돌 무더기가 쌓여있었다. 계단 자체가 무너져 있었다. 갑자기 박쥐들이 튀어나와 그들을 방해했다. 작은 박쥐들이 그림자의 조각들처럼 떨어져 나와 마구 펄럭댔다. 불안속에, 펠릭스는 계단이 얼마나 안전한 건지 의심스러웠다. 그들은 오크들이 파괴한 흔적이 역력한 화랑을 통해 내려갔다. 쥐들이 무너진 석조 작품들 밑에 둥지에서 기어 나와 그들 앞에서 총총거리며 뛰어갔다. 
 고트렉은 정지 신호를 보내고, 서서 공기 중의 냄새를 맡았다. 펠릭스는 뒤쪽에서 멀리 위쪽 계단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고보놈들 냄새가 나." 트롤슬레이어가 말했다.



 "제 생각엔 저희 뒤쪽에 있는 것 같아요." 줄이 말했다.



 "아니야 사방에 다 있어." 고트렉이 말했다.



  "이 곳은 몇 년 동안 오크들이 길로 사용한 곳이군.“



  "우리 어쩌죠?" 펠릭스가 자우벨리히와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물었다.



  "밀어 붙여." 고트렉이 지도를 살펴보며 말했다.



  "어찌 됐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길로 갈 거다.“



 펠릭스는 뒤를 힐끔 봤다. 그는 그들이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상황이 안 좋아 보이는데, 라고 생각했다. 고트렉이 다른 길을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우리가 저 위로 올라갈 길은 이미 차단됐어.
 트롤슬레이어의 표정이 그에게 고트렉은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드워프는 혹시 유령이 튀어나올까봐 염려하듯 주변을 둘러봤다.
 그들의 추격자들의 발소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앞쪽에서 그들은 오크의 것보다도 훨씬 낮고 시끄러운 울부짖음을 들었다.



 "방금 그거 뭐야?" 자우벨리히가 물었다.



 "큰 놈." 알드레드가 침착하게 말했다.



 고트렉은 도끼의 칼날이 핏빛 보석으로 빛날 때 까지 엄지로 한번 쓱 스다듬었다.



 "좋았어." 그가 말했다.



 "가까운 게 틀림없어요." 펠릭스가 불안해하며 말했다. 그는 그의 얼굴이 마법사나 정찰병의 것처럼 잿빛이 되어있을까 궁금했다.



 "장담하기는 힘들지만." 고트렉이 말했다.



 "이 터널들은 소리를 왜곡시켜. 증폭시키기도 하고. 몇 마일 더 떨어져 있는 걸지도 몰라.“



 다시 한 번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고, 달리는 소리가 발소리가 들렸다. 고블린들이 그 명령에 복종하듯 서두르고 있었다.



 "이번엔 더 가까운 거였네." 펠릭스가 말했다.



 "진정해, 인간. 내가 말했잖아, 몇 마일 더 떨어져 있는 걸지도 '몰라'.“



 놈들은 다음 복도에 있는 긴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뼈만 남은 악마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는 아치형 입구 아래를 지나, 짐승을 보았다. 거대한 오우거였다. 알드레드와 비교해보면 키는 절반이 더 컸고 덩치는 4배쯤 됐다. 고트렉의 볏처럼 머리가 염색돼 있었다. 하지만 고트렉과는 다르게 흰 줄과 검은 줄로 무늬가 있었다. 머리 볏에는 비듬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오른 팔에는 거대한 가시 돋친 팔 보호대를 하고 있었고, 주먹에는 길고 사악한 칼날이 달려있었다. 왼손에는 사슬이 달려있고 가시가 박혀있는 커다란 철구를 들고 있었다.  성벽이라도 쉽게 허물어 버릴 것 같았다.


 그 생명체가 날카로운 금속이빨을 보이며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그 뒤에는 허리 굽은 고블린 부대가 있었다. 초록색 피부가 번들거렸다. 놈들은 선명한 해골 무늬가 그려진 철제 방패를 들고 있었다. 딱지들과 부스럼, 그리고 곰보자국들이 음흉한 시선으로 보는 얼굴들을 더 못생겨 보이게 했다. 일부는 목에 가시 박힌 개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어떤 놈들은 상체의 살점에 쇠고리들을 박아 놨다. 놈들의 눈들은 눈동자 없이 시뻘갰다. 


 펠릭스는 저것들이 카오스에 오염당한 징조인가 싶었다. 


 그는 주변을 힐끔 둘러봤다. 오른쪽에는 무너진 벽돌들이 있었다. 더 새롭지만 더 조잡한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옛 드워프식 석조작품들을 치워버린 흔적 같았다. 그와 가까이 있는 벽에는 쇠사슬들이 달려있었다. 왼쪽에는 거대한 굴뚝이 새겨져있었고, 그 아궁이는 악마의 머리에서 아가리 부분이었다. 갈색으로 색 바랜 피들이 돌들에 묻어있었다. 고블린들의 사원 같은 곳에 들어온 건가? 펠릭스는 궁금해 했다. 딱 우리가 필요한 것, 사람 고기에 굶주린 오우거 그리고 고블린 파나틱 무리들. 뭐 어때, 그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최소한 여기서 더 나빠질 수는 없잖아.


 그는 누군가 어깨를 두드려서 뒤쪽 계단을 돌아봤다. 거대한 오크가 이끄는 고블린 무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오크는 왼손에는 시미터를 쥐고 있었고, 오른 손에는 저주받은 달, 모르슬리브가 턱에 엄니들을 달고 있는 모습을 상징화시킨 군기를 들고 있었다. 군기 꼭대기에는 방부처리 된 사람 머리가 매달려 있었다. 기수 뒤로는 창과 도끼, 메이스로 무장한 고블린들이 더 모여들고 있었다. 


 펠릭스는 줄을 봤다. 브레토니아인은 그저 어깨를 으쓱 했다. 죽기엔 정말 끔찍한 곳이야, 펠릭스는 생각했다. 긴 순간, 세 집단은 서로를 쳐다봤다. 잠시나마 평화로운 침묵이 있었다. 

 


 "지그마를 위하여!" 알드레드가 울부짖었다. 그러곤 판금갑옷으로 무장한 사람이라곤 믿을수 없는 속도로 대검을 치켜들고 계단 아래로 돌진했다.



 "타누 아룩!" 고트렉이 따라가며 고함쳤다. 머리위에 빛나는 보석이 조금더 밝게 빛났다. 



 "고블린 개자식들을 죽이자!“



 펠릭스는 검을 뽑아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 옆에는 개스코인도 준비를 마치고 서있었다. 기수는 그들을 쳐다보기만 하고 가까이 오지 않았다. 펠릭스는 계단을 오르기까지 하며 고블린들 공격하고 싶지는 않았다. 교착상태였다. 


 그의 뒤에서 펠릭스는 무기들이 부딪치는 소리와 전투의 함성을 질러대는 소리가 들렸다. 더러운 오크의 강렬한 악취가 그의 콧가를 맴돌았다. 그의 뒤쪽 계단에서 쇠 소리가 절렁거리는 발소리가 났다. 그는 뒤로돌아 상당한 힘으로 내려치는 그린스킨의 메이스를 정확한 타이밍에 튕겨냈다. 힘의 충격이 그의 팔이 떨렸다. 


 그는 이를 악 물고 찔렀다. 그의 칼이 빛나는 반원이 되어 어둠을 갈랐다. 고블린이 뒤로 뛰어 피하는 바람에 펠릭스는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 했다. 그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지만, 발 디딜 곳이 불안정해 제대로 쫓아갈 수 없었다.



 "줄! 계단 좀 붙잡아줘!" 그가 소리쳤다.



 "친구를 위해서 라면 야.“

 


 펠릭스는 고블린에게 따라붙었다. 부서진 바닥을 넘어 재빠른 적을 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보는 혀를 내밀고선 도발하듯 소리 질렀다. 순간 분노가 치밀어 펠릭스는 더 빠르게 쫓다가 넘어졌다. 그는 무릎으로 딛고 굴렀다. 무릎이 까져 아팠다. 뭔가가 그의 몸을 타고 총총거리며 도망갔다. 나 지금 쥐 둥지를 건들인 거구나.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잠시 방향감각을 잡기 힘들었다. 두 발로 일어서고 나자, 싸우는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고트렉은 적의 가슴팍을 쪼개고 있었다. 거대한 도끼가 찍히는 곳마다 고블린의 몸에서 갑옷이 찢기고 터져나갔다. 포악검 알드레드는 오우거가 휘두르는 철구를 피하고 파고들어 놈의 배에 검을 쑤셔 넣었다. 펠릭스는 오우거의 등에 그의 검이 튀어나온 것을 봤다. 고블린들은 펠릭스를 그냥 지나쳐 그들의 오랜 적, 드워프를 향해 달려갔다. 싸움이 벌어지는 곳 한발 짝 밖에서 자우벨리히는 스크롤을 펼치고 주문을 외고 있었다. 그의 왼 손에서 화염구가 나타 났다. 검은 쥐들 무리가 사방에서 돌아다녔다. 그늘진 곳 박쥐 날개들이 흥분한 듯 펄럭거렸다.


 펠릭스는 균형을 잡으려 했다. 그의 시선이 중무장한 적들과 계단위에서 용감히 맞서고 있는 줄 게스코인에게 향했다. 그는 이미 하나를 죽였지만 기수의 뒤에서 더 많은 적들이 나왔다. 


 곤봉이 그의 어깨를 내려치는 순간 펠릭스는 고통에 휩싸였다. 눈에 별들이 번쩍였다. 그는 검을 놓치고 얼굴부터 고꾸라졌다. 그의 위에는 고블린이 서서 다시 곤봉을 들어올렸고, 그의 눈에는 승리에 대한 만족감이 번득였다. 젠장, 움직이라고. 곤봉이 내려치는 휙소리가 들리자 펠릭스는 말을 듣지 않는 관절들에게 소리쳤다. 


 큰 나무가 통째로 넘어지는 것처럼 곤봉의 그늘이 그를 덮쳤다. 공황상태에 빠진 인간의 감각에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 순간 그는 한쪽으로 굴렀고, 곤봉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위와 부딪쳤다. 펠릭스는 몸을 꼬아 한쪽 발로 고블린을 차서 넘어뜨렸다. 그는 검을 찾아 절박하게 바닥을 더듬거렸다. 손가락이 검손잡이에 닿는 순간 그는 크게 안도했다. 그는 앞으로 뛰어들어 고블린이 일어나기 전에 찔러버렸다. 놈은 죽으면서 저주를 내뱉었다. 갑자기 거대한 섬광이 일어나 펠릭스의 눈을 멀게 했다. 그는 뒤로 주춤거렸다. 지옥불이 그의 앞에서 번쩍이자 그는 두 눈을 손으로 가렸다. 뜨거운 공기가 그의 얼굴에 밀려왔다. 공기 중에 유황의 냄새가 났다. 나 죽었구나, 죽어서 지옥에 왔어. 펠릭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갑자기 상황이 이해갔다. 자우벨리히가 화염구를 쐈구나.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고트렉과 알드레드가 사기가 꺾인 고블린들을 치우며 길을 뚫고 있었다. 뒤로는 마법사와 정찰병이 뛰어왔다. 줄이 펠릭스의 팔을 붙잡고 소리쳤다.



 "빨리 와!" 



 "저 놈들이 정신 차리기 전에 빨리 가야 돼.“



 그들은 긴 복도를 뛰어 내려갔다. 뒤쪽에서는 계속 다투는 소리가 났다.



 "뒤에서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나는 거야?" 그가 소리쳤다.



 "둘은 다른 고블린 부족들이야." 고트렉이 낄낄 웃었다.



 "운이 좋다면 저놈들은 누가 우리를 먹을 건가를 두고 싸우겠지.“







 펠릭스는 깊은 틈 아래를 쳐다봤다. 틈 깊은 곳에서 별들이 반짝였다. 알드레드와 고트렉은 복도 아래를 내려다봤다. 줄 녹슬어있는 금속 다리 위를 돌아다녔다. 마법사, 자우벨리히는 무쇠 가고일에 기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저는 이런 모험을 즐기는 삶에는 맞지 않는 것 같아 걱정되는군요.“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제 연구가 이런 격렬한 운동을 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펠릭스가 미소 지었다. 마법사를 보고 있자니 자신이 알던 늙은 교수들이 생각났다. 둘은 고전 시에 대한 세밀한 해석에 대해 다퉜던 일들 말고는 마찰을 빚었던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그 늙은이들을 업신여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선,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한때는 그들처럼 되는 게 그의 꿈이기도 했다. 모험하는 삶이 그를 이렇게나 바꿔 버린 걸까? 


 자우벨리히는 호기심에 가고일을 조사하고 있었다. 펠릭스는 마법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그와 대학의 어르신들과 닮은 점은 겉모습 밖에 없었다. 그들 중에서 팔봉산으로 오는 길 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자우벨리히의 노련한 마법 실력이 그 사람이 얼마나 투지가 강하고 지적인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었다. 마법은 나약한 사람이나 겁쟁이들을 위한 기술이 아니었다. 그 또한 숨겨진 위험성들을 가지고 있었다. 호기심이 펠릭스를 덮쳤다. 그는 마법사에게 어쩌다 성기사와 엮이게 된건지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가 고블린 놈들을 놓쳐버린 것 같군요." 알드레드가 소리쳤다.



 그와 고트렉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모였다. 자우벨리히에 대한 펠릭스의 궁금증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다리를 건너가면서 펠릭스는 다시는 그에게 물어볼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길고 어두운 복도아래를 지켜봤다. 처음으로 빛나는 보석에서 빛이 안 나고 있었다. 펠릭스는 그 침침한 초록 불빛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고장 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한 낮에 갑자기 태양이 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을 줬다. 고트렉은 빛이 없다는 것에 아무 신경도 안쓰는 것처럼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펠릭스는 드워프가 얼마나 잘 볼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등불을 키는게 좋겠어." 고개를 젓고, 고트렉이 말했다.



 "빛이 파괴됐군. 망할 고보들. 저 보석들은 영원히 빛날 수 있는 것들인데, 놈들은 그걸 가만히 냅두지 않았군. 저것들은 이제 보충될 수도 없어. 만들 기술을 잃어버렸거든.“



줄이 등불을 준비했다. 자우벨리히가 주문으로 불을 붙였다. 펠릭스는 그들을 지켜봤고, 고트렉이 끙끙대는 소리를 듣기 전까진 쓸모없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펠릭스는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 복도 아래에 초록색으로 뭔가가 빛나는 것이 보였다. 늙고 수염이 난 드워프의 모습이었다. 빛이 그 모습에서 나오고 있었고, 투명하게 비춰졌다. 투명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비눗방울처럼 똑똑히 보였다. 유령의 모습은 얇고 높은 목소리로 흐느끼며 팔을 앞으로 뻗고 고트렉에게 다가갔다. 트롤슬레이어는 뻣뻣하게 선체 얼어붙었다. 공포가 펠릭스를 짓눌렀다. 펠릭스는 빛의 특징으르 알아봤다. 그는 산등성이와 위쪽의 도시에서 본 적이 있었다. 



 "지그마여 저희를 보호해주소서." 알드레드가 중얼거렸다.



 펠릭스는 성기사의 검이 칼집에서 뽑히며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펠릭스는 고대의 드워프가 다가올수록 머리털이 뻣뻣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공기가 차가워졌다. 살점이 따끔거렸다. 형체가 입을 열었고, 펠릭스는 멀리서 들리는 듯한 횡설수설하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고트렉은 약간 움직여 앞으로 갔다. 도끼는 곳 내려칠 것처럼 높이 들려있었다. 


 유령이 더욱 더 필사적으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고트렉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유령 드워프가 그에게 서둘러서 가까이 왔다. 뒤를 힐끔거리며 오는 것이 마치 멀리에서 보이지 않는 적에게 쫓기는 듯 했다. 


 공포가 펠릭스를 가득 채웠다. 유령이 허물어졌다. 마치 안개이기 전에 강한 바람이었던 것 같았다. 모습의 일부가 벗겨지더니 사라져버렸다. 고트렉과 닿기 전에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사라져 버리기 전에 펠릭스는 멀리서, 절망에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지옥으로 사라져가는 저주받은 영혼의 울음이었다. 


 고트렉이 뒤로 돌자 충격 받은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끔찍한 충격을 받고,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하나만 남은 그의 눈에서 눈물이 번들거렸다.


 그들은 어두운 복도를 서둘러 내려갔다. 다시 빛나는 보석이 있는 곳에 닿았어도, 누구도 서둘러서 등불을 끄려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긴 시간동안 트롤슬레이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펠릭스는 고대의 조각으로 흘러들어온 샘물을 마시려고 했다. 그는 초록빛이 나는 물로 몸을 숙였다가 누군가 그의 머리채를 잡아 당겨 뒤로 뺐다.



 "너 미쳤냐, 인간? 물이 오염된 거 안보여?“



 펠릭스는 자우벨리히가 안쪽을 보고 조사하고 있을 때, 고트렉에게 뭐라 항의하려 했다.



 "워프스톤?" 그는 놀란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펠릭스는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 그가 들어본 바로 저 무시무시한 물체는 카오스의 순수한 결정체이고, 몇몇 소름끼치는 이야기에서 사악한 연금술사가 찾는 물질이었다.



 "방금 뭐라고 했나, 마법사?" 고트렉이 퉁명스레 물었다.



 "제 생각에는 워프스톤 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특정한 학술 서적에서 이 부정한 실체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초록빛 발광체잖아요. 이 물에 아주 조금 들어있는 워프스톤만으로도 이곳에 높은 돌연변이 정도의 설명이 되겠군요.“



 "옛날에 스케이븐이 이런 식으로 우물을 오염시킨다는 이야기가 있었지." 고트렉이 말했다.



 "그 놈들이 워프스톤으로 이런 짓을 할 정도로 더러운 놈들인가?“



 "저는 스케이븐 놈들이 워프스톤에 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아마 놈들은 두 가지 목적으로 이런 짓을 한 것 같군요. 하나는 놈들이 먹고 건강해 지는 거고 다른 하나는 적들이 못 쓰도록 하는 거죠.“



 "당신은 카오스의 방식에 매우 해박해보이시는군요. 자우벨리히씨." 펠릭스가 의심스러운 듯 말했다.



 "박사와 저는 저희가 할당받은 마녀들을 사냥했었소." 포악검 알드레드가 말했다. 



 "수행하는 이들에게 훨씬 수상한 전통을 알게 하는 임무요. 혹시 당신은 저의 동료가 저렇게 사악하고 파괴적인 힘에 오염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펠릭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성기사처럼 강한 전사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은 없었다.



 "제 불합리한 의심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고트렉이 크게 웃었다.



 "사과할 필요 없어. 어둠의 적이라면 항상 무엇이든지 경계해야 하는 법이야.“



 동의의 의미로 알드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트롤슬레이어가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은 듯 했다.



 "이동해야 겠어요." 줄 개스코인이 왔던 길을 초조한 눈으로 쳐다보고 말했다.



 "우리가 마실 만 한 건 우리가 가져온 것뿐이야, 인간." 고트렉은 움직이기 시작하며 말했다.








 

 "이건 도대체 뭐야?" 펠릭스는 신경질 적으로 물어봤다.



 그의 질문이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줄은 어두운 동굴 속으로 랜턴을 비춰봤다. 거대하고 기형적으로 자란 균류들이 곰팡이로 덮인 벽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랜턴의 빛 속에 포자들이 떠다녔다. 



 "우리가 한 때 식용으로 기르던 버섯들이야." 고트렉이 중얼거렸다. 



 "이제는 돌연변이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된 것 같군.“

 


 트롤슬레이어는 방 안으로 나아갔다. 그의 부츠는 곰팡이에 푹 절여진 카페트에 발자국을 남겼다. 펠릭스는 저 멀리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발길이와 비슷한 크기의 순백 조각들이 벽들에서 떨어져 나와 있었다. 가까이 갈수록 커 보였다. 그것들이 갑자기 깜짝 놀란 모험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고트렉이 한 놈을 도끼로 쪼갰다. 쪼개진 놈은 질퍽 소리를 냈다. 더욱 더 많은 조각들이 벽에서 떨어져 나와 거대한 눈꽃들이 휘몰아치는 눈폭풍 처럼 휘몰아쳤다. 정신 차리고 보니 펠릭스는 부드럽게 부푼 퍼덕거리는 날개에 휩싸여있었다. 



 "나방!" 자우벨리히가 소리쳤다.



 "이것들 나방이예요!. 등불 때문에 모여드는 것 같아요. 빨리 꺼요!.“



 어두워졌다. 펠릭스가 마지막으로 고트렉을 봤을 때 그는 거대한 곤충들로 덮여있었다. 그는 펄럭이는 날개들의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 서 있었다. 그의 살마다 온통 나방들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러곤 조용해졌다. 



 "천천히 뒤로 나가." 고트렉이 속삭였다. 매 음절마다 역겨움이 느껴졌다.



 "다른 길을 찾아보자.“






 


 펠릭스는 빛나는 보석이 조금만 더 밝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멈춰 서서 긴 복도를 뒤돌아봤다. 그는 분명히 어떤 소리를 들었다고 확신했다. 그는 손을 뻗어 차가운 돌 벽을 쓰다듬었다. 희미한 진동이 벽을 통해 느껴졌다. 벽 두드림이었다. 

 그는 눈을 긴장시켰다. 그는 멀리서 희미하게 뭔가를 볼 수 있었다. 한 놈이 꼭대기에 사람머리가 달린 거대한 군기를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검 집에서 그의 검을 꺼냈다. 



 "놈들이 우리를 다시 찾은 것 같아." 그가 말했다.



 대답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퉁이로 돌아 안보였다. 펠릭스는 그가 멈춘 사이 다른 사람들은 계속 전진 했다는 걸 알아챘다. 그는 따라잡으려고 뛰어갔다. 





 불현 듯 공포에 휩싸여, 펠릭스는 한쪽 눈을 떴다.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고트렉이 불침번을 서고 있었지만, 그는 어디선가 괴상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는 작은 방을 빙 둘러봤고, 머리털이 쭈뼛 섰다. 그의 심장박동이 크고 빠르게 귓가에 울렸다. 그리고 그는 기절해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몸에 아무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상한 초록빛이 공간을 밝히고 있었다. 그 빛이 트롤슬레이어의 초췌한 얼굴을 비춰 그의 얼굴이 무시무시한 좀비처럼 보이게 했다. 고트렉의 그림자가 벽에 거대하게 드리우고 있었다. 빛이 나오는 곳에서 뭔가가 나와 트롤슬레이어 앞에서 애걸하듯 팔을 벌리고 무릎 꿇고 있었다. 고대의 드워프 여성 귀신이었다.


 구체적인 실체는 없었지만 세월을 담고 있는 듯 했다. 옛 세월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것의 복장은 제왕에 어울릴 법 했고, 얼굴은 한 때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었던 것 같았다. 뺨은 움푹 꺼져있었고, 살점은 군데군데 껍질이 벗겨지거나 푹 파여 있었다. 마치 구더기들이 파 먹은 것 같았다. 동굴 같은 이마 아래에 있는 눈은 그림자 웅덩이 같이 되어있었고 그 안에서 마녀의 불빛이 불타고 있었다. 마치 유령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질병에, 영혼의 암에 삼켜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겉모습이 펠릭스가 완전히 겁에 질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고통받는 모습은 그의 지독한 공포를 가중시킬 뿐이었다. 그 몰골이 펠릭스에게 무덤 너머 까지 쫓아와 죽음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암시를 줬다. 영혼을 움켜쥐고, 고문할 수 있는 어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펠릭스는 항상 죽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더 최악인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펠릭스는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광기가 가져온 것 같은 끔찍한 지식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가까이에서 줄 개스코인이 악몽에 휩싸인 어린 아이처럼 훌쩍이고 있었다. 펠릭스는 그의 눈을 돌려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못 보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충동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대치하고 있는 모습에 끔찍하게 매료되었다. 


 고트렉은 도끼를 들어 자신과 그 영혼 사이에 두었다. 펠릭스는 거대한 도끼날의 룬에서 빛난 빛이 룬 내부의 불꽃에서 난 빛인지 자신의 상상이었는지 의아했다. 


 

 "물러가라, 괴물아." 트롤슬레이어가 겨우 짜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떠나라, 난 아직 살아있는 몸이다.“



 그 것이 웃었다. 순간 펠릭스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다. 그의 머리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릴 도와라, 고트렉, 그룽니의 아들이여. 우리를 풀어줘. 우리의 무덤은 훼손당했고, 끔찍하게 뒤틀린(Warping) 힘이 우리의 홀에 자리를 잡았다.“



 영혼은 흔들거렸고, 안개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계속 형태를 유지하려고 노력 하는 모습에 눈에 보였다. 

 고트렉은 말을 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의 목에 거대한 근육이 불거져 나왔고, 관자놀이의 핏줄이 욱씬거렸다.



 "우리는 아무 죄도 짓지 않았다." 



 영혼의 목소리에서 오랫동안 고통 받고 외로웠던 게 느껴졌다. 



 "우리는 선조신들과 함께 하려고 출발했었지만 우리의 안식처가 파괴당하자 다시 이곳으로 끌려왔다. 우리는 영원한 안식에 들지 못했어.“



 "어떻게 그런 일이?" 고트렉이 물었다. 목소리에는 의구심과 공포가 함께 실려있었다.



 "어떤 것이 드워프를 선조들의 품에서 떼어낼 수 있단 말입니까?“



 "달리 이 세계의 법칙을 감히 거스르는 존재가 또 있을까? 트롤슬레이어. 카오스 말고 그럴 존재가 또 있을까?“



 "전 단지 한명의 전사일 뿐입니다. 저 혼자 어둠의 힘들에 맞설 수 없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우리 무덤에 놓은 것만 정화 한다면 우리는 다시 자유로워 질 것이다. 해주겠느냐, 그룽니의 아들이여? 네가 해주지 않는 다면 우리는 다시 동족들과 함께 할 수 없다. 우리는 폭풍속의 촛불처럼 꺼져, 사라질 거야. 지금도 우리는 사라지고 있다. 우리 중 몇몇만 남아있어.“



 고트렉은 번미하는 영혼을 바라봤다. 펠릭스는 그의 얼굴에서 존경심과 측은함이 교차하는 것을 보았다. 



 "제 힘으로 가능 한 것이라면, 제가 당신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영혼의 초췌한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우리의 후손인 벨레가르를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도 부탁 했었다. 그들은 우리를 돕기 에는 너무 두려움이 많았지. 너는 아무 결함도 없구나.“


 

 고트렉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영혼은 빛나는 팔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졌다. 펠릭스에게는 트롤슬레이어에게 순간 통찰력이 흘러들어간 것 같았다. 유령은 엄청나게 먼 곳으로 물러나는 것처럼 작아지고 희미해졌다. 곧 영혼은 사라졌다.


 펠릭스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모두 잠에서 깨어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 얼굴을 하고 드워프를 보고 있었다. 알드레드는 트롤슬레이어를 존경하는 것 같은 눈으로 바라봤다. 고트렉은 그의 도끼를 들어맸다. 


 

 "우리 이제 할 일이 생겼군.“



 그의 목소리는 돌로 돌을 갈아버리는 소리 같았다.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 같은 상태로, 고트렉은 길나긴 복도를 따라 그들을 오래된 도시 지하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그들은 넓고 높이가 낮은, 훼손된 석상이 줄을 이은 터널에 도달했다. 


 

 "그린 스킨이 여기에 있었군." 펠릭스가 옆에 있는 줄에게 의견을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친구, 하지만 최근에 있었던 건 아니야. 저 석상들은 최근에 부셔진 게 아니라네. 저 잔해 사이에 이끼들이 자라는 것을 보게. 저 것들 빛나는 게 맘에 안 드는군,“



 "이 장소에 뭔가 사악한 게 있습니다. 전 느낄 수 있어요." 



 로브의 소매를 당기고, 주변을 불안한 듯 둘러보며 자우벨리히가 말했다.



 "공기 중으로 포악한 존재가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펠릭스는 자기도 그것을 느끼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동료들의 예측을 받아들이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그들은 모퉁이를 돌아 거대한 돌 아치형 입구들이 줄지어 서있는 곳을 지났다. 특이한 룬 무늬들이 문들 사이에 새겨져있었다.



 "당신의 친구가 우리를 어둠의 힘이 쳐 논 함정으로 이끄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마법사가 조용히 속삭였다.



 펠릭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영혼의 진실 됨을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봤다. 내가 그런 것에 대해 뭘 알고 있지? 그가 겪고 있는 것들은 보통 사람들이 겪는 일의 범주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사건이 흘러가는 데로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체념한 듯 어깨를 으쓱 했다. 그가 어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귀찮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지금 우리를 쫓는 놈들이 돌아왔어." 줄이 말했다.



 "왜 공격하지 않는 거지? 왜 이곳을 두려워하는 걸까?“



 펠릭스는 그린스킨 무리의 붉게 빛나는 눈을 돌아봤다. 그는 흉측한 기준을 내놨다.



 "쟤들이 뭘 두려워하는 건지는 몰라도, 저놈들 지금 용기라고는 털끝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걸.“



 "아니면 저들이 우리를 산 제물로 삼아 몰아넣는 걸지도 모르죠." 자우벨리히가 말했다,



 "그래,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 하자구요." 줄이 말했다.









 결국 그들은 또 다른 깊은 골 사이의 다리를 지나 또 다른 장식된 아치형 입구들이 늘어선 복도로 들어섰다. 고트렉은 열려있는 거대한 입구 하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꿈에서 깨어나려는 사람처럼 머리를 흔들어댔다.


 펠릭스는 입구를 살펴봤다. 문을 막을 장벽이 들어가는 거대한 홈이 보였다. 더 깊이 생각 해 보니 만약에 이 문이 닫혀있었다면 그들이 지나온 길들의 무늬와 완벽하게 겹쳐서 입구가 안 보였을 것 같았다. 펠릭스는 랜턴을 밝혀 그림자 같은 어둠을 치웠다.


 입구 뒤에는 거대한 금고실이 있었다. 금고실 양 측면에는 귀족처럼 차려입은 드워프가 잠자는 모습이 새겨진 석관들이 즐비해있었다. 오른쪽은 남성들 이었고, 왼쪽은 여성들 이었다. 몇몇 석관들은 뚜껑이 사라져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황금과 오래된 깃발, 쪼개지고 노랗게 된 뼈들이 거대한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다. 보물더미 위에는 검 손잡이가 튀어나와있었는데, 용 모양으로 조각된 것이었다. 


 펠릭스는 그들이 도시로 향하는 길에서 알드레드의 추종자들을 위해 만들었던 돌무덤들이 생각났다. 끔찍한 악취가 문을 통해 새어나와 펠릭스를 토하고 싶게 만들었다.



 "이 금들좀 봐." 브레토니아인이 말했다.



 "왜 그린스킨놈들이 가져가지 않은 거지?“



 "뭔가가 지키고 있어." 펠릭스가 말했다. 의문점이 그의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고트렉, 여기가 네가 말한 숨겨진 너희 종족들의 무덤 아니야? 맞지?“



 드워프가 끄덕였다.



 "이게 왜 열려있지? 확실히 봉인 해 놓았을 텐데.“



 고트렉은 머리를 긁적이곤 서서 잠시 동안 깊이 생각에 빠졌다. 



 "파라그림이 열었다." 그는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한때 엔지니어였어. 룬 암호들을 알고 있었을 거야. 유령들은 그가 도시를 떠난 다음에서야 나타났지. 그는 무덤이 약탈당하게 냅두고 도망친 거야. 무슨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겠지.“



 펠릭스는 동의 했다. 조사자는 탐욕스러워서 할 수만 있다면 무덤을 샅샅이 조사했을 터였다. 그는 팔봉산의 잃어버린 무리를 찾아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야기의 다른 부분도 사실이지 않을까? 그는 트롤에게서 도망친 걸까? 그가 성기사 라파엘을 괴물과 혼자 싸우게 내비 두고 도망친 걸까?


 그들이 이야기 하는 동안 알드레드는 무덤 안으로 들어가 보물더미를 기어올랐다. 그가 뒤돌아 서자, 성기사의 광기로 가득 찬 얼굴에 승리감이 가득한 것이 보였다.

 안되, 당장 나와, 펠릭스는 소리치고 싶었다.



 "내가 찾아냈다." 그가 울부짖었다. 



 "잃어버린 검, 카라굴. 내가 찾아냈다! 지그마를 찬양하라!“



 보물더미 뒤에서 거대한 뿔이 달린 머리를 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알드레드의 키의 두 배는 컸고, 옆으로도 알드레드의 키보다는 컸다. 펠릭스가 경고하기 위해 소리칠 틈도 없이, 놈은 강력한 손톱을 한번 휘둘러 성기사의 머리를 찢어버렸다. 고대의 돌들 위로 피가 흩뿌려졌다. 놈은 앞으로 휘청 거리면서 거대한 보물 더미를 무지막지한 힘으로 밀어버리고 다가왔다. 


 펠릭스는 트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었고, 혹시 이 상황도 그것들 중 하나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이 끔찍하게 바뀌어 있었다. 놈은 진물이 뚝뚝 떨어지는 종양으로 완벽하게 덮여있었고, 거대한 근육질 팔 세 개를 달고 있었는데 그것 중 하나는 끝에 날카로운 집게발이 달려있었다. 왼쪽 어깨에는 작고 아기같은 머리가 외설스러운 과일처럼 자라나 있었다. 그 머리는 지혜롭고 악의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펠릭스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끔찍하게 중얼대고 있었다. 놈의 목 아래에 달린 거대한 거머리 같은 입에서 나온 고름이 가슴팍을 타고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짐승의 머리가 울부짖었고, 그 소리가 기다란 복도에 쩌렁쩌렁 울렸다. 펠릭스는 놈의 목에 걸린 사슬에 매달려있는 초록색으로 빛나는 검은 돌을 봤다. 워프스톤, 그는 생각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져다 논게 틀림없었다. 


 그는 벨레가르나 파라그림이 도망간 것을 탓하지 않았다. 그는 공포와 망설임에 마비당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의 옆에서 자우벨리히의 앓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워프스톤이 이 놈을 만들어 낸 것을 알았다. 그는 고트렉이 말해준 산 아래에서 있었던 고대의 전쟁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가 트롤에게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워프스톤 목걸이를 걸 정도로 정신이 나가있었을 거다. 아마 이런 일을 한 건 쥐-인간, 고트렉이 말했던 스케이븐이란 놈들 이었을 거다. 트롤은 전쟁 때부터 이 아래에 있었을 것이다. 이 곪아터진 괴물은 햇빛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변이를 일으키고, 자랐다. 혹시 이 워프스톤으로 만들어진 괴물이 무덤을 파괴해서 드워프 유령들이 돌아다니게 한 걸가? 아니면 이곳에 카오스의 순수한 결정체인 워프스톤이 존재한 것이 그 원인일 수도 있었다. 


 미친놈의 울부짖음이 금고실을 뚫고 울려 퍼지자 생각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괴물이 어느 때 보다도 가까이 다가오는 동안.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공포에 꼼짝 못했다. 놈의 악취가 그의 코를 채웠다. 그는 거머리 같은 입에서 끔찍한 빠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놈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놈의 고통에 일그러진, 짐승 같은 얼굴이 빛나는 목걸이에 의해 섬뜩하게 비춰졌다. 


 트롤은 곧 그에게 닿을 거였다. 그리고 그를 죽일 거였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죽음을 환영했다. 그리고 이 세상 광기의 상징에 정면으로 마주 했다. 


 고트렉 그룽니손이 둘 사이로 뛰어들어, 웅크리는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의 그림자가 그의 뒤에 있는 초록 불빛을 쓸어내어 그는 어둠의 웅덩이에 서 있었다. 도끼를 높이 들었고, 룬은 마법의 불빛으로 번쩍였다.


 카오스트롤은 멈춰서서 그를 내려다 봤다. 이 조그만 생명체의 무모함에 충격받은 것 같았다. 고트렉은 올려다보고 침을 뱉었다.



 "이제 죽을 시간이다. 쓰레기야.“



 그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도끼와 함께 뛰쳐나갔다. 놈의 가슴팍에 커다란 상처란 상처를 냈다. 놈은 계속 그 자리에 멍청히 서서 자신의 상처가 신기한 듯 살펴봤다. 고트렉이 놈을 방해하려고 말목을 내리 쳤다. 다시 한 번 놈의 몸에서 초록색 피가 뿜어져 나왔다. 괴물은 쓰러지지 않았다. 


 눈이 따라 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거대한 집게가 내려와 철컥하고 닫혔다. 만약 트롤슬레이어가 숙이지 않았다면 집게가 그의 머리를 잘라내 버렸을 것이다. 트롤은 화나서 고함치고 발톱달린 손으로 마구 공격 해댔다. 고트렉은 어떻게든 도끼를 휘둘러 그것들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그에게 퍼부어지는 수많은 주먹의 세례를 피해냈다. 


 트롤과 트롤슬레이어는 서로를 경계하며 빙빙 돌았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찾으려 했다. 펠릭스는 그의 공포스러운 괴물에 고트렉이 냈던 상처가 다시 아물고 있는 걸 알아챘다. 상처가 아물면서 침으로 가득한 입이 닫히는 소리를 냈다. 


 줄 개스코인이 앞으로 달려 나가 트롤을 칼로 찔렀다. 칼이 괴물의 다리에 박혀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브레토니아인이 다시 뽑아내려고. 애썼다. 괴물이 팔을 뒤로 휘둘러 그를 날려버렸다. 펠릭스는 정찰병의 갈비와 두개골이 벽에 부딪쳐 끔찍한 콰직 소리를 내며 부셔지는 걸 들었다. 줄은 자신의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에 꼼짝 않고 누워있었다.


 놈의 주의가 산만해 진 틈을 타, 고트렉이 뛰어올라 어깨를 공격했다. 어깨에 달린 아기 같은 머리를 잘라냈다. 그것은 펠릭스의 발 근처로 굴러와 비명을 질러댔다. 펠릭스는 랜턴을 내려 놓고 검을 뽑아 아래로 휘둘러 머리를 두 쪽 냈다. 하지만 곧 머리는 다시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의 칼에 금이 가고, 무뎌지고, 계속 돌바닥을 계속 때리는 통에 부러질 때 까지 내리쳤다. 그는 여전히 그것을 죽일 수 없었다. 



 "물러 서 주세요." 자우벨리히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그는 한쪽으로 비켰다. 순간 공기가 번쩍이고, 유황과 고기타는 냄새가 났다. 작은 머리는 조용해졌고, 더 이상 치유되지 않았다. 


 새로운 위협을 발견하자, 트롤은 고트렉을 넘어 펄쩍 뛰어와 거대한 집게로 마법사를 집어 올렸다. 펠릭스는 높이 치켜 올려지자 공포에 가득 찬 자우벨리히의 얼굴을 보았다. 


 자우벨리히는 주문을 외려고 애썼다. 화염구가 생겨났다. 그리고 잠시 그림자들이 사라졌다. 괴물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집게를 닫아, 마법사를 반으로 잘라버렸다. 


 마법사는 땅으로 떨어졌다. 옷은 불타고 있었다. 어두운 절망이 펠릭스를 집어삼켰다. 자우벨리히는 놈에게 상처 입힐 수 있었다. 정화의 불꽃으로 태워버릴 수 있었다. 지금 그는 시체가 되었다. 고트렉은 트롤에게 헛되이 상처를 입힐 수 있었지만 카오스로 자연치유가 강화된 트롤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운이 다 했다. 


 펠릭스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다른 이들은 헛되게 죽었다. 그들의 임무는 실패했다. 드워프 통치자의 유령은 끝없이 고문 받으며 여기저기 떠돌 것이었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고트렉의 땀에 절은 얼굴을 보았다. 곧 트롤슬레이어가 지쳐서 놈의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  


 드워프도 그 걸 알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의지가 펠릭스를 채워나갔다. 그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불타고 있는 마법사의 시체를 봤다. 


 불은 더 격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한 사람의 옷이 타오르는 것보다 훨씬 격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눈앞이 환해지는 듯 했다. 자우벨리히는 여분의 등유를 그의 코트 안에 들고 다녔었다. 재빠르게 펠릭스는 그의 짐꾸러미를 풀어 기름병들을 꺼냈다.


 

 "놈의 주의를 끌어봐!" 그는 고트렉에게 소리쳤다. 



 그는 도자기의 마개를 뽑았다. 고트렉은 드워프어로 지독하게 더러운 욕을 했다. 펠릭스는 플라스크를 괴물에게 던져, 놈을 번들거리는 기름 범벅으로 만들었다. 놈은 고트렉에게 집중하느라 그를 완전히 무시했다. 고트렉은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미친놈처럼 도끼질을 해 댔다. 펠릭스는 계속 괴물의 시야 밖에 있으면서, 두 번째, 세 번째 기름병을 비워냈다. 



 "뭘 하고 있던지 간에, 인간. 빨리 끝내!" 트롤슬레이어가 외쳤다.



 펠릭스는 달려가 자신의 등불을 들어 올렸다. 지그마여, 제 손을 인도하소서. 그는 기도하고 괴물에게 등불을 집어 던졌다. 등불이 놈의 등에 적중했다. 깨지면서 불타는 기름이 퍼져나갔다. 불길이 펠릭스가 미리 부어 놓은 연료를 태우며 퍼져나갔다. 트롤이 귀가 째지는 듯한 소리를 냈다. 놈이 뒤로 휘청거렸다. 그러자, 고트렉의 도끼가 떨어지는 곳에 생긴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다. 드워프는 불타는 트롤을 금무더기가 있는 곳 까지 몰아넣었다. 놈은 그것에 걸려 넘어졌다. 

 고트렉이 도끼를 머리높이 치켜들고, 울부짖었다. 



 "나의 선조들의 이름으로!“



 "죽어라!“



 그는 도끼를 번개처럼 내려찍었다. 놈의 더러운 머리를 잘라냈다. 트롤은 죽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고트렉은 부셔진 펠릭스의 칼 조각과 함께 워프스톤을 조심조심 집어 들었다. 한팔 가득 들어 올리고서, 그는 밖에 심연 속으로 던져버렸다. 

 펠릭스는 감정이 다 빠진 채로, 석관중 하나의 위에 올라앉았다. 다시한번 이렇게 됐구나. 그는 생각했다. 끔찍한 싸움 끝에 폐허와 시체들에 둘러싸여 다시 앉아있게 되다니. 

 그는 고트렉의 달려오는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들었다. 헐떡거리며 드워프가 석실 안으로 들어왔다. 



 "고보들이 온다, 인간.“ 그가 말했다.



 "얼마나 많이?" 펠릭스가 물었다. 


 

 고트렉은 피곤한 듯 머리를 흔들었다. 



 "너무 많이. 최소한 오염된 것을 갖다 버릴 수 있었어. 나는 선조들의 무덤 한가운데에서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펠릭스는 몸을 숙여 용손잡이가 달린 검을 들었다. 



 "난 이 검을 알드레드네 사람들에게 돌려주면 좋겠는데." 그가 말했다.



 "그렇게 하면 이 많은 죽음들에 대해 의미를 줄 수 있을거야.“



 고트렉이 어깨를 으쓱 했다. 그는 문을 바라봤다. 아치형 문이 그린스킨 습격자들로 가득했다. 다가오는 그들 뒤로는 웃고 있는 달이 그려진 군기가 보였다. 그는 칼집에서 지그마의 축복받은 검을 부드럽게 뽑았다. 황홀한 음악 같은 소리가 났다. 룬 만으로도 검날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잠시나마 고블린들이 머뭇거렸다. 


 고트렉은 펠릭스를 쳐다보고 웃었다. 그의 이빨구멍이 보였다. 



 "이건 진짜로 영웅적인 죽음이 될 거야, 인간. 유일하게 후회되는 점은 내 동족 중 그 누구도 이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거지.“



 펠릭스는 다가오는 무리를 되돌아봤다. 자리를 잡아, 그의 등 뒤는 석관이 버텨주고 있었다. 



 "내가 그 것에 대해 얼마나 미안하게 여기는지 너는 모를 거야."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시험삼아 검을 몇 번 휘둘렀다. 느낌이 좋았다. 가볍고, 균형이 잘 잡혀있었다. 그의 손에 딱 맞도록 만들어 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것에 놀랐다. 그는 공포를 뛰어 넘었다. 


 기수가 멈추더니 뒤로 돌아 자신의 군대에게 소리쳤다. 그들 중 누구도 트롤슬레이어의 도끼나 빛나는 룬소드와 일등으로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덤벼보라고!" 고트렉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내 도끼가 굶주렸다!“



 고블린들이 소리쳤다. 대장이 돌아서서, 전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거스를 수 없는 파도처럼 앞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는 구나. 펠릭스는 생각했다. 스스로 담금질해, 앞으로 가서, 최대한 많은 적들을 데려가려고 했다.



 "잘 있어, 고트렉." 그는 말하고 멈췄다. 



 고블린들이 멈춰서더니, 그냥 서 있었다. 충격에 휩싸인 듯 했다. 뭔 일이야? 펠릭스는 궁금해 했다. 그의 어깨 너머로 차가운 초록 빛들이 스며 나왔다. 그는 어디를 봐야 할지 갈피를 못 잡으며 뒤를 둘러봤다. 석실이 드워프 제왕들의 영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이 전진하자 매우 험악하고, 무서운 광경이었다. 


 고블린 기수가 그의 군대를 다시 결집 시키려 했지만 유령 드워프 군주가 그놈에게 다가가 심장을 건드리자 얼굴에 핏기가 빠지더니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영혼들이 고블린들에게 밀려들었다. 영혼의 도끼가 번쩍 거렸다. 그린스킨 전사들이 쓰러졌는데 그들 몸에는 아무 상처가 없었다. 소름끼치는 장송곡이 방을 가득 채웠다. 얇고 높게 모방한 드워프식 전투의 함성이었다. 남은 부족 놈들은 뒤돌아 도망쳤고, 유령 전사들이 그들을 쓸어버렸다. 









 펠릭스와 고트렉은 텅 빈 금고실에 서 있었다. 그들은 서있는 석관들에 둘러 싸여 있었다. 천천히 공기가 그들 앞에 모였다. 초록색 불빛 줄기들이 입구를 통해 다시 돌아와 드워프의 형상을 갖췄다. 영혼들은 뭔가 달라 보였다. 


 전에 고트렉과 말했던 영혼이 서 있었다. 그녀도 뭔가 달라 보였다. 그녀의 천상의 심장에 메여있던 끔찍한 짐이 덜어진 것 같았다. 그녀는 고트렉에게 말했다. 



 "고대의 적들은 물러갔다. 우리는 저 것들이 우리의 무덤을 망치는 꼴을 볼 수가 없다. 이제 네가 그 놈들을 쓸어 냈으니, 우리는 너에게 빚을 졌다.“



 "당신은 저의 영웅적인 죽음을 뺏어갔습니다.“



 고트렉은 거의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오늘 죽는 것은 너의 운명이 아니다. 너의 파멸은 훨씬 위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 때는 지금도 다가오고 있다.“



 고트렉은 고대의 여왕을 의아한 듯이 봤다. 



 "더 이상 말할 수 없겠구나. 잘 있거라, 고트렉. 그룽니의 아들이여. 우리는 네 안녕을 비노라. 너는 기억될 것이다.“



 유령들은 차가운 초록색 불꽃으로 합쳐지는 듯 하더니 어둠 중의 별 처럼 빛났다. 빛이 초록색에서 따뜻한 황금색으로 변하더니 낮의 태양보다도 더 환하게 빛났다. 펠릭스는 자신의 눈을 가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눈부셨다. 다시 시야가 돌아와 무덤을 돌아봤을 때, 무덤에는 그와 고트렉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드워프는 생각에 잠긴 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그의 외눈에서 이상한 감적이 번쩍 거렸다. 그리고 그는 돌아서서 보물을 바라봤다. 


 펠릭스는 그의 마음을 거의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부를 취해서, 스스로 무덤을 훼손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펠릭스는 숨을 참았다. 수 분이 지난 후, 고트렉은 어깨를 으쓱하곤 돌아서서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그냥 저들을 놔두고 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펠릭스가 물었다. 



 "놔 두고 가." 



 고트렉이 성큼성큼 걸어가며 어깨 너머로 말했다. 



 "그들은 지금 위대한자들 사이에 누워있다. 그들의 시체는 안전할 거야.“



 그들은 입구 밖으로 나왔다. 고트렉은 잠시 멈춰 고대의 양식에 따라 룬을 만졌다. 무덤은 다시 봉인 되었다. 그들은 오래된 어둠을 뚫고 다시 햇빛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 나갔다. 



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821785&page=1&exception_mode=recommend

햄갤 Gotrek 님 번역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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