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론 탈은 그와 그의 동료 '사도들'이 참으로 힘겹게 점령한 장소인 지하 신전의 경계 부분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알파 리젼의 소서러였기에,
그는 정신을-망가트리는 광경에서도 비범하게 버틸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장소가 지닌 소름끼치는 웅장함은 그의 정신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가 신전 안에 들어가서, 너무 오래 응시한다면
정말로 미쳐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 대의 베인로드 타이탄들조차도 이 신전 내부에 나란히 집결하고,
그러고도 공간이 넉넉하게 남을 정도였다.
신전의 벽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흑요석과 은은히 빛나는 은으로 된 이 벽들은 날카로운-바늘들이 가득 박혀 있었으며,
계속해서 서로 맞물리고 해체되고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영원히-변화하는 퍼즐과 같았다.
유일하게 항시적인 것은 화려한 발코니들 뿐이었는데,
이 발코니들에서 탈의 전사들 상당수가 어둠 속에 잠복 중이었다.
거대한 기둥들은 천장을 드높게 떠받치고 있었다.
각 기둥들의 폭은 대략 1백 피트 정도였으며,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전부 고통받는 얼굴들로 뒤덮혀 있었다.
-인간들, 그리고 인간아닌 것들이 끝없는 비명 아래 한데 뒤엉켜 있었다.
바닥은 검은 대리석 재질로, 금색 혈관들이 박혀 있었다.
신전의 저 먼 끝에는 한 거대한 우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순수한 그린자에서 빚어낸 것처런 어두웠다.
그것은 인간형이나 인간은 아니었으며,
그 부드러운 표면에는 빛조차 반사되지 아니하고
다만 마치 심연 속에 비추는 것처럼 빛을 빨아들일 뿐이었다.
그야말로 부자연스럽고,
오래 바라보기에는 너무나도 괴이한 물체였다.
그 발치에는 흑색과 은색의 바늘들이 박힌 희생 제단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제단의 모서리마다 횃불이 하나씩 박혀 있었다.
총 4개의 횃불들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청색, 분홍색, 녹색과 황색으로 번갈아가며 춤추고 있었는데-
한 횃대는 녹슨 덩어리에 가깝고 그 화염은 녹색이자 역겨운 매연을 뿜어대고 있었고,
다른 횃대는 뼈와 산호로 잘 조각된 형태로 마치 젖은 것처럼 매끈했고,
눈에 보일락 말락한 자주-백색 불로 타오르고 있었다.
외계인 컬티스트들은 사도들이 이 장소에 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았었다.
탈은 그 멍청이들이 이 우상을 자신들의 별의 신들의 대변자라고 여겼으며,
어쩌면 구원을 바라며 기도자들을 제물로 바쳤을지도 모르겠다고 추측했다.
그들의 몰이해는 그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이 시간 지체가 내 기분을 긁습니다.'
베크스가 분대 통신망으로 통신을 보냈다.
탈의 헬멧 스피커들을 통해 그의 목소리가 왜곡되어 전달되었고,
탈은 이 장소의 괴이점이 심지어 이러한 근거리-통신조차 왜곡시키고 있음을 깨달았다.
탈은 어둠 속에 대기 중인 자신의 쵸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평범한 알파 리젼 군단원들의 갑주와 문양을 지니고 있었으나,이는 기만이었다.
그 갑주 내부의 전사들은 탈이 선정한 가장 뛰어난 살인자들로서,
그들 모두가 어둠 신들 중 최소 한 명에게 축복을 받은 자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탈과 그의 알파 리젼 군단원들이 숨쉬는 것만큼이나 본능적으로 행하는 구라의 일종이었다.
'기다려, 의식은 계속 진행 중이니.'
탈이 답했다. 그는 딱히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으나,
한쪽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그의 부하들의 헬멧 디스플레이에 마법 룬 문자 해석들을 전송했다.
그 화면에는 로브를 두른 워드 베어러들이 거대한 우상의 발치 주변에 정렬시켜놓은 8개의 의식 고리들을 집중 표시하고 있었다.
로가의 유전적-아들들은 지금까지도 의식 단검들을 써서 시체에 칼집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진스틸러 컬티스트까지 각 원마다 세심하게 배치된 시체 무더기에 올려놓자,
살해당한 외계인 컬티스트들의 혈액이 깊게 파인 은색 피-도랑들을 따라 흘러가며
희생 제단 주변의 고리에 고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워드 베어러들은 웅장한 성가를 부르기 읆조리기 시작했고,
그들의 음성은 지하 신전 가득히 울렸다.
탈은 눈을 깜빡여 또다른 룬 문자 해석을 그의 전사들에게 전송했다.
그것은 공동 주변에서의 은신 강화를 위한 의식적 룬 사본이었는데,
이를 전송받은 알파 리젼들은 워드 베어러들의 심후한 음성 사이로 자신들의 날카로운 음성으로 해당 룬 주술을 낭랑히 읊기 시작했다.
이제 소르'카나스가 신전에 입장했다.
그는 다크 어포슬이자, '사도들'의 고위 신부로-
그와 그가 손수 선발한 7명의 전투-형제들은 신전의 거대한 아치 문을 통과하여 불타는 낙인들을 쥐고 있는 거대 우상을 향해 걸어왔다.
이들은 정교한 로브를 두르고 있었는데,
이 로브는 다수의 8각 별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들 뒤로는 3기의 대형 서비터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이들은 종양처럼 부푼 근육과 피스톤-작동식 인공 신체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머리 부분은 불타는 황동로들로 대체되어 있었다.
그들 사이로, 사지가 전부 토막내서 몸통만 데롱데롱 아다만티움 사슬들에 묶인 상태의 다쿠의 진스틸러 컬트의 패트리어크가 끌려나오고 있었다.
탈은 저 외계인 두목을 보며 극도의 혐오감을 느꼈다.
놈은 이 행성에서 앞서 공작을 펼치고 있었던 자신의 간자들을 모두 제거했고,
다쿠 행성의 광부 클랜들이 거짓 신들을 섬기게끔 오염시켰다.
그러니 그 대가로 제물로 바쳐짐이 마땅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패트리아크는 경련하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살기가 놈의 두 눈에서 번득이고 있었다.
그러나 사지들이 전부 잘린 데다가 몸통은 사슬에 묶여 있었기에,
괴물의 분노는 의미가 없었다.
소르'카나스와 그의 고위 사제들이 열을 맞추어 신전 내부를 지나 마침내,
우상 주변의 피의 원에 닿을 때까지도 찬트는 계속 울려 퍼졌다.
탈은 자신의 시야 감각기들을 강화하여,
마치 그가 피의 원 바로 뒤에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한 눈에 들어오게 만들었다.
그의 헬멧의 커스터마이징된 서브루틴들은 지금 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헬멧의 교활한 머신 스피릿은 모든 최소한의 디테일들을 검사함과 동시에 분석 데이터-입력 자료들을 편집하고 있었다.
탈은 나중에 이것들을 검토할 예정이었다.
어쩌면 오늘 이 자리에서 본 것들이 그에게 새로운 비밀을 알려주거나
혹은 나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분쟁에서 써먹을 단검을 만들어줄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이 워드 베어러들은 탈의 워밴드와 가장 가까운 자들로,
수백 년간 같이 싸워온 사이이지만-
그런 점조차도 탈이 알파리우스의 유전적-자손들이 태생부터 지닌 특유의 약삭빠름과 불신까지 완전히 잊게 만들지는 못했다.
소르'카나스가 그의 3개 서비터들에게 패트리아크를 높게 들어올리라는 명령을 내리자,
탈의 두 심장이 흥분감에 휩싸여 살짝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들은 꿈틀대는 패트리아크를 들어올린 다음,
그것을 제단 위에 뼈를 박살낼 정도의 힘으로 찍어 눌렀고-
그러자 피가 사방에 튀었다.
서비터들에게도 튄 놈의 피는 그들의 육신과 금속 부품을 부식시켜갔다.
곧 패트리아크는 벌레 같은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아닌지는느 알 수 없었으나,
탈이 그것을 알아내기에는 너무 기이했다.
놈이 단말마와 함께 죽어가자,
소르'카나스는 인간 팔뚝만한 길이의 의식 단검을 들어올린 다음-
그것을 패트리아크의 심장에 찍어넣었다.
놈의 비명이 한층 더 거세졌다.
자신의 몸에 튀는 부식성 피들을 무시하며,
다크 어포슬은 가슴팍에 박힌 검을 비틀어 빼낸 다음-
그것은 다시, 다시 또다시 박아넣었다.
그렇개 도합 8번, 그는 검을 외계인 괴물에게 찔러넣었다.
마지막 8번째 찌르기가 끝나자,
신전의 찬트와 괴물의 으르렁거림 모두를 삼킬 정도의 커다란 소음이 일어났는데,
워낙 큰 소음이라 탈의 헬멧에 내장된 오디오-중화기가 자동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피의 도랑들에 고인 피들이 미친듯이 끓어오르며 곧 짙고 검은 증기를 허공에 띄워올렸고,
거대한 우상에 금이 가지기 시작했다.
곧 거대하고, 심우주의-암흑처럼 검은 존재가 반짝이고, 빛나면서 걸어나오자-
탈의 두 눈은 경이 속에 크게 뜨여졌다.
직후 떨어진 암흑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탈조차도 모든 횃불, 황로와 슈트 조명까지 그것들이 한 순간에 다 꺼진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순간 장님이 된 건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의 본능이 직감적으로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제한된 공간에 갇힌 듯한 기분이었다.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는데, 어떤 포식자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미줄 실들이 피부에 쳐지고,
얼음처럼 차가운 우주의 장막이 그의 죽음을 암시하며 몸을 뒤덮는 것 같았다.
곧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파열된 선체로 빠져나가는 무시무시한 공기 유출 같은 소리이자,
모든 생명이 사라진 행성에서 전투-속에 널부러진 뼈들 사이로 부는 칼날 바람과 같은 음성이었다.
그 소리에, 탈의 근육과 피부는 긴장 속에 팽팽히 당겨졌고-
긴장의 열기와 시린 냉기 속에 따뜸거리기 시작했다.
놈은 자신에게 직접 말한 것인가?
아니면 사도들의 모두가 이와 같은 불길한 방문을 동시에 느낀 것인가?
다만 한가지만은 확실했다.
그 음성은 사도들이 소환하려 했던 것의 음성이 맞았다.
그들이 신으로 섬기는 자,
어둠 신들의 진정한 투사왕,
최초이자 언제나 4에 선택받은 자,
그리하여 자신들이 섬길 가치가 있는 유일한 존재.
완전한 어둠 속에서, 야론 탈은 '어둠의 주인'- 벨'라코르의 음성을 들은 것이다.
'너는 나를 잘 섬겨왔다,'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음성은 탈의 머리 속에서 메아리쳤다.
'너는 내 총애를 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장막 너머로 보았다, 한때-태어나 자들의 덧없는 수고를 지켜보았다. 모든 것을 보고 있었노라'
탈은 마치 전기처럼 흥분이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최초의 디먼 프린스를 소환했고,
그는 자신들의 헌신에 흡족해하고 있었다.
사도들은 벨'라코르의 총애를 받게 될 것이었다.
'그러니 내게 봉사할 기회를 주마,'
악마가 이어서 말했다.
'내 실로 자비롭지 아니하느냐?
콜로시로 향하는 함선에 오르거라.
거기서, 대업이 시작될 것이니...'
직후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빛과 소리가 다시 돌아왔다.
마치 탈의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진 것과 같았기에,
탈은 순간 비틀거리며 큰 숨을 내쉬었고
한쪽 무릎을 잠깐 꿇을 뻔 했다.
'사도들'의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일부는 쓰러졌거나 혹은 심지어 지금까지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기묘한 혼란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진실에서 정교하게 비틀려 정위치하지 못한 현실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이 기묘한 괴리감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싸이킥 감각들을 점검했다.
그는 가장 작은 단위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는 자였으나,
기계령의 서브루틴들이 자동적으로 확인 요망 종소리를 보낼 때까지도 그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바뀐 것은 너무나도 큰 것이었으나 ,
그의 정신은 그것을 이제서야 포착할 수 있었다.
신전 맨 끝에 있었던-
그 어둠의 거대 우상이 사라지고 없었다.
지하 신전을 지배하고 있었던 그 우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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