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th] 징조들의 방주 - 프롤로그 단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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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arhammer 40,000: Arks of Omen-Abaddon
음성망은 열어둔 채로, 그는 몸을 돌려 벤지풀 스피릿의 함교 쪽으로 걸어갔다.
이때 아바돈은 함선 방어에 관련한 어떠한 명령도 내리지 않았는데,
그의 군단원들이라면 아바돈이 그들에게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를-
지시 없이도 다 알고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경호원들이 그를 따르는 동안에도, 고무화된 검은 로브들을 뒤집어 쓴 다크 마기들은-
오컬타리움과 내부의 쉭쉭거리는 예언가들을 봉인하느라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그가 걷는 동안, 아바돈은 기이한 오염의 증거를 발견했다.
복도의 조명이 기이한 패턴으로 깜빡이고 있었는데,
매번 주변에 무언가 환시가 나타나다가, 그가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니 사라졌다.
머리 위 파이프들과 케이블 무더기에는, 마치 그 기계 부품들에 타버리기라도 한 듯-
생체기계적 돌연변이 성장물들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또한 은과 황동 필라멘트들이, 처음에는 분명 적었지만 점차 늘어나며-
벽들, 천장과 바닥들을 마치 금속 벌레들마냥 뒤덮고 있었다.
바닥과 벽들에 들러붙은 뒤틀린 악마의 얼굴들이 그 필라멘트들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벤지풀 스피릿의 복도들에 오래 전부터 빙의하고 있었던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이 비유기체적 선충 필라멘트들의 확산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아바돈은 한 격막 쪽으로 그 버러지같은 것들이 몰리고,
그 뒤편으로 얇은 금속 바늘 무더기들이 마치 무슨 금속 돌연변이의 척추등뼈들처럼 돋아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가 보는 와중에도, 그 가시들은 돋아나서 바깥으로 접히고,
이어서 완벽히 뭉쳐진 섬세한 황동 태엽들로 바뀌어 이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냐?' 아바돈이 질문을 내뱉었다.
그는 다시 걸어나갔다. 그가 지나가는 옆으로, 여러 명의 다크 마기들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고 이를 막기 위해 광란의 의식들을 벌이고 있었다.
의식 방들에 봉인된 악마적 존재들이 와드 봉인벽들에 몸을 박으며 발광을 떨면서,
은색 필라멘트들이 그들을 덮을 때 비명을 질러댔다.
수 명의 블랙 리젼 군단원들이 빠르게 아바돈을 스쳐 지나가며,
함내 침투가 예상되는 중요 방어 지점들을 선점했다.
그 순간, 아바돈의 음성망으로 목소리 하나가 들어왔고-
그는 목소리를 확실히 듣기 위해 음성을 더욱 증폭시켰다.
'...군주이시여, 조파스입니다. 디아모르의...'
'네놈의 자기소개 칭호들 따위는 물어보지 않았다, 소서러.' 아바돈이 역정을 냈다.
'아... 죄송합니다... 이 현상의 진원지를 파악했습니다.
엠피릭은... 전방 예비 센서리움에서 방출되고 있습니다.'
거기서 만나지, 조파스. 군단원들도 데리고 와라.
아바돈은 연결을 끊고 조파스가 말한 지점으로 걸었다. 그의 정신이 빙빙 돌고 있었다.
만약 그의 함선이 어떤 마법적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라면,
그는 그 근원을 잘라버리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자에게 반드시 되갚아줄 것이었다.
로드 조파스와 아바돈 및 그의 하수인들은 선미 예비 센서리움으로 향하는,
황로들이 불타오르고 있는 비틀린 복도에서 만났다.
소서러는 그의 검을 뽑아들고 있었고, 그가 뽑은 다른 쵸즌들 또한 명령을 대기 중이었다.
아바돈이 그들을 그대로 무시하며 지나치자,
그들은 황급히 아바돈의 뒤를 따랐다.
그의 두 눈의 시선은 복도 앞을 향해 집중하고 있었다.
수십, 어쩌면 수백 이상의 은색과 황색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너머의 방 하나에 어떤 맹렬한 빛이 타오르고 있었는데,
지지직거리는 정전기 소음과 인간 비명소리를 섞은 듯한 소음이 센서리움의 열린 문을 통해 메아리치고 있었다.
아바돈은 문 안으로 들어갔고, 그러자 기이한 광경이 그의 앞에 드러났다.
방은, 벤지풀 스피릿 내부 공간들 중 가장 크게 훼손되어 있었다.
벽들의 균열들과 여전히 검게 그슬린 갑판이 말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마기들이 의식들을 여기서 치룬 이유 또한 그렇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중요한 건, 어떤 다크 마기의 하위-컬트가 여기서 어떤 의식을 벌였고,
그 결과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는 것이었다.
복잡한 룬 문장들이 손상된 갑판에 새겨져 있었는데,
어떤 고대의 기술로 만들어진 고리들로 둘러싸인, 어떤 소환술용 원을 이루고 있었다.
복잡한 장식의 황동 기둥 하나가 원 근처에 세워져 있었는데,
거기에는 흑철 향로들과 와이어 및 태엽들이 메달려 있었다.
이 세밀하게 제조된 기둥 대 위에는 어떤 묵직한 데이터-서가 올려져 있었는데,
그 전자기-흐르는 페이지들 위로 은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소환원 한가운데에는 금속 필라멘트들이 엮어 생성된 커다란 덩어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수 피트 높이로 바닥에 떠 있었고,
계속해서 뒤틀리고 섞이고 있었다.
땋은 촉수 덩어리들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것들은 그대로 원 경계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원은 아마 그것들을 억제하기 위해 그려졌을 것이었지만,
흘러나온 그것들은 벽들과 바닥 및 천장으로 번지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오염의 원천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설계들이 여기서 이루어졌다.
마기들은 몸을 돌려 두려움 속에 아바돈을 바라보았다.
그의 터미네이터 경호원들, 뿔-헬멧의 조파스와 그의 수행원들 또한 문을 넘어 방에 들어서며,
방 안의 거의 절반을 채웠다.
이제 비틀린 기술-사제들은 스크랩코드 섞인-통곡성을 내며 바싹 엎드리며,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아바돈에게 자비를 구걸하고 있었다.
기계촉수들이 그들의 구부린 몸 위에서 부르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들의 살덩이-입술들은 공포로 뒤틀리고, 넝마 두건들 아래 눈 렌즈들은 빛나고 있었다.
'워마스터 군주님, 저흰 그저 그대의 이 위대한 함선을 위해, 이 방의 수리 속도를 향상시키려 했었을 뿐입니다!'
아바돈과 가장 가까운 마고스가 혓바닥을 굴렸다.
그의 로브들과 강화장치들은 뒤편의 다른 동료들보다 더욱 섬세했다.
'네놈이 이 병신짓의 주모자냐?'
마고스는 아바돈의 말에 비굴한 태도를 보이며,
마치 공포로 인해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마냥-
인공적인 잡음 기침들을 계속 내었다.
'조파스?' 아바돈이 물었다.
'군주이시여, 저 데이터-서를 연구해보지 않는 한,
저로서도 이 머저리들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감히 확답하지 못하겠군요,' 소서러가 말했다.
그 어조에서, 아바돈은 그가 놀랐다기보단 감명받은 상태라는 것을 눈치챘다.
'다만, 이 저로서도 이러한 것과 같은 건 본 적이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리고 이 장소에 흐르는 에너지들은 대부분 함교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벌레들이... 이 함선의 수리에 효율을 올리고 있는 것 같지만,
그 본질의 성격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겠군요.'
아바돈은 마고스를 내려다보았다.
놈은 사형수의 일말의 희망같은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키브레, 이 잡것들을 끌어내어 고문해라.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다 쥐어짜내어 확인하고,
내 불쾌감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놈들에게 육체의 대화로 알려주어라.'
마기의 자비 구걸을 무시하며, 아바돈은 방을 떠났다.
조파스가 그의 뒤를 따르다가,
잠깐 멈추어서 기둥에서 데이터-서를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서둘러 아바돈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서의 내용물들을 훑어보려고 시도했다.
나선 계단 위, 더 많은 은색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가파른 복도를 따라 좀 더 위,
아바돈은 고급스러운 강철 철계를 따라 걸었다.
오직 굳은 인내의 힘만으로 그는 뛰는 걸 참고 있었다.
이 어리석은 것들이 무슨 것을 풀었든 간에,
지금 그의 모든 집중력은 벤지풀 스피릿의 함교에 향해 있었다.
만약 이것이 그의 기함을 손상시키기라도 한다면...
함교로 향하는 커다란 암흑 관문을 지나자,
아바돈은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덕분에 비굴하게 뒤따라오던 조파스는 그대로 아바돈의 등짝에 머리를 박을 뻔했다.
데이터-서에서 시선을 올린 소서러에게서,
이전까지 음성-그릴 속으로 이어지던 감탄사가 갑자기 수그러들었다.
조파스의 쵸즌은 서둘러 앞으로 나서며 총과 검들을 꺼내들었다.
한편 아바돈은, 그저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기이한 광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와중에도,
그에 매료되어 있었다.
와이어, 녹은 강철과 번쩍이는 에너지의 촉수들이 함교의 모든 기계 시스템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거대한 기계 거미줄망을 이루는 수많은 실 가닥들로 엮여 허공에 떠서,
이 고대의 공간의 심장부에 올가미처럼 씌여 있었다.
수천 년에 걸쳐 자신들의 자리에 융합되어 붙어버린 서비터들과 선원-노예들은 전율하고 발작하면서,
액체를 흘리며 그들을 속박하고 있던 사슬들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들은 위축된 사지들을 질질 끌면서,
몸에 붙은 데이터-대못 그루터기들, 튜브들과 케이블들을 마치 마치 쏟아진 장기들마냥 흘리며-
뒤틀리고 자라나는 금속 및 에너지 덩어리로 기어가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이 기이한 탄원자들은 기어다니는 실들의 소용돌이에 섞이며 찢여나갔다.
그들의 피가 튀며, 룬 문자식 컨트롤 콘솔들과 꿈틀거리는 금속 동맥 덩어리를 붉게 물들였다.
아바돈은 앞으로 걸어나왔다.
드라크'녠을 꺼내든 그는 사격을 지시하기 직전이었다.
조파스의 쵸즌만이 벤지풀 스피릿 함교의 유일한 블랙 리젼 군단원들이 아니었기에,
명령 한 마디면, 아바돈은 무지막지한 화력을 이 기이한 흉물에 쏟아부울 수 있었다.
그 순간, 그가 명령을 주저한 이유는 그조차도 알 수 없었다.
어떤 운명의 육감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의 함선에 침투한 이 존재가-
그가 오래간 억눌러왔던 폭력을 배출해줄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는 은연중의 희망 때문일지도 몰랐다.
음성-그릴들과 스피커들에서 나던 정전기 잡음은 이제 소음으로 확대되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이진법 찬트와 뒤섞인 음성채널들의 소음이 합쳐져 있었다.
금속, 에너지와 피가 한데 뭉쳐 소용돌이치는 덩어리는 마치 특이점 현상처럼 일순간에 붕괴했고,
용광로 불빛과 같은 빛이 함교를 감쌌다.
아바돈은 그 빛에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다가,
그 빛 속에서 무언가 큰 인간형 형체가 모습을 드러내자 으르렁거렸다.
증기들과 에너지 타래들을 흘리는, 그 살아있는 강철과 녹아내린 철의 존재는-
갑판 위로 두 개 발굽의 발을 먼저 내리고,
나머지 발을 내리며 마침내 우뚝 섰다.
불타는 램프 눈들로 아바돈을 직시한 그것은,
함교의 모든 송출기를 통해 갈라지는 듯한 정전기 잡음으로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아바돈 더 디스포일러. 나는 '아크베인' 바쉬토르.
난 네게 한 가지 제안하려고 왔다.'
ps. 앞장 단편은 여기까지.
별 거 없어보이지만 이걸로도 벌써 4P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