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조의 방주들: 라이온

[9th]징조의 방주들: 라이온 - 앙그론vs라이온 최종 [16]

스틸리젼 2023. 6. 21. 23:01
728x90

 

 

 

 

 

 

 

source: Warhammer 40,000: Arks of Omen-Vashtorr

 

천사와 짐승

음침한 지하 심연의 공업 단지에 떨어진 라이온은 다시 앙그론과 맞서 싸웠습니다.

그들은 분쇄하는 기계와 꿈틀거리는 근육,

춤추는 번개와 독불 소음의 지층 가운데서 싸웠죠.

가까운 쪽은 웜우드의 내핵에 가까웠으며,

그 너머는 현실우주와 워프의 장막을 넘나들고 있었는데,

둘이 맹렬히 싸우며 전진함에 따라 곧 엠피릭 해류가 전투 중인 두 반신들 사이로 떠다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앙그론의 두 무기가 라이온에게 적중하자,

맹렬한 증오가 폭발로 실체화되며 라이온의 살갗을 그슬렸습니다.

반대로 엘'존슨이 그의 광전사 적의 공격들을 회피하자,

그의 교활한 몸놀림은 안개와 숨막히는 그림자-수풀들로 구현화되며 붉은 천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죠.

촉수처럼 생겨난 그림자 안개 속 수풀들에서,

로브 쓴 작은 난쟁이들이 이곳 저곳의 그 유령같은 나무들 사이로 앙그론을 노려보았으나,

빡친 앙그론이 이 참피같은 것들을 박살내려고 다가가면 그들은 다시 그림자들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격렬히 싸우던 둘은 악마 용광로들과 생체-기계학적 조립 라인들이 모인 지역에 돌입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고통받는 영혼들이 룬 검들과 화기들에 봉인되는 장소였죠.

둘의 싸움을 발견한 감독관들은 쉿쉿거리며 그 격돌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의 힘줄 채찍들은 마치 두 반신들의 피를 음미하고 싶기라도 한 듯 감겨 있었지요.

 

앙그론과 라이온은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들은 벗겨진 피부 커튼들을 가르고, 그 너머로 나와-

비명지르는 얼굴들과 긁어대는 손들이 표면을 흐르는 강철 원형판 위에서 싸웠죠.

엘'존슨은 앙그론의 무자비한 공격을 회피하고,

이어서 목을 노리고 날아온 그의 공격을 패링한 다음-

이어서 날아온 척추갈개 도끼의 공격을 황제의 방패로 비껴내었습니다.

그 순간, 증기가 방출되며 마치 폭포수같은 소음이 울리고-

전장이 갑자기 융기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 둘이 있었던 강철 원형판이 초거대한 피스톤의 윗부분이었던 것이었죠.

피스톤이 올라가며, 변질된 색조의 태양빛이 다시 돌아왔고,

피스톤의 윗부분이 지면에 올라온 순간 라이온은 질주하고 몸을 날려-

그것이 다시 저주받은 행성 심연으로 들어가기 전에 빠져나왔습니다.

 

그렇게 다시 악마 행성의 지표면으로 돌아온 엘'존슨은,

주변에는 온갖 파이프들과 더불어,

반투명하여 내부에 빛나는 와이어선들과 이빨 달린 아가리들이 보이는 흉측한 살덩어리들이 숨쉬듯이 융기하고 있는-

아무튼 좃같은 장소에 자신이 올라왔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기괴한 언덕들은 다중색상의 워프-스모그를 토해내고 있었는데,

그 양이 어찌나 많던지 공기가 가려져서 시야거리가 겨우 수 피트에 불과했고,

심지어 프라이마크의 초월적인 오감으로도 그 이상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라이온은 근처에서 더 많은 피스톤들이 소음과 함께 쿵쾅거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머리 위 어딘가에서, 거대한 터빈 칼날들이 단조롭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앞서 말했던 가스가 사방에 퍼져있는 덕분에 정확히 볼 수 없었죠.

전장의 소음은 작게, 간신히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전장의 소음은 저 멀리서, 스모그를 지나 이상하게 메아리치고 있었죠.

 

라이온은 음울히 미소지었습니다.

이곳은 그의 전략을 극대화하기 최적의 장소였죠.

그는 앙그론이 찾아오기 직전 스모그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앙그론은 그의 상대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으며 분노 속에 포효했습니다.

앙그론은 거의 발작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는 피로를 느끼지 못했지만,

대신 이토록 철저하게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는 적과 이렇게나 오래 싸우며 느끼는 불만에는 익숙하지 못했죠.

그는 아직까지도 어떠한 해골도 얻지 못했고,

그저 몇 방울의 피만, 영겁에 가깝게 느껴지는 시간 동안 흘렸을 뿐이었습니다.

끈질기게 머리 속에서 뛰고, 뛰고, 또 뛰는 도살자의 대못들은-

그의 정신을 백열로 타오르는 고통으로 자극하고 있었죠.

이성적으로 생각할 능력은 이미 그 백열의 분노와 고통 속에 다 녹아 증발했습니다.

때문에 적이 사라진 것을 깨닫게 되자,

견딜 수 없어 날뛰기 시작한 것이었죠.

 

앙그론은 라이온의 미약한 존재를 맡고,

그의 갑주 가루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프라이마크의 심장박동들을 들을 수 있었고,

그의 발걸음 소리와 전투 갑주의 서보-소음까지 감지했죠.

그는 엘'존슨의 용광로같은 영혼의 빛이 그의 워프-시야 속에서 타오르는 것 또한 볼 수 있었으나,

영적인 스모그는 앙그론의 그 악마적 오감조차도 가리고 있었습니다.

반면, 라이온은 매 순간마다 짐승마냥 소리지르고,

맹세와 저주들을 으르렁거리는 그의 상대를 별로 어렵지 않게 계속 추적할 수 있었죠.

앙그론은 반쯤-형상화된 유령 잡귀들을 베어버리고 분노로 포효했습니다.

이에 대답하듯, 라이온은 갑자기 측면에서 튀어나와-

황제의 방패로 기습했습니다.

그 공격에 앙그론은 두 날개들을 퍼덕여 허공으로 뒷걸음질쳤죠.

직후 데몬 프라이마크가 다시 라이온에게 돌진했으나,

엘'존슨은 이미 안개 속으로 다시 사라진 후였습니다.

 

앙그론은 그의 적을 뒤쫓았습니다.

그러나 라이온은 피하고, 공격하고-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앙그론의 번개와 같은 반격에 대응했죠.

그는 안개로 뒤덮힌 칼리반 숲들 속에서 괴물들을 상대했던 것처럼 앙그론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물론 앙그론이 몇 차례 공격들을 적중시켰지만,

그 공격들은 하나도 어김없이 황제의 방패에 의해 막히고-

앙그론은 충격파 반동으로 뒤로 밀려나 주춤거릴 뿐이었죠.

그러는 동안 계속해서 쌓인 앙그론의 분노는 급기야 그의 몸 위로 번져오르며-

영적인 불길처럼 그의 전신을 뒤덮었습니다.

그의 온 몸에서 불어나고 있는 분노 속에서,

말 그대로 그의 몸이 터지기라도 할 마냥-

그의 근육들과 두 눈이 분노로 부풀어올랐습니다.

 

그 순간, 아까 전의 그 거대 피스톤이 지하에서부터 올라왔습니다.

그것이 위편의 피스톤과 중간 지점에서 충돌하며, 증기를 방출했죠.

그리고 그 증기에 의해 스모그의 장막이 잠시간 걷혔습니다.

덕분에, 또 한 번의 도발 공격을 날리기 위해 앙그론의 측면으로 파고들고 있는 라이온의 모습이 드러났죠.

아무런 생각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살육을 향한 원시적 충동 아래, 앙그론은 두 날개를 펄럭이며-

스스로를 살아있는 산사태처럼 라이온에게 내던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앙그론은 두 무기를 큰 호를 그리며 휘두르면서, 마치 가위마냥-

라이온이 더 이상 방패를 쓰지 못하는 움직임으로 엘'존슨의 목을 따려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라이온 또한 방어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신, 그는 눈부신 속도로 한쪽 무릎을 꿇은 다음,

그의 검을 전신으로 떠받들어 감싸면서-

앙그론이 그 들어올린 칼날 끝자락에 스스로 몸을 내던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돌격한 데몬 프라이마크는,

본인의 추진력 때문에 스스로의 몸통 상체를 그 빛나는 검에 꽂아넣고 말았습니다.

검은 그의 목 목덜미 뒤편으로 그대로 관통했고, 피의 분수가 솟구쳤죠.

 

앙그론이 워낙 강력하게 돌진한 덕분에,

두 반신들은 안개 속에서 서로 휘말려 구르고 튀었습니다.

결국 앙그론이 등부터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앙그론은 한쪽 날개까지 꿰뚫려 있었는데,

그의 현실 육체는 여전히 그의 몸을 꿰뚫고 있는 '충성'이 만들어낸-

그 막대한 피해를 제대로 재생해내지 못했죠.

붉은 천사가 몸부림치며 포효했습니다.

한쪽 발톱손으로 그의 관통당한 가슴팍을 긁으며-

피로-번질거리는 충성의 손잡이를 쥐려 했죠.

그러나 그 순간, 라이온이 앙그론의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의 갑주는 피에 젖고 움푹 파여져 있었죠.

그는 양 손으로 황제의 방패를 단단히 쥔 다음,

앙그론에게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포효성과 함께, 라이온 엘'존슨은 방패의 빛나는 면날 부분으로-

데몬 프라이마크의 머리통을 찍었습니다.

방패날은 앙그론의 코 뼈대를 그대로 박살내버리며 파고들었는데,

그 힘이 어찌나 무시무시한지, 아래 강철 바닥까지 진동할 정도였죠.

 

앙그론의 현실 육체는 마치 증류된 증오를 추진체로 쓴 탱크 포탄이 폭발하듯 터져버렸습니다.

해방된 분노의 전율적인 힘 아래 그의 정신까지도 날아갔죠.

데몬 프라이마크의 불굴의 의지조차도 그것을 다시 이어붙이지는 못했습니다.

엘'존슨은 폭발에서 몸을 피했습니다.

비록 망토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금 간 갑주는 그슬렸을지언정-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죠.

거칠게 숨을 쉬고 있는 그의 신체는 앙그론과의 전투에서 입은 여러 수많은 부상들이 주는 고통들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피로 얼룩진 크레이터 구덩이로 절뚝거리며 돌아가서, 그의 검 '충성'을 찾았죠.

검을 회수한 순간, 그는 언젠가 그가 이 이전 형제와 다시 재회하리라는 어떤 직감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그가 원하는 시간보다도 더 빨리 말이죠.

그러나, 일단 지금은..

앙그론은 추방당했습니다.

 

라이온은 한숨을 쉬며 그의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는 갑주의 음성 비드를 다크 엔젤의 지휘채널에 돌린 다음, 주의깊게 경청했죠.

검과 방패를 들어올린 프라이마크는 가장 근처의 철수 지점을 향해 남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절뚝거리면서, 그는 오늘 그가 행한 행위들을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이 넒은 은하계에서, 그의 유전자-아들들을 위해 택한 선택 말이죠.

그는 그들에게 말해줄 것들이 많았습니다. 너무나도 많았죠.

그의 언포기븐 아들들과 다시 재회하여,

그의 희생들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ps. 앙꼬치가 되어 사라진 앙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