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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18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3-
  2. 2019.07.17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2-
  3. 2019.07.16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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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1장, 테살라

'프라이마크이시여, 모두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그러나 안드로스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다만 적의 상태가 아군을 크게 압도합니다.

전 이번 작전의 성공 여부가 다소 걱정됩니다.

반격이 다소 제한되는 상황에서 실제적인 선택은 무엇이겠습니까?

2중대장 티리엘과 제 의견은 여기 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힘의 철권'호를 퇴각시키더라도 적의 발목을 계속 붙잡아 둘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저희 상태로는 절대로ㅡ'


복수하는 아들은 안드로스의 뒷말을 시선만으로 잘랐다.


'내 아래서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다.

그렇기에 나는 이 싸움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길리먼의 말투는 이미 반대의 의사를 표하고 있었다.


''황제의 자존심'호가 격침되기 전까지 후퇴는 있을 수 없다.

나는 내 형제와 직접 대면하여 모든 일을 결착지을 생각이다.

그리고 만약 싸우게 된다면, 나는 내 형제를 직접 죽일 것이며, 최소한 시도 중에 전사할 것이다.

나의 아들들아, 나는 놈이 아무런 죄악의 대가도 없이 도망치도록 냅둘 수 없겠구나.'


그가 어조를 부드럽게 돌리며 말했다. '그것이 이 함정에서 벗어날 유일할 길이기도 하고.'


안드로스가 납득의 표시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티엘은 애매하다는 듯이 잠깐 주저했으나, 곧 안드로스의 뒤를 따랐다.

그들의 확실한 동의를 받아내자, 길리먼 또한 두 명의 필멸자 시종들이 끌고온 반중력 상하차에 올려진 그의 헬멧을 들어올려 착용했다.

직후 길리먼은 거침없는 걸음으로 자신에게 배당된 텔레포트 플랫폼에 올랐고,

이어서 아들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의 전사들이여, 이제 우리는 우리를 배반한 형제에게 테라 제국에 등을 돌린 대가가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마크라지를 위해 진군한다!' 전사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의 일치된 목소리는 전장의 소음조차 담가버릴 정도로 우렁차고 용맹했다.

길리먼의 인빅투스 스제리안 가드 또한 길리먼를 따라 텔레포트 패드에 올라왔다.

그들은 길리먼 주변에 호위식 고리 대형을 형성한 다음,

방패들과 파워 엑스 무기들을 사용 준비 상태로 들어올려 일종의 방어벽을 형성함으로서 전투 한복판에 텔레포트된 직후의 상황에 대비했다.


주변의 전사들에게 있어, 길리먼은 그야말로 무적의 지도자로서, 그들에게 길리먼이 보여주는 능력들은 가히 초자연의 영역에 가까웠다.

심지어 프라이마크들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황제가 신이 아닌 인간이라 믿는 합리적인 울트라마린들조차 길리먼에 대해서는 경외심 어린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헤러시의 마지막 날들 이후에 조금 더 명확해진 것에 불과했다.


허나 로버트 길리먼은 무적이 아니였다.

그는 이 선택이 위험천만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안드로스가 패배의 가능성을 제기한 것 또한 옳은 태도였다.

사실 프라이마크는 그가 제기한 합당한 의견들에 대해 각하하는 대신, 오히려 그 통찰력에 대해서 칭찬을 주고 싶었다.

사실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을 향한 이번 전쟁은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처음부터 펄그림이 주도권을 손에 쥐고 있었고,

지금까지 길리먼이 택한 선택들은 결국 펄그림이 유도한 것들이나 다름없었다.

판은 이미 펄그림이 벌어놓은 후였고, 이제 남은 유일한 합리적 선택지는 단 하나 뿐이였다. : 후퇴하는 것.


그러나, 후퇴는 불가했다.

만약 '힘의 철권'호가 교전에서 퇴각하여 철수하려 한다면, 황제의 자존심 호는 이 배틀 바지선에 막대한 피해를 가할 것이 분명했다.

간악한 펄그림이라면 가능한 모든 잔인한 공격을 퍼부은 다음, 방어가 무너진 함선의 내부로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함선 침투 공격을 가할 것이고

길리먼으로서는 자신이 아직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그 간악한 형제가 함내로 침투하게끔 냅둘 생각이 없었다.

프라이마크의 강력한 지성은 이미 모든 가능성들을 검증한 상태였다.

그의 천재적 지성을 통해 만들어진 전술 이론들 중에는 함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후퇴시켜, 함대 후방으로 물러나게 한 다음 가용한 함선들을 모두 동원하여

그들의 희생으로 기함을 살릴 수 있는 방안 또한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생명을 소모하여 자신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길리먼의 방식이 아니였고,

더군더나 지금, 이 순간에도 길리먼은 한줄기 실낱같은 승리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었다.

그는 이 기회가 저 반역도당 형제에게 그대로 파괴되도록 냅둘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길리먼은 자신의 이성과 논리를 거스르는 선택을 결정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그 모든 전술적 이치와 논리들을 거스른다면, 펄그림조차도 경악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저 희미한 기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펄그림이라면, 어쩌면 기함 방어막들이 내려간 것조차 공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고의로 저지른 일인 것인지도 모른다.

테라 공성전을 끝낸, 황제를 유인하기 위해 호루스가 행했던 마지막 도박을 조롱하듯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나 길리먼은 이것이 기회임을 알고 있었고, 그 기회를 위한 계획들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설계한 이 함내 침투군들 및 본인이 직접 지휘할 부대는 하나 하나가 개별적이지만 동시에 상호 보완적인 임무들을 가지고 동시다발적으로 텔레포트될 예정이였다.

다수 챕터들에서 차출된 팀들은 적 기함의 엔지나리움, 지휘부 함교, 네비게토리움, 탄약고실과 제2 지휘부 함교 및 주무기 통제실을 공격할 것이였다.

설령 절반의 공습군들만이 임무에 성공한다고 해도, '황제의 자존심'호를 내부에서부터 격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또한 길리먼은 그의 전사들에게 각자의 임무가 성사되면 그 즉시 미련없이 텔레포트 철수할 것을 지시했고,

이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이들이 살아남아 무사 귀환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 두었다.

설령 작전이 최종 실패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자신의 실수에 대한 대가를 아들들이 치루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자신의 실수들은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법이니까.


길리먼은 지금까지 자신이 펄그림에 의해 마치 물고기마냥 꿰어 놀려졌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하려는 것은 그 낚싯대에서 빠져나와 감히 그를 낚은 자를 크게 물어버리려는 한 방의 시도였다.


'다들 준비하라! 이제 바로 투입된다!' 길리먼이 경고했다.


그리고 그의 신호에 따라, 텔레포트 갑판의 모든 기계들이 웅웅거리며 가동을 시작했다.

초거대 반응로 기둥들이 막대한 에너지 가동 속에 전기로 반짝거리며 이제 곧 현실과 워프 사이 장막을 찢어낼 동력 집중열들에 동력을 공급했고,

동력 집중열들은 곧 눈이 아플 정도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이 점점 더 환하게 빛남과 동시에 작동 피뢰침들에서는 물질화 코로나 방전들이 발생하여 억제 플라스크들 내부로 주입되어 그 안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너무나 많은 형제들이 목숨을 잃거나, 카오스로 넘어가거나 혹은 실종되었다, 길리먼이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불멸한 이들로 여겼다. 실제는 아니였는데도.

그렇기에, 아마 내가 최후를 맞이할 그 때도 언젠가는 오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닐 거다.

난 오늘 펄그림의 손에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겠다.


이제 텔레포트실의 신비로운 기계들은 큰 소음을 만들어내며,

갑판 전체가 그 가동에 의한 진동으로 전율하고 있었다.

진동은 점점 더 격해지기 시작했다.

곧 텔레포트 갑판 위로 천둥과 같은 번쩍임이 일며 화학 반응적 빛이 모든 것을 휘감았다.

초압력에 노출된 기계가 화재를 일으킬 것을 대비하여, 냉각용 증기들이 넒은 구경의 퓨브들에서 뿜어져 나왔다.

인간 수병들이 각자 샷건들을 들어올린 채로 워프 균열을 통해 악마가 넘어올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론 아무것도 넘어오지 않았다. 경고 신호등들이 반짝거렸다. : 적색, 적색, 적색, 이후 청색.


'텔레포트가 성공했습니다, 텔레포트가 성공했습니다,' 기계 서비터가 기계적인 목소리로 방송했다.


조명도 다시 복구되었다. 코로나 방전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던 플라스크들은 비명소리 같은 소음들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공기 배출구들이 남은 연기를 남김없이 빨아들였고, 연기가 걷힌 텔레포트 패드들 위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기술자들은 비디오 영상들과 종이 연산기에서 출력된 데이터 띠들을 보면서 결과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결과 분석이 성공하자 그들의 얼굴들 위로 의심할 바 없는 안도감이 퍼져나갔다.


'로버트 길리먼과 그의 전사들이 '황제의 자존심' 내부로 무사히 침투 완료했음.'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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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1장, 테살라

로버트 길리먼은 여전히 테라에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함선은 펄그림의 기함만큼이나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지만,

힘의 철권이 고풍적이고 수사적인 반면, 황제의 자존심 호는 그야말로 저속함 그 자체였다.

펄그림의 기함은 그 장식이 말하자면 과유한 스타일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는데,

함선의 외형에 가능한 모든 부분 부분이 전부 장식되고 장식되어 있었다.


먼 과거에, 이 두 함선이 서로 어깨를 맞대어 싸울 시절에도

이 함선은 그야말로 사치의 전형으로 다소 거친 행성들에서 태어난 울트라마린들의 입맛에는 별로 맞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품격에 대한 모욕처럼 변질되어

모든 예술적 흔적들을 지워버릴 정도의 그런 잡다한 것들이 끝도 없이 추가되어버렸다.

이 끔찍한 과시에 태만이 함께 섞여져, 지금의 '황제의 자존심' 호는 일반 필멸자들의 눈에 그야말로 흉물이나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옛날 옛적의 부패한 유물이자, 내리는 비에 백여년간 푹 삭혀진 퇴폐 그 자체였다.


허나, '황제의 자존심'호의 파괴 능력만큼은 여전히 그대로 살아 있었다.

직사거리에 놓이자, 펄그림의 기함은 '힘의 철권'과 서로 교차 방향으로 기동하며 상대함의 함선 측면에 무자비한 측면 포열 사격들을 교환하였으니,

각 함선들의 측면에 나열된 거대한 대포들이 불을 토해내며 최소 운송용 컨테이너들 급의 거대 포탄들을 쏟아냈다.

그 두 함선 사이의 우주 공간은 쏟아지는 포탄들과 더불어 강렬한 랜스 광선 및 이름 모를 레이져 광선들이 가득 채웠으며

무수하게 쏟아지는 공격들을 막아내는 보이드 쉴드 방어막들은 쉴새없이 그 표면이 번질거리나 혹은 크게 반짝였다.

그 두 함선의 무시무시한 함대함 공격에 의해 만들어진 다중 색체의 거대한 번개 폭발에 의해 수천 마일 일대의 함선들이 통신 기기들과 하위 시스템들에 오작동을 겪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두 함선은 아랑곳 없이 서로간에 수 개 도시들을 지워버릴 정도의 무시무시한 화망을 쏟아부었다.


이 거대한 거신들 주변에서도 수십여 다른 함선들이 우주의 고요함 속에 각자의 전투를 치루고 있었다.

일부는 기함의 크기만큼 크고 강했는데,

그들 중 펄그림의 편에 선 함선들은 하나같이 전부 저주받은 엠퍼러스 칠드런의 함선들이였으니

비록 펄그림이 전쟁에서 패배하고 인간성마저 잃어버렸을지언정,

여전히 그의 군단이 결속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편 길리먼의 편에서 싸우고 있는 전함들은 인류의 자랑스러운 XIII 군단, 울트라마린 군단의 후계 챕터들로 구성된 도합 6개 챕터 연합 함대 소속의 함선들이였으니,

충의를 지키기 위한 대가로 울트라마의 군단들은 현재 분열되어 있었는데,

이는 거대한 헤러시 전쟁 이후 길리먼이 스페이스 마린 군단들로 하여금 더 작은 챕터 단위들로 군단들을 나누라 한 결과였으며,

여기에는 강점도 있었지만 약점 또한 존재했다.


프라이마크의 전술적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충성파 측은 기동면에서 뒤쳐져 적들의 공세를 받고 있었다.

타락한 프라이마크의 추격이 이제는 생존을 위한 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의 도합 3여개 함대 함선들은 테살라 행성 궤도 일대에서 충성파 함선들에게 역공을 가했으니,

펄그림은 솔코 행성에서 떠나 마치 도망치는듯한 기만을 보이며, 바로 여기에 무시무시한 함정을 파고 충성파 세력들을 유인했다.


옛날이였더라면, 로버트 길리먼은 이와 같은 실수를 아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에메랄드빛 구체인 테살라 행성의 궤도 바깥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금의 심각한 위기 상황은 그저 불운함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펄그림은 결코 평범한 상대가 아니였다.

그렇기에 설령 여기서 길리먼이 실패하더라도, 역사는 아마 그를 확실히 용서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것을 기록해줄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허나 어쩌면 이 모든 결과의 이유는 분노가 복수하는 아들의 판단력을 가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펄그림의 무언가 저주받을 그런 마법적 속삭임들 덕분에 로버트 길리먼이 이성을 잃고 그가 행하고 싶은대로 행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 길리먼은 긴장한 상태였다.

비록 몇몇의 다른 프라이마크들 또한 인류의 수호자들로서 아직 활동하고 있었지만,

현재의 파손된 제국은 길리먼을 구세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는 법이며, 그것은 반신이든 천민이든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였다.

그러나 그 중 길리먼의 짊어지고 있는 짐이 가장 막중했다.

지금의 그는 그는 인류의 구세주나 다름없으니까.


'황제의 자존심'호는 측면 경사를 기울여 좌현측 대포 포열들의 사격각을 더 유리하게 조정했다.

이에 대응하여, '힘의 철권'은 대포 사격의 강도를 한층 더 맹렬하게 올렸고

쏟아지는 일제 사격 덕분에 황제의 자존심 호의 하부 첨탑들을 덮고 있었던 보이드 쉴드 방어막 부위가 마침내 파손되어 사라졌다.

곧 자존심 호의 선체 하부로 맹렬한 폭발들이 줄지어 일어나며 황금과 역겨운 무언가로 덮혀 있던 선체 외부의 일부가 떨어져 나왔다.

마침내 침투로가 열린 것이다.


지금 '힘의 철권'호 내부에서, 도합 1백여명의 울트라마 최정예 전사들이 웅웅거리는 신비한 기계들로 둘러싸인 텔레포트 구역들에서 대기 중에 있었다.

이들은 1중대 50여명과 2중대 소속의 50명으로 구성된 전사들로,

전부 울트라마린 챕터 특유의 짙은 청색을 지니고 있엇다.

그 중에서도 1중대의 베테랑 스페이스 마린들은 터미네이터 아머를 장비하고 있었다.

1중대 특유의 흰색 헬멧들은 터미네이터 갑주의 헬멧에 단단히 연결되어 있었으며,

그들 주변에서는 수백여 기술 시종들과 필멸자 선원들이 울트라마린의 워프 전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머지 2중대의 스페이스 마린 전사들은 표준형 파워 아머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무장 서비터들이 그들에게 함내전 전용의 직사각형 방패들을 보급하주고 있었다.

그들의 전투용 갑주는 1중대의 터미네이터 갑주만큼의 압도적인 내구력은 결여되어 있었으나,

함내 전투용 브릿칭 쉴드 방패 덕분에 곧 다가올 함내 침투 직후 펼쳐질 근접 전투에서 제법 높은 생존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였다.

갑판의 플라스틸 바퀴들을 통해 탄약 수송대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깔끔한 제복 차림의 울트라마린 챕터 시종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올라오는 탄약 상자들을 받아 그들이 섬기는 군주들에게 공손히 바쳤고,

강화된 초인 전사들은 전투 전 마지막 준비 절차로 본인과 다른 형제들의 갑주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채플린들은 각각의 텔레포트 플랫폼에서 전투 형제들의 맹세들을 경청해주거나 혹은 퓨리티 실 종이를 형제들의 갑주에 댄 다음 왁스로 붙이고, 그것을 축복받은 강철 담금쇠로 지져서 고정시켜주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인간이든 혹은 초인이든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완벽한 효율성 아래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모든 이들은 한쪽 눈을 함교와 연결된 대회랑 복도에 고정시키며 누군가의 등장만을 기다렸다.


함선이 갑자기 크게 요동쳤다.

곧 경고 알람이 시끄럽게 울림과 동시에 함내가 어둠 속에 잠겼고,

어둠 속으로 벽면의 붉은 경고 조명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충격에 의해 복잡한 버티목들과 연결된 건트리 일부가 주저앉아 무너졌고,

저 높은 천장 위의 파이프들 일부가 훼손되어 고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선원들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며 각자의 임무를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방금 전 충격에 의해 끊긴 동련선들을 복구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진공 보호용 장갑 복장을 착용한 긴급 복구팀 선원들 및 특수 서비터들이 투입되어 잔해들을 치우고 파손 부위들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식간에 다시 질서를 되찾았다.

이와 같은 침착함 덕분에 이 함선이 지금 받고 있는 무자비한 적함의 포격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지금 쏟아지는 '황제의 자존심' 호의 일제 포격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것이였으며

이대로 가면 결국 철권호가 패배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허나, 패배하는 전투는 울트라마린의 전투가 아니였다.

텔레포트 갑판 일대의 기둥들과 벽면에 설치된 스피커형 음성방출기들을 통해, 간단명료한 음성이 들려왔다.


'황제의 자존심 호의 방어막들이 내려갔다. 텔레포트 공습 준비를 완료해라.'


준비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잡음들 외에도, 바깥에서 쏟아지는 포격이 만들어내는 전투 소음이 계속해서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명령 방송은 다시 반복되지 않았다. 마린들이 신속한 움직임으로 모든 준비들을 마쳤기 때문이였다.

곧 경쾌한 자명종 소리가 챙하고 울렸다. 

그 날카로운 종 소리는 제법 크게 울렸기에 필멸자 시종들과 초인 전사들 모두가 들을 수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종소리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기에, 울트라마의 봉사자들은 하던 작업을 잠시 중지하고 시선을 집중했다.


명성 자자한 '논리의 갑주'를 입은 거인 한 명이 대회랑 복도에서부터 여기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왼쪽 손에는 '지배의 주먹'이 장착되어 있었으며,

허리춤에는 거대한 검인 '글라디우스 인칸도르'가 메여 있었다.

이 무기들의 사용자이자 주인인 거인은 그를 호위하는 인빅타루스 스제라인 가드의 전사들보다도 더 거대했으며,

필멸자들의 숨을 멎게 할 정도의 그런 권위와 카리스마를 한 몸에 내뿜고 있는 인물이였다.


'1st 캡틴 안드로스! 2nd 캡틴 티엘! 중대원들은 준비 완료되었나?' 거인이 물었다.


두 캡틴들이 군주에게 신속히 보고하기 위해 뛰어왔다.

2nd 중대 캡틴인 티엘은 명예 훈장들이 가득한 일반 파워 아머 차림에 헬멧은 따로 없는 복장이였으며,

1st 캡틴 안드로스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헬멧까지 착용한 완전 무장 상태의 터미네이터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군단의 오랜 상징이기도 한ㅡ가슴에 한쪽 주먹을 올리는 경례를 만 울트라마린의 아버지에게 올리며 말했다.


'길리먼 각하! 각하의 베테랑 전사들은 당신의 명령만을 기다립니다,' 안드로스의 헬멧 아래 음성 방출기를 통해 그의 음성이 방출되었다.


'저희 또한 준비 완료입니다, 프라이마크이시여,' 에오니드 티엘이 말했다.

그의 따로 기계를 거치지 않았기에, 깊고 부드러웠다.

헤러시 이후 아직 크게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였기에, 비록 긴장한 표정 덕분에 다소 주름이 생겼을지언정

티엘의 외형은 아직도 제법 젊은 스페이스 마린으로 보였다.


길리먼은 결의 아래 두 캡틴들을 내려다보았다.

프라이마크는 거대한 터미네이터 갑주를 착용한 안드로스보다 훨씬 더 거대했으니,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신이자 인류의 강력함이 하나로 뭉쳐져 살로 빚어진 모습 그 자체였다.


티엘이 길리먼과 시선을 마주했다. 마치 그의 유전적 아비의 풍모에 눈을 뗄 수 없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티엘은 훌륭한 전사였다. 길리먼은 다수의 전투들을 통해 그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또한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는데 있어 두려움이 없었고, 그의 군주를 향한 충성심을 감출 수 있을 정도로 정숙했다.


'이들은 나에게 이토록 헌신적이구나,' 길리먼이 속으로 생각했다.


'설령 내가 실패하더라도  그렇겠지.'


이제, 살아남은 옛 군단원 시절 전사들의 수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들의 자리에는 다른, 보다 덜 확실한 그런 시대에 태어난 전사들이 대체하고 있었다.

티엘의 존경심은 그와 길리먼 간의 긴 친밀함 속에 단련된 것으로,

그렇기에 그는 충성심을 유지하면서도 아직까지 옛 시절 그대로의 반항적인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새롭게 들어온 젊은 스페이스 마린들이 바치는 충성심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문득 길리먼은 자신의 전사들이 지금의 신입 전사들과는 달리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덜 경건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래, 그런 좋은 시절도 있었지.


'그렇다면 즉각 출동하겠다,'길리먼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역자 놈들은 다시는 탈출하지 못하리라.

6개 챕터들의 전사들이 우리들을 돕기 위해 대기중에 있다.

우리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각자의 텔레포트 구역으로 이동하라ㅡ대규모 텔레포트를 준비해라!'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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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1장, 테살라

우주는 인간 마음으로 담기에는 너무나도 무한한 공간이다.

인류가 소위 '우리 은하'라 부르는 이 은하계에는 3천억개의 별들이 존재한다.

(참고 : 실제로는 4천억개의 별이 있다고 함.)

이 별들 주변에는 수천억개의 행성들이 존재하며, 행성간 공허에는 분류 체계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런 수많은 물체들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인류의 은하계조차도 실상은 이 거대한, 감히 추측조차 불가한 우주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수조의 은하계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은하들 간 거리는 겨우 작디 작은 행성 하나를 걷기 위해 존재하는 우리들과 같은 생명체들에게는 감히 상상조차 못할 그런 거리이다.


그것이 어째서 인간이 우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는가에 대한 핵심이다.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도, 그들이 지닌 기계들의 힘으로도 이해 불가하다.

화성의 마기들은 그들이 이해하고 있다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겨우 추상적인 이해에 불과하다.

죽어버린 살덩어리의 연산기들을 토대로 한 거짓 숫자들에 불과한 이해인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자기 자신을 확장시키든 상관없이,

인간은 이 우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인간이 워프로 그 시선을 돌린다면..

그 오감 너머의 악몽의 세계를 알고자 한다면, 뭐...그것을 깨우쳤다 말하는 이는 아마 거짓에 속았거나 혹은 미쳤거나, 그 둘 모두에 해당하는 이일 것이다.

더 고등한 종족들 중에는 이 한계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이 우주가 궁극적으로는 알 수 없는 본질의 것임을 이해하고 있으며,

결국 자신들은 볼 수 없음을 받아들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위 '인간'이라 불리우는 테라의 생명체들은 다소 조잡하여(물론, 소위 깨우쳤다는 자들의 의견에 따르자면)ㅡ

과연 인류가 무언가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조차 의심이 갈 정도이다.


인류는 단명의 종족들이다.

그들에게 우주선들을 쥐어주고, 유전공학 및 강화술로 외형을 변형시키고,

이것으로도 모잘라 일개 별을 파괴해버릴만한 강력한 무기들을 손에 쥐어주었다 할지라도

옛 지구의 자손들은 결국 옛 사바나 땅에 기거하던 유인원 조상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유인원의 정신이 대양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행성 전토에 대한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듯,

인간의 마음 또한 이 거대한 우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중 차원의 워프는 더더욱 받아들이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류 제국은 백만 행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 제국은 은하계 별들 사이로 얆게 퍼진 그런 제국으로,

제국을 구성하는 행성들은 서로간에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어 이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남녀의 유혈낭자한 노고가 요구된다.

그 장엄한 역사의 흐름 끝에, 인류 제국은 오늘날 가장 거대한 은하 제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제국에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있어, 인류 제국이야말로 존재했던 가장 강대한 은하 제국인 것이다.


그러나, 무자비한 우주에게 있어 인류 제국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하다.

우주에 처음으로 사고가 가능했던 존재들이 탄생한 그 날로부터 이와 같은 제국은 그야말로 끝도 없이 있어왔으며,

인류 제국은 그저 가장 최신의 그러한 제국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처음으로 사고가 가능했던 존재들의 제국이 존재했을 적엔, 별들은 지금보다도 더 젊었고 워프 또한 고요했으며,

그리고 공포의 존재들 또한 물질 우주로 그 촉수들을 아직 뻗지도 않았던 그런 시대였다.


철학가들 중에는 전쟁이야말로 인간의 근원적 활동이라 믿는 자들이 있다.

그리고 오늘과 같은 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주장은 제법 설득력 있다 하겠다.

이제 전쟁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평화는 이제는 침묵에 잠기신 황제의 꿈이였고,

그의 꿈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의 아들들에 의해 부셔졌다.


그리고 그 아들들은 오늘날에도 싸우고 있다.


테살라는 녹빛의 가스 성운 행성이다.

그리고 그 가스 행성 위로, 두 척의 전투 함대들이 교전 중에 있다.

막대한 에너지 파동들이 물결치고, 칠흑 같이 어두움 우주 속에서 폭발이 만들어낸 빛이 잠깐이나마 어둠을 밝혀낸다.

이 함대들의 제조에는 수 개의 성계들 단위의 대가가 들어갔을 것이다.

신분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제조 노동에서도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렇기에 함대를 사용조차 못했을 그런 수십 곱하기 수천의 생명들이 함대의 건조에 희생되었을 것이다.

수 개의 행성들에서 뽑아낸 자원들이 선체들의 건조를 위해 사용되었을 것이며,

고대 과학 기술들이 이들에게 살인적인 동력을 불어넜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두 함대 모두 근본적으로는 수많은 생명들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해상 교전을 펼치고 있는 두 함대들은 두가지 점에서 크게 달랐다.

첫번째는 외형으로, 한쪽 함대는 휘황찬란하여 오감을 자극하는 천박한 형태인 반면,

반대쪽 함대는 그야말로 절제된 제복 같은 느낌의 함대였다.

두번째 차이점은 조금 더 근원적인 차이로, 바로 그들이 충성을 바치고 있는 소속의 문제였다.

엄숙한 함대 쪽은 인류의 거대 성간 제국의 존속을 위해 싸우고 있는 반면,

천박한 쪽은 그 멸망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 함대들은 테살라 행성의 성운 고리들 일대로 서로간에 추격과 추적을 벌이고 있었으니,

이 수백의 함선들이 거대한 먼지 고리들 사이에 만들어낸 구멍들은 아마 자연적으로 닫히려면 수백년은 걸릴 터였다.

대포들은 무음의 우주 공간에서 번쩍거리며 테살라의 거주 가능한 달들의 하늘 위를 찬란한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으며,

그렇기에 거주 가능한 달들의 수백만 인명들은 그 전투의 결과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허나 그들의 예상 이상으로, 이 전투의 결과는 더 엄청난 결론을 야기할 터였다...


우주 공간 위로 펼쳐지는 강철의 폭풍 한 가운데 또한 안식 같은 것은 없었다.

아마 그곳에 존재하는 눈들 중 제대로 쉬고 있는 눈들 같은 것은 절대 없을 것이리라.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강철 폭풍의 중심에는, 한 쌍의 기계 괴수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한 쪽은 울트라마린의 배틀-바지선 '힘의 철권'이였고,

나머지 한 쪽은 엠퍼러스 칠드런의 전함 '황제의 자존심' 호였다.

두 전함들은 본디 같은 목적을 위해 제조되었으나 이제는 서로 간에 용서할 수 없는 대적들이 되어,

겨우 30km 반경의 거리ㅡ우주 해상전 기준으로는 상당히 근접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를 향해 치명적인 포격들을 가하고 있었다.


각 전함들은 모두 한 명의 프라이마크를 위한 기함이였다.

프라이마크. 인류의 황제가 창조한, 유전공학으로 설계된 반신들. 

그 중 한 명인 로버트 길리먼, 울트라마의 자식이자 복수하는 아들인 자는 '힘의 철권(Gauntlet of power)'호에 탑승하고 있었으며

황제의 자존심 호에는 펄그림, 역적이자 실패한 모범, 병든 피닉스가 위치하고 있었다.

한 때는 황제의 축복들을 한 몸에 받았던 펄그림은 대반역자 호루스를 추종하면서 그 충성의 대상을 사악한 옛신들에게로 돌렸고,

결국 이제는 퇴폐의 사자나 다름없는 존재로 몰락하고 말았다.


제 아비를 위한 싸움 속에서, 두 프라이마크들 또한 스스로를 아버지들의 자리 위에 올려놓았다.

비록 그 관계가 왕과 왕자들 혹은 강력한 딸들 같은 것은 아니였으나,

대신 불가사의한 과학 기술을 통해 두 프라이마크들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전사들인, 스페이스 마린 군단들의 아버지들로 존재하게 되었다.

스페이스 마린들은 은하계의 패자들로,

인류종을 재통합시키고 그들을 더 위대한 미래로 인도하는 것이 그 목적이였지만

결국 그들은 이에 실패하여 서로간에 등을 돌리게 되었고

마침내 일어난 거대한 전쟁 속에 인류 제국을 파괴 직전까지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그러한 무시무시한 힘이, 지금 이 함대들 각각에 담겨 있는 것이다!


각 함대의 힘으로 말하자면, 단 한 발의 포격조차 없이 한 행성을 공포 속에 제압하기에 충분하며

한 종족을 완전히 멸망시킬 수도 있는 힘이였다.

이 전함들은 그 소속이 어디든 관계없이, 무시무시한 폭군들의 도구였다.

함대의 함장들이 구원을 위해 싸우든 혹은 저주받을 짓들을 위해 싸우든 관계없이 

그 존재 목적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들이 가는 길에는 항상 죽음만이 존재한다.


지금 함대전에 참여한 이들에게 있어, 이번 우주 전쟁은 하나의 거대한, 휘몰아치는 폭력의 소용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쟁은 인류의 파괴적인 천재성의 궁극의 경지이자, 한번 한번마다 백여 단위로 생명들이 사라지는 그런 거대 폭발들이 쉴새없이 이어지는 챗바퀴와 같은 것이였다.

이와 같은 전투 속에서, 인간 한 명이라는 단위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하다.

인간 하나는 그저 거대한 함선의 부품 하나의 부분에 불과하며,

중요하지 않다면 그저 강철 나사 내지는 광학기에 불과한 위치에 속해 있을 뿐이였다.

그저 자신에게 배당된 임무만을 수행하면서, 삶이 여기서 끝나지 않기만을 비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만약 최후를 맞이한다면 그것이 부디 고통 없는 것이 되기만을 비는 것 이상의 것은 없었다.

일개 선원에게는 그의 임무가 모든 것인 것이다.

심지어 그의 죽음에 대한 공포조차도 그 임무 아래 복속되어버리며,

그 봉사 속에 도망칠 수 있는 곳 따윈 없었다.

전쟁이 그의 부분이자 그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이 지성 종족들이 만들어내는 어리석은 빛의 향연을 둘러싼 무아경의 우주 암흑 속에서 이 해상전은 과연 어떤 것이겠는가?

이 우주 전쟁은 우주 공간의 거대함에 비하자면 그저 반짝이는 작은 빛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으며, 잠깐 반짝였다 사라지는 극미량의 무언가에 불과하다.

이 전쟁은 덧없는 화염 속에 사라지는, 금속과 육신의 반짝임에 불과한 것이다.

수 킬로미터 단위의 거대 전함의 폭발조차도 수 개 행성들을 원자 단위로 분해하는 태양의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이 우주의 장엄함에 비하자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은하계적 규모로 보았을 때, 한 척의 전함의 손실과 1만여 생명들의 손실은 수백억광년 단위로 펼쳐진 별들이 만들어내는 빛 속에서는 그저 찰나의 반짝임에 불과하다.

허나 반대의 의미 또한 실증적이다.

일개 인간에게 있어 그의 삶은 그 모든 것이다.

왜냐하면 한 인간에게 삶이란 그의 모든 것이며, 그렇기에 그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속에서 인간은 공포 속에 맹목적인 봉사를 할 수 밖에 없다.

우주는 그에게 빈약한 것들만을 선사해 주었고,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소모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


지금, 테살라 행성 일대에서 인류는 수백년 전에 시작되었던 전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인류의 황제, 신의 힘을 지닌 인간은 인류의 분열된 행성들을 모두 통합하여, 카오스의 초자연적 위험에서부터 보호하는데 실패했다.

그의 자손들, 그가 창조한 신적 존재들인 프라이마크들 또한 결국엔 절반이 타락하여 그에게서 등을 돌렸고,

그리하여 일어난 호루스 헤러시는 황제의 꿈을 완전히 끝장내버렸다.


그러나 이 헤러시조차도, 이후 영겹의 시간 동안 이어질 거대한 전쟁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은하계의 지성체들에게 있어, 전쟁이란 그 모든 것이였다.

물론 찰나만이 지속되는 시간이라는 개념 속에서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겠지만,

인류가 지닌 모순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는 인류들 중 가장 뛰어난 이들이 두 차원의 향후 미래들을 좌우하고 있었다.

 


ps. 제목 그대로입니다.

사실 별 건덕지 없는 내용인데 거기에 작가가 별 똥같은 철학을 집어넣어서 내용이 제법 많네요.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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